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하는 ‘은행 슬림화’···AI 은행원·공동점포 급부상

유한일 기자 입력 : 2022.03.21 07:04 ㅣ 수정 : 2022.03.2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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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 주요 은행 ATM기기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없앤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1000개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점 역시 220개 이상 문을 닫았다. 모바일뱅킹 비중 확대와 비용 효율화 전략 등에 따른 ‘은행 슬림화’가 가속하는 분위기다. 

 

대신 시중은행들은 인공지능(AI) 기술 적용을 통한 업무 영역 확대나 공동점포 운영에 따른 효율성 제고 등을 꾀하고 있다. 다만 급격한 금융 환경 변화에 따른 금융 취약계층 이용 불편 해소 등은 과제로 남아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이 운영 중인 ATM은 1만8357개로 집계됐다. 전년 말(1만9539개) 대비 1082개 감소했다. 범위를 2019년 말로 넓혀보면 2년 만에 4대 시중은행 ATM이 2857개나 줄었다.

 

시중은행들이 ATM 운영을 축소하고 있는 건 디지털 전환(DT)에 따른 모바일뱅킹 수요 증가, 인력·비용 효율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결제 수단이 현금에서 카드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앞으로도 ATM 감소 흐름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용 빈도나 운영 효율 등을 따져봤을 때 ATM은 계속 감소할 것”이라며 “시대적 흐름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ATM뿐 아니라 영업점 자체도 줄여나가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이 운영 중인 영업점은 3079개로 전년 말보다 224개 감소했다. 신한은행이 1년 새 75개를 줄였고,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58개, 53개의 영업점이 문을 닫았다. 하나은행 영업점 역시 38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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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대신 시중은행들은 지능형자동화기기(STM)나 AI 기술 적용 등을 통한 고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예금 입·출금을 비롯해 통장 개설, 카드 발급 등의 업무까지 가능한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4월부터 서울 고속터미널역에 ‘KB디지털뱅크’를 연다. 이곳에선 STM과 화상상담 창구에서 업무를 볼 수 있는데, 은행 영업점처럼 통장 개설과 신용대출 신청 등 40여가지 금융 업무가 가능하다. 

 

신한은행 역시 AI 은행원을 디지털 데스크에 적용해 입·출금 및 예·적금 통장 개설, 잔액·잔고 증명서 발급, 신용·예금담보대출 신청 등 업무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AI 기술로 대부분 업무가 가능해 직원 업무 분배 및 효율화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 지붕 두 은행’ 실험도 이어진다. 그간 경쟁 과열과 전략 노출을 이유로 지지부진했던 공동점포 논의가 활발하다. 공동점포는 2개 이상의 은행이 하나의 공간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영 체제다. 

 

이미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다음 달 중 경기 용인에 공동점포를 열기로 했고,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경북 영주 등에 공동점포를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 중이다. 인력·비용 효율화를 위해선 경쟁 은행과의 동침도 감수하겠단 것이다. 

 

앞으로도 주요 시중은행들의 몸집 줄이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 소외에 대한 우려도 있다. 당장 상대적으로 창구 업무에 익숙한 고령층이나, 영업점이 산재한 지역 고객들의 불편은 불가피하다. 환경 변화에 따른 금융 접근성 보장과 교육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용석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영업점 수 감소의 결과 고령층과 장애인, 농어촌 지역 고객 등 일부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하락하자 각국 금융당국은 점포 폐쇄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국내 은행들은 점포 효율화 흐름 속에 비용 절감과 금융 소비자 편의를 함께 실현하는 공동점포 운영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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