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빅3’ 롯데·신세계·현대, 정기 주총 관전 포인트는?
[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유통 빅3’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이른바 '유통 빅3' 정기 주주총회(주총)가 이달 중에 열린다.
이들은 이번 주총에서 조직을 재정비하고 신사업을 추가하는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통 빅3 정기 주총 최대 관심사는 이사회 재정비와 신사업 추가다.
전 세계 지구촌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온라인 매출이 늘어난 가운데 사업 무게중심을 오프라인 영역에 둔 유통 빅3가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나선 셈이다.
■ 롯데, 와인 전문매장 등 사업 다각화와 '순혈주의' 깬 이사진 교체
유통 빅3 가운데 가장 큰 보폭을 보이는 업체가 롯데다. 롯데쇼핑은 오는 23일 정기 주총을 연다. 이날 주요 안건은 주류소매업, 일반음식점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기 위한 정관 변경이다.
롯데가 주류소매업과 일반음식점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이유는 롯데마트의 ‘보틀 벙커(와인 전문매장)’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점을 '제타플렉스(ZETTAPLEX)'로 변경하고 국내 최대 규모 와인 전문숍 보틀벙커를 선보였다.
보틀벙커가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위스키, 와인 등을 판매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오픈런(소비자들이 매장이 열리자마자 달려가 제품을 구매하는 것) '현상까지 빚어졌다. 와인 시음장 '보틀벙커 테이스팅 탭&소믈리에 리셉션' 에서는 와인을 50㎖씩 구매해 시음해볼 수 있다.
롯데마트는 창고형 할인점 맥스전주송천점, 광주상무점에도 보틀벙커를 입점하는 등 관련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이와 함께 롯데는 이사진 절반을 바꾼다. 이번 이사회 교체는 롯데 관행이었던 순수혈통을 깨고 외부 인사를 수혈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롯데쇼핑은 이번 주총에서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HQ 총괄대표 부회장과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 부사장, 장호주 롯데그룹 유통군HQ 재무혁신본부장의 신규 사내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다.
또한 사외이사로는 조상철 법무법인 삼양 변호사를 신규 선임하는 안건도 논의한다. 조 변호사는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다. 조 변호사는 검사 시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건을 담당한 바 있다.
이밖에 안건으로는 이사회 내 투명경영위원회,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 추가도 다룰 예정이다.
■ 신세계, 인터넷 경매 통한 미술품 판매 등 '예술 마케팅' 봇물
신세계백화점은 24일 주총에 △부가통신사업 △인터넷 경매 및 상품 중개업 △인터넷 광고를 포함한 광고업·광고대행업·기타광고업 △데이터베이스 및 온라인 정보제공업 △인터넷 콘텐츠 개발 및 공급업 등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특히 이 가운데 신세계가 인터넷 경매 및 상품 중개업을 추가한 것은 최근 수요가 높아진 미술품 판매를 본격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앞서 신세계는 지난해 3월 미술품 전시·판매·중개·임대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해 미술품 관련 사업을 확대했다. 또한 신세계는 지난해 말 국내 미술품 경매 회사 서울 옥션 주식을 사들였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콘텐츠 개발과 공급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 것은 차별화된 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신세계는 현재 전자책 대여서비스 ‘신백서재’, 음악감상 서비스 ‘지니뮤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현대百, 트렌드 맞춰 ESG 경영위원회 설치
현대백화점 주총은 이달 28일로 예정돼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주총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김현종 현대백화점 사장, 장호진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핵심안건으로 상정했다.
또한 사외이사로 박주용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 권영옥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고봉찬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의 재선임이 예정돼 있다.
현대백화점의 이번 주총에는 사업 목적이 추가되지 않지만 이사회 내 ESG 경영위원회 신설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ESG 경영은 최근 정 회장이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 경영전략 가운데 하나다.
현대백화점은 1985년 개점한 이후 줄곧 사용해온 흰색 바탕 쇼핑백 디자인을 최근 황색의 100% 재생용지로 모두 바꿨다. 백화점 업계에서 쇼핑백은 외부에 고품격 이미지를 알리는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현대백화점 친환경 소비 성향이 유통업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친환경 쇼핑백으로 변경했다.
현대백화점의 쇼핑백 변경에는 친환경에 대한 정 회장의 의욕이 담겨 있다.
정회장은 사장단 회의에서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진 만큼 현대백화점이 미래 세대에게 신뢰와 희망을 주는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친환경 쇼핑백 도입에 힘을 실었다.
이밖에 현대백화점은 지난 7일부터 전국 16개 점포에서 폐지와 폐페트병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365 리사이클 캠페인’을 시작했다. 폐지 2kg이나 폐페트병 7개 이상을 제출하는 고객에게 각각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H포인트 3000점을 증정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은 주주들에게 신사업을 보여줘야 하는 자리”라며 “주주들이 특별하게 반대할 이슈가 없어 대부분 안건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