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도약계좌 도입 초읽기, 거듭되는 이자 부담에 금융권 ‘울상’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청년도약계좌’ 도입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현 정권에서 운영하는 청년희망적금의 연속성이 유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수혜 대상자인 청년층의 기대가 크다. 하지만 이를 시행하기 위해 뒤따르는 은행권과 정부의 재정 부담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는 윤 당선인이 청년들의 목돈 마련의 기회를 주기 위해 선거 과정에서 공약한 정책 상품이다. 해당 상품은 만 19~34세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정부가 일정 부분 장려금을 지원해 최대 1억원의 자산을 만들 수 있도록 추진된다. 이는 가입자 납입금에 정부 장려금을 더해 10년 만기, 연 3.5% 복리를 적용하는 것을 가정해 구성됐다.
청년에게 목돈을 마련해 주기 위한 정책금융상품이라는 점에서 현 정부의 청년희망적금과 많이 비교되고 있다. 두 상품 모두 만기까지 정부의 재원을 더해 목돈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비슷한 구조다.
■ 같은 듯 다른, 청년희망적금과 청년도약계좌
청년희망적금 또한 만 19~34세를 대상으로 2년간 매월 50만원 한도 내에서 납입할 경우 은행 금리가 적용된 자금에 최대 36만원의 저축장려금을 추가로 지급한다. 금리는 5대 시중은행을 기준으로 기본금리는 연 5%, 우대금리 적용시 최고금리는 연 6%다. 여기에 이자소득세 면제 등을 포함하면 만기 시 최대 연 10%대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두 상품 모두 가입 대상 나이는 동일하다. 다만 청년희망적금과 달리 청년도약계좌는 소득에 따른 가입 제한을 두지 않을 방침이다.
이는 청년희망적금이 연 소득 3600만원 이하 청년만 가입할 수 있도록 해 불공정 논란에 휘말렸던 것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장려금 지급 체계에 차이를 뒀다. 청년희망적금이 가입자 모두에게 장려금을 지급한 것과 달리 청년도약계좌는 소득 구간에 따라 장려금의 차이를 두는 쪽으로 설계된다. 가입자가 연 소득 2400만원 이하일 경우 매달 30만원 한도에서 저축하고, 정부가 40만원을 지원한다. 연 소득이 2400만~3600만원일 경우 납입한도는 월 50만원, 정부지원금은 20만원으로 줄어든다. 연 소득 3600만~4600만원은 정부지원금이 월 10만원으로 줄어들고 4600만원 초과일 경우 정부지원금 대신 비과세 및 소득공제 혜택이 제공되는 구조다.
청년희망적금이 만기 시 한 번에 정부 장려금을 지급하는 단리 상품이지만 청년도약계좌는 매달 정부 장려금도 포함해 복리 이자가 붙는 점도 차이다.
또 100% 적금상품인 청년희망적금과 달리 청년도약계좌는 투자운용형태를 주식형, 채권형, 예금형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가입자에게 자금 운용 선택의 폭을 넓혔다. 사유가 있으면 중도인출이 가능하고 추가 가입 여부가 불투명한 청년희망적금과 달리 재가입도 허용되는 것도 다르다.
아직 청년도약계좌는 공약집에 담긴 내용을 제외하면 구체적인 실행안은 물론 도입 여부까지 모두 예상에 그치고 있다.
다만 대통령 인수위 차원에서 기존 청년희망적금 가입자가 청년도약계좌로 갈아탈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약 실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앞서 윤 당선인 캠프가 청년도약계좌를 발표하면서 “재정으로 지원하는 유사제도와의 중복 가입 및 지원을 방지하겠다”며 두 상품의 중복가입을 방지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바 있다.
이에 현행 청년희망적금에 이어 차기 정부가 내놓을 청년도약계좌에 대한 청년 수요자들의 인기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희망적금은 당초 예상인 38만명을 훌쩍 넘은 290만여명의 가입자가 몰리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 은행권 “관치형 상품으로 재정부담 전가” 불만 토로
하지만 해당 상품 시행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해당 상품 도입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 청년희망적금의 경우도 국가 재정으로 특정 연령대에만 수혜를 주는 것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았다. 이번엔 지원 범위와 금액도 크게 늘어나 불만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청년희망적금보다 지원 범위와 수혜 규모가 확대되면서 뒤따라올 재정 부담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청년희망적금은 출시 후 애초 예상보다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정부 지원 예산도 456억원에서 1조원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청년도약제도의 경우 정부 장려금과 비과세 혜택 등 차등 지원이 이뤄진다지만 가입 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데다 상시 가입이 가능하도록 설정된 만큼 가입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청년도약계좌 가입 대상인 20~34세 취업자는 약 630만명이다. 이들이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해 매월 최소 10만원의 지원금을 정부가 지원한다면 1년 예산은 7조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가입자가 10년 만기를 채우면 인원에 따라 관련 예산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상품을 운용하는 은행의 자금 부담도 덩달아 커진다. 청년희망적금 금리 5%(만기 2년, 단리)도 시중은행의 수신금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여기에 가입대상도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가입자에게 지급할 이자 부담이 적지 않았다.
청년희망적금 가입자 1인당 은행 지급 이자는 만기 2년 기준으로 62만5000원 가량 된다. 여기에 가입자가 예상치를 뛰어넘으면서 지급해야할 총 이자도 6000억~8000억원 가량 늘어났다.
청년도약계좌의 경우 적용 금리가 낮아졌다지만 복리가 적용돼 이자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입자가 만기를 채우면 1인당 지급해야 할 이자만 1340만3358원(비과세 적용기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청년희망적금 보다 21배 커진 규모다.
여기에 상시 가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은행의 이자 지급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청년도약계좌가 지속 가능한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합당한 정부 재원 마련 대책은 물론 시중은행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절한 금리 운용 방안 등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시중은행에서는 시장을 고려치 않는 일방적인 정책 상품을 강요하는 관치금융이 반복되는 것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정부 시책에 협조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정부 선심성 사업에 은행이 동원되는 것은 부담”이라며 “관치형 상품으로 금융시장에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제고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취지에 부합하는 정책 상품이 가능할지 은행들과 처음부터 같이 의논해 진행하는 것이 맞지 일방적 추진으로 은행에 부담만 지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