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신용카드 납부' 금융당국-보험업계 엇박자…한화·교보생명 카드납 가능 상품 없어

김태규 기자 입력 : 2022.03.23 07:23 ㅣ 수정 : 2022.03.23 07:23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사진=freepik]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료 신용카드 납부를 유도하고 있으나 카드결제 비율은 여전히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일부 보험사들은 아예 신용카드 납부를 받지 않고 있어 소비자 불편은 물론 당국의 정책과 어긋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2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18곳의 지난해 4분기 기준 카드납지수는 5.0%로 나타났다. 금액으로 보면 지난해 전체 수입보험료 15조7245억원 가운데 신용카드 결제 금액은 7834억원이이다.

 

상품 종류별로는 보장성 상품이 9.3%(7414억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저축성 상품은 0.6%(233억원), 변액 상품은 0.5%(187억원)으로 집계됐다.

 

보장성 상품의 카드결제 비율이 높은 것은 카드결제 가능 상품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18개 생보사의 판매 상품 875개 가운데 카드결제가 가능한 상품은 555개다. 종류별로는 △보장성 661개 중 534개(80.8%) △저축성 125개 중 6개(4.8%) △변액 89개 중 15개(16.9%)뿐이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사들의 카드결제 비율은 30.8%로 생보업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카드결제 비율이 높은 자동차보험의 영향이다. 자동차보험을 제외하면 손보업계역시 카드결제 비율이 높지 않다.

 

지난해 손보사들의 전체 수입보험료 20조4615억원 중 카드결제를 통해 받은 수입보험료는 6조2929억원이다. 이 가운데 4조1535억원(66.0%)이 자동차보험 수입보험료다. 장기 보장성 상품의 카드결제 수입보험료는 2조960억원(33.3%)이며, 장기 저축성 보험의 경우 481억원(0.7%)에 불과하다.

 

생보업계와 손보업계 모두 카드결제 가능 상품의 수는 감소했다. 생보업계의 카드결제 가능 상품 비율은 2020년 64.1%에서 지난해 63.4%로 0.7%p 하락했다. 손보업계는 같은 기간 89.7%에서 87.4%로 2.3%p 떨어졌다.

 

금융당국은 2018년 2분기부터 생‧손보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보험료 신용카드 납부 등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신용카드를 통한 보험료 납부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시가 시작된 이후에도 보험료 카드납 지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손보업계의 경우 △2018년 25.6% △2019년 27.2% △2020년 28.6% △2021년 30.8%로 소폭 상승하고 있지만, 생보업계는 △2018년 4.3% △2019년 4.7% △2020년 4.5% △2021년 5.0% 등 5% 선에서 머물고 있다.

 

주요 생보사인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납입할 수 있는 상품이 아예 없는 상황이다.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카드납지수가 0.2%에 불과하다.

 

이처럼 보험사가 카드납입 배경을 꺼리는 배경에는 수수료 문제가 있다.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납입할 경우 보험사는 카드사에 2%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카드결제가 늘어날수록 보험사는 더 많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수수료 증가는 보험사의 사업비 증가로 이어진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화생명이나 교보생명 같은 대형사들은 카드납을 받지 않는다. 삼성생명도 삼성카드만 받고 있다"면서 "카드납의 소비자편익 증대 효과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자동이체를 설정해두면 납입일에 맞춰 납부가 되는데 굳이 카드를 통해 납부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카드사에 수수료 2%를 줘야 하는데, 이는 사업비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면서 "결국 보험료 인상 등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에서도 카드납을 활성화하려면 상품별 구분을 두거나 카드 수수료를 낮추는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이런 부분을 (금융당국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지 못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부연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카드납 활성화의 목표는 소비자 편익 증대인데, 카드납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소비자가 겪는 불편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카드납을 받는 보험사들은 TM(텔레마케팅) 채널 등의 결제 편의성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