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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패키지 기판(FC-BGA)’가 뭐길래...삼성전기 1조6000억원 '통 큰' 투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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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3.23 04:45 ㅣ 수정 : 2022.03.23 04:45

‘FC-BGA’,고성능칩 외에 전기차· AI· 데이터센터에 핵심 부품
일본업체와 대만업체가 세계 1~3위 장악
FC-BGA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 11%대로 '눈길'
삼성전기, 패키지 기판시장과 고급제품 공략 위한 '통 큰 투자'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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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반도체 패키지기판 [사진=삼성전기]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글로벌 종합 전자부품 업체 삼성전기가 지난해 말 베트남 생산법인을 ‘FC-BGA(Flip-chip Ball Grid Array, 반도체 패키지 기판)’ 생산 거점으로 삼고 생산 설비와 인프라 구축에 1조3000억원을 투자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기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21일 부산 사업장에 FC-BGA 공장 증축과 생산 설비 구축에 약 3000억원을 투자했다.

 

FC-BGA 사업에 공을 들이는 건 비단 삼성전기만은 아니다. LG이노텍도 FC-BGA 사업담당을 신설해 FC-BGA 시설과 설비 투자를 결정했다. LG이노텍은 향후 추가 투자를 검토하는 등 FC-BGA 사업에 적극적이다. 이처럼 전자부품 업체들이 FC-BGA에 앞다퉈 생산 설비 증설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23일 업계에 따르면 FC-BGA는 전기 신호가 많은 반도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메인보드와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해 반도체 패키징 작업에 필수적인 기판이다. 반도체 기판은 과거에는 반도체를 보조하는 역할에 불과했다.

 

그러나 업체들이 최근 반도체 성능을 차별화하고 있어 패키징 작업도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기판에 대한 가치와 평가도 커지는 분위기다.

 

기업들의 새로운 미래 동력으로 주목받는 FC-BGA 성장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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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전자 FC-BGA 관련 자료 사진 [사진 = 대덕전자 홈페이지]

 

■ FC-BGA 수요 고공행진하는 이유 알고보니...

 

반도체 기판은 패키징(Packaging) 작업에 필요한 인쇄회로기판(PCB)의 일종이다. 패키징은 쉽게 설명하면 반도체 여러 개를 쌓거나 묶는 후공정 과정이다. 이때 기판은 반도체 칩이 메인보드와 전기 신호를 쉽게 교환할 수 있도록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반도체 기판은 전기가 사용되는 제품이라면 모든 곳에 사용된다.  

 

패키징 작업은 과거에는 회로를 보호하는 포장 작업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지금은 반도체 여러개를 함께 사용해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결정적인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도체 성능 차별화에  패키징 작업이 결정적 역할을 하다 보니 반도체 기판 중요도도 덩달아 커졌다. 

 

업계에서는 여러 개 칩을 하나에 패키징 하는 멀티칩패키지(MCP), 미세화 등에 대응할 수 있는 기판 기술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최근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반도체 기판은 FC-BGA다. 

 

이는 주로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전기 신호가 많은 고성능·고밀도 회로 연결을 요구하는 데 필수다.  FC-BGA가 과거에는 주로 고성능 칩에 사용됐지만 이제는 전기자동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그 활용 범위가 훨씬 넓어졌다.

 

CPU·GPU의 코어(연산 장치 단위)가 증가하는 만큼 반도체 기판 크기도 커져 FC-BGA 수요는 나날이 증가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세계 전역에서 발생한 CPU·GPU 공급난은 FC-BGA 몸값을 더욱 올리고 있다.

 

수요가 증가하면 그만큼 여러 기업체가 FC-BGA 생산에 뛰어들면 되지 않겠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FC-BGA는 안정성과 빠른 전송 속도를 요구하기 때문에 기술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은 분야다. 이에 따라 현재 세계 10여개 기판 업체만 FC-BGA를 양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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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픽사베이 및 각 기업 CI]

 

■ 삼성전기·LG이노텍 사활 건 FC-BGA 향후 전망은

 

전 세계 FC-BGA 시장은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이 나란히 시장점유율 1·2·3위를 기록해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대덕전자 등이 FC-BGA 투자를 늘려 이들 선두업체를  뒤쫓고 있다.  

 

삼성전기는 1991년 처음 기판 사업에 첫걸음을 떼 세계 유수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며 기판 업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플래그십 모바일 AP용 반도체 기판(FC-CSP)에서는 기술력이나 점유율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FC-CSP 점유에 만족하지 않고 FC-BGA 시장도 넘보고 있다. 삼성전기는 국내에서 FC-BGA 투자를 가장 먼저 단행해 전 세계 시장 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는 패키지 기판 시장을 공략하고 하이엔드 제품에 진입하기 위해 FC-BGA 사업에 총 1조6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 주주총회에서 “반도체 기판이 서버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며 “(FC-BGA) 고객 수요가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여겨져 생산량을 계속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향후 FC-BGA에 대한 삼성전기의 공격 투자를 예측할 만한 대목이다.

 

LG이노텍 또한 FC-BGA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여기고 후발주자로서 첫삽을 떴다. LG이노텍은 지난해 12월 이광태 상무를 주축으로 FC-BGA 사업담당, 개발담당 등 임원급 조직을 새롭게 구성했다. 올해 2월에는 이사회를 통해  FC-BGA 시설 및 설비에 413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FC-BGA와 제조 공정이 유사한  통신용 반도체 기판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LG이노텍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판 사업 역량을 활용해 FC-BGA 시장 공략에 성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0년부터 FC-BGA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 대덕전자는 올해까지 누적 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 중이다. 지난해 8월 FC-BGA 첫 제품을 생산해 출하한 대덕전자는 오는 2024년까지 FC-BGA에서 연매출 3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기업들이 FC-BGA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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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reepik]

 

시장조사업체 프리스마크에 따르면 반도체 기판 시장(매출액 기준)은 2020년 25% 성장한 가운데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10%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평균 성장률이 1.9%인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성장세임을 알 수 있다. 

 

이 가운데 특히 FC-BGA는 2020년을 기준으로 2019년에 비해 39% 성장했다. 과거 10년간 평균 성장률이 1.2% 수준에 불과했지만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11%로 예측돼  FC-BGA가 반도체 기판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향후 CPU, GPU 등과 같은 고성능 프로세서가 FC-BGA 수요를 이끌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고성능 프로세서는 추세적으로 복수 칩(Multi-Die) 패키지를 채택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10여개 이상 이종 칩 패키지 가능성도 있다”며 “복수 칩 패키지는 성능, 원가, 사이즈 등에서 강점이 있고 이는 필연적으로 패키지 기판 확대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이 앞다퉈 '통 큰' 투자에 나서면서 FC-BGA 시장 점유를 둘러싼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과연 세계 1·2위 이비덴과 신코덴키를 제치고 마지막으로 웃게 될 승자는 누가 될지, 그 주인공이 국내에서 탄생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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