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중고차 시장 진출 활짝 열려
[뉴스투데이=김태준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대기업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중고자동차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해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과 관련해 3년간 이어진 논란도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기부가 관할하는 중고차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는 17일 심야 회의에서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고 탈락시켰다. 이에 따라 중고차업계 재지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심의위는 미지정 사유로 ”중고자동차판매업은 서비스업 전체에 비해 소상공인 비중이 낮아 규모의 영세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완성차업계 진출로 중고차 성능·상태 등 제품의 신뢰성 확보, 소비자 선택의 폭 확대 등 소비자 후생 증진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전했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사업 개시, 인수, 확장을 모두 제한했다. 그후 2019년 2월 지정 기한이 끝나자 중고차 업체들은 정부에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다시 지정해달라고 재신청했다.
그러나 사전 심의를 맡은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성장위)는 2019년 11월 소비자 후생과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 하락 등을 이유로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동반성장위 권고 후 6개월 이내 심의위가 정식 결정을 내려야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회의가 2년 넘게 열리지 못했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을지로위원회 주재로 완성차와 중고차 업계가 함께 참여한 '중고차매매산업 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중재를 시도했지만 상생안 도출에 실패했다.
정부·여당 중재 노력에도 타협점을 찾지 못하자 완성차업계는 지난해 말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경기 용인시와 전북 정읍시에 자동차매매업 등록 신청까지 했다.
현대차와 기아 움직임에 중고차 매매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중고차 매매업계는 현대차와 기아를 저지하기 위해 지난 1월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조정을 신청했고 중기부는 현대차에 중고차 사업을 시작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이는 권고 사안인 만큼 강제로 저지할 수 있는 법적 효력은 없다.
심의위는 당초 개의 기한(2020년 5월)에서 약 1년 8개월이 흐른 올해 1월 회의를 열었으나 최종 결정을 다시 3월로 미뤘다.
다만 심의위는 "중고자동차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는 않지만 완성차업계의 중고자동차 시장 진출로 중소기업·소상공인 피해가 충분히 예상되므로 향후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에서 이러한 점 등을 고려해 적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추가로 제시했다.
심의위 이날 결정에 따라 현대차, 기아, 한국GM, 르노삼성 등 완성차업체는 중고차 시장에 본격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 7일 구매 후 5년, 주행거리 10만㎞ 이내 인증 중고차만을 판매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