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이 판쳤던 중고차매매업, 현대차가 ‘복숭아 시장’ 만드나

박희중 기자 입력 : 2022.03.18 17:07 ㅣ 수정 : 2022.03.18 17:07

기존 중소업자들은 반발하지만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 넓어져
허위매물, 정보비대칭으로 인한 불량차 거래 등이 소비자 불신 키워
직업적 신뢰 상실하면 어려울 때 누구도 도움의 손길 주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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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이 허용됨에 따라 기존 중소매매업자들은 반발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긍정 반응을 보이고 있다.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레몬’이 판을 치던 한국의 중고차 매매업에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레몬은 겉보기에는 좋지만 품질은 나쁜 중고차를 지칭한다. 정부가 지난 17일 오후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적합업종 미지정을 결정함에 따라 대기업 진출을 가로막던 허들이 제거됐기 때문이다. 

 

현대차, 기아, 한국GM, 르노삼성 등 완성차업체는 조만간 중고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경우 국내 중고차매매업은 ‘복숭아 시장’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겉보기 만큼 품질도 좋은 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이다.  대기업의 중고차 판매로 판매자와 소비자간 정보 비대칭, 허위·미끼 매물 등에 따른 소비자 피해도 줄어들 것이 확실시된다. 

 

따라서 기존 중소 중고차매매업자들은 반발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반색하는 반응이다. 그동안 뚜렷한 자구 노력을 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직업적 신뢰를 상실하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는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1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고차 시장을 규제하는 국가가 없고, 대기업의 진출을 소비자가 요구했다는 점에서 오늘의 결정이 나온 것"이라며 "중고차 시장의 파이가 늘고, 시장 투명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가격 상승 우려에 대해선 "가격이 5%가량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품질이 보증된 차를 사기 위해 소비자도 높아진 가격을 감수할 것으로 본다"며 "소비자 입장에선 재래시장과 할인점에 더해 브랜드 제품을 백화점에서 살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한국 중고차 시장은 신차 시장의 1.3배에 불과하지만, 선진국들은 2.6배 정도 된다"며 "그만큼 우리 중고차 시장이 활성화가 안 됐다는 것인데 대기업이 들어와 선진화되고 투명한 플랫폼을 선보이면 중고차에 대한 신뢰가 높아져 전체 파이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2013년 이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사업권을 보장받았던 중고차 매매업계가 허위 매물 등의 병폐 개선에 실패한 것이 결국 대기업 진출을 허용하게 된 결과를 초래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등록된 중고차 상담 건수는 4만3903건이지만 피해구제는 이 중 2.2%인 947건에 불과했다. 전경련의 설문조사에서도 소비자 80.5%는 중고차 시장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낙후됐다고 답했다.

 

 전경련 류성원 산업전략팀장은 "적합업종의 취지가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준비할 기간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대기업이 참여하지 못한 지난 9년간 중고차 업계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결정으로 중소 중고차매매업체의 피해가 불가피한 만큼 대기업의 시장진입비율 조정 등 상생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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