[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금융권에서 사외이사 등 여성 임원 발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가운데 카드업계가 이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카드업계의 여성 임원 비율이 낮고, 우리카드‧KB국민카드‧BC카드 등 여성 임원이 아예 없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16일 8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우리‧KB국민‧롯데‧BC‧하나)의 분기보고서(2021년 11월 공시)에 따르면 이들 카드사의 여성 임원 총 215명 가운데 여성은 13명(6.05%)에 불과하다.
각 사별로는 △하나카드 19명 가운데 1명(5.26%) △신한카드 16명 가운데 1명(6.25%) △롯데카드 37명 가운데 3명(8.11%) △현대카드 임원(상무이사 이상) 45명 가운데 5명(11.11%) △삼성카드 임원 30명 가운데 3명(10%)이다.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는 카드사도 있다. 우리카드와 KB국민카드는 각각 임원 21명, BC카드는 임원 26명 모두가 남성이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는 가운데 임원진의 성별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성 임원이 전무한 것과 관련해 관련해 우리카드 관계자는 "이번 임원후보 가운데 여성은 없다"면서 "향후 여성 임원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KB국민카드와 BC카드는 특정 성별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 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선발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임원 선발 시 특정 성에 편중하지 않고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향후에도 성별 구분 없이 성과와 역량, 리더십 등을 종합 검토해 경영진을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C카드 관계자도 "경영상 방침에 맞는 역량을 갖춘 인물을 뽑는 것"이라며 "성별에 따른 차별을 두지 않고 능력 중심으로 선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성별 다양성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와 다르게 여성 임원을 선발할 계획은 따로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카드사와는 다르게 카드업계에서도 최근 여성 사외이사를 확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 2일 임추위를 열고 성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한국소비자학회장과 한국금융소비자학회장, 한국소비자문화학회 이사,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소비자‧서민금융분과 위원장 등을 역임한 성 교수는 금융소비자보호 영역의 전문가라는 평을 받는다.
하나카드 역시 같은 날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전선애 중앙대학교 국제대학원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한국여성경제학회장과 한국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지낸 전 교수는 경제‧금융 전문가로 꼽힌다. 전 교수가 사외이사에 추천되면서 하나카드 이사회는 기존 송정희 사외이사를 포함해 여성 사외이사를 2명으로 확대하게 됐다.
하나카드 임추위는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 제고는 물론 이사회의 집합적 전문성을 강화하는데 필요한 전문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면서 "하나카드 경영 전반에 대한 조언과 견제 감독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성 임원 가운데 사외이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구색 맞추기'라는 지적이 따르기도 한다. 사내에서 여성 리더를 배출하지 못하고 사외이사로 여성 임원을 확대해 겨우 모양새만 갖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8개 카드사의 여성 임원 13명 중 사외이사는 4명으로 1/3에 달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최근 ESG 경영이 중시되면서 여성 전문인력을 배치해 임원진 성별 다양성 제고와 전문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남성 직원에 비해 여성 직원의 근속연수가 짧고, 금융업계는 보수적인 면이 강해 여성 임원이 많이 배출되지 못했다"면서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해졌고 과거와는 분위기가 달라진 만큼 앞으로 사외이사뿐 아니라 사내이사의 여성 비율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