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여성 사외이사'로 성별 다양성 확대…개정 자본시장법·ESG 경영 발맞춰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주요 보험사들이 최근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오는 8월 시행 예정인 새 자본시장법 시행에 맞춰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지난 18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또 삼성화재는 사외이사로 박성연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를 선임했다.
삼성화재의 첫 여성 사외이사인 박 교수는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과 중소벤처기업부 균형성장촉진위원, 한국마케팅학회장 등을 지낸 마케팅 분야의 전문가로 평가된다.
이에 앞서 삼성생명도 지난 17일 보험사 가운데 가장 먼저 주총을 열고 여성 사외이사로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선임했다.
허 교수는 소비자정책교육학회장과 소비자문화학회장, 금융감독원 은행증권 분쟁조정위원 등을 지내 전문성은 물론 여성 리더로서 상징성을 두루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보험사들이 이처럼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에 나서는 배경에는 오는 8월 시행될 예정인 개정 자본시장법이 있다. 개정 자본시장법 제165조의20은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사의 경우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해당되는 보험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미래에셋생명, 현대해상, 코리안리, 한화생명, 동양생명 등 총 9곳이다. 이 가운데 DB손보와 현대해상, 미래에셋생명은 다가오는 정기 주총에서 기존 여성 사외이사를 재선임할 예정이다.
DB손보는 오는 25일 예정된 정기 주총에서 문정숙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생명과 현대해상 역시 같은 날 정기 주총을 열고 각각 김학자 여성변호사회장과 김태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한다.
메리츠화재(김명애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경영학과 교수)와 코리안리(김소희 전 이화여대 특임교수), 한화생명(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동양생명(양샤오엔 장강경영대학원 부원장보)은 지난해 3월 정기 주총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한 바 있다.
보험사들의 여성 사외이사 선임은 최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ESG 경영에 발맞추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
ESG는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친환경 및 사회적 책임경영과 투명경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사회는 이 중 지배구조에 해당한다. 지배구조에서 성별 다양성을 확보해 남성 위주로 운영돼 온 이사회에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새 자본시장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 보험사들도 여성 사외이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 18일 정기 주총을 열고 김정연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김 교수는 금융소비자보호와 증권불공정거래, 금융시장 인프라, 기업 재무, 회사지배구조 등을 연구해 온 금융법 분야 전문가다. 외교통상부 서기관과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인천대학교 법학부 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교보생명과 신한라이프, KB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들은 이미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해 이사회 성별 다양성을 제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사회 내 여성이 소수인 만큼 성별 다양성 확보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또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롯데손해보험, NH생명보험, KDB생명보험 등 여성 사외이사가 없는 곳도 있어 보험업계 내 성별 다양성 확보는 요원해 보이기도 한다.
아울러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라 비자발적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확대하는 것은 다양성 반영에 큰 효과를 가져오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상용 보험염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 '이사회 다양성 추구와 금융회사 시사점'에서 "여성 이사 비중 증가는 이사회에 다양한 관점 및 경험을 제공해 회사의 성과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도 "법적 구속력에 의한 여성의 이사회 참여 확대는 기업 성과와 가치에 중립적이거나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제도적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을 통해 이사회 성별 다양성 제고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새 자본시장법 시행과 ESG 경영에 발맞춰 각 사마다 여성 사외이사를 모시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아직은 여성 사외이사가 없는 곳도 많지만, 제도적‧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이사회 내 성별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