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와 산업·경영의 미래 (9)] 자동차산업, '가상·증강현실' 기술로 혁신 엔진 장착! (중)
[기사요약]
가상·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생산운용 혁신 추진
효율적이고 안전한 작업장 설계, 정확하고 빠른 조립, 품질검사 및 AS 시간 단축 등
복잡성과 기대성과를 기준으로 혁신 프로젝트의 우선순위 결정
인공지능과 ICT(정보통신기술)의 발달,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의 확산 등에 따라 최근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의 역사는 어제, 오늘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산업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해 경영 프로세스와 비즈니스 방식을 혁신해왔다. 앞으로 메타버스에 의해 산업과 경영의 모습은 어떻게 바뀔까? 메타버스 관련 국내외 최신 동향과 기업들의 다양한 활용사례를 통해 산업과 경영의 미래를 그려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노재범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지난 1월 개최된 CES에서 ‘메타모빌리티’ 이상으로 조명받았던 현대차의 또 다른 키워드는 ‘메타팩토리(Meta-Factory)’다.
이는 현실의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를 디지털 가상세계에 그대로 구축해 제조 혁신을 추구하겠다는 비전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세계적인 가상·증강현실 기술기업 유니티(Unity)와 협업하여 2022년 말 완공되는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내에 메타팩토리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그 가상공장에서 차량의 주문과 생산, 품질관리, 인도, 애프터 서비스(AS) 등 자동차 생산운용 전반의 연구와 실증으로 실제 공장 운영을 보다 고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실, 현대차를 포함해 생산운용 혁신을 위한 자동차기업들의 가상·증강현실 기술 활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이 추진해왔던 구체적인 혁신 사례와 성과를 살펴보자.
• 효율적이고 안전한 작업장 설계
자동차기업들은 작업자의 인간공학적 특성을 고려하고,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한 생산라인과 작업환경 설계를 위해 가상·증강현실을 활용해왔다.
포드의 가상·증강현실 기술 기반의 실험실, FIVE(Ford's Immersive Vehicle Environment)에선 인간공학 연구자들이 실험 작업자의 신체에 50여개의 모션 캡쳐 장치를 장착해 5,000개 이상의 데이터 포인트를 기록한다.
그런 다음, 작업자의 손동작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3D 프린팅 기술로 조립 장비들을 재구성한다. 또한, 작업자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몸의 위치, 자세 등을 시뮬레이션한다.
포드는 신차가 출시될 때마다 900개 이상의 가상 조립작업을 평가하는데, 이 방식을 활용해 작업자의 부상을 70% 감소시켰으며, 인간공학적 문제를 90% 줄였다.
• AR 작업지침을 이용해 빠르고 정확한 조립 가능해져
자동차 완제품 생산을 위해선 보통 수만 개의 부품을 조립해야 한다.
과거에는 작업자들이 종이로 된 매뉴얼이나 컴퓨터 화면을 확인해가며 조립해야 했다. 조립해야 할 부품수가 많아 공정에 익숙하지 않은 작업자들은 불량품을 만들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현재는 대화형 AR 지침서와 작업가이드가 복잡한 종이 매뉴얼을 대체해 조립공정이 빠르고 정확해졌다.
한 예로, BMW는 프로토타입 조립단계에서 볼트 용접 작업을 3차원으로 안내하는 AR시스템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용접기에는 적외선 LED와 광학 추적 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AR 시각화로 작업자들은 작업해야 할 포인트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용접작업을 훨씬 더 빨리 완료할 수 있다.
• 품질검사 시간 단축과 정확도 향상
신차 생산을 위해선 그에 맞는 새로운 장비에서부터 여러 유형의 다양한 치공구(Jig and Fixture)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새로 도입한 장비와 치공구가 문제없는지 점검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이제 자동차기업들은 가상·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이러한 품질검사를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BMW그룹의 공구제작 및 플랜트 품질검사원들은 삼각대 위에 태블릿을 장착해 새로 도입한 장비의 이미지를 촬영한 다음, AR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주문했던 CAD 데이터와 겹쳐 비교해본다.
프레스와 같은 대형 장비의 경우, 드릴 구멍의 크기, 표면 특징 등 평균 50여개의 품질규격을 확인한다. 사소한 불량도 현장에 투입되기 전 조치할 수 있기 때문에 품질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 애프터 서비스 시간 단축
자동차가 전자화됨에 따라 차량의 내부구조가 급격히 변했고 복잡성도 증가했다. 이에 따라 애프터 서비스 담당 직원들이 작업 매뉴얼의 도움 없이 자동차를 수리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 자동차업체들은 AR 기술을 적용해 서비스 직원들이 시각적 안내를 받으며 수리작업을 단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포르쉐의 서비스 기술자들은 AR 안경을 착용하고 수리작업을 한다. 작업자가 수리해야 할 부분에 시선을 두면 AR 안경의 화면에 수리 방법이 표시된다.
또한 본사의 전문가가 수리 작업자의 시선 그대로를 확인할 수 있어 필요에 따라 즉시 자문할 수 있다. 포르쉐는 이 방식의 도입으로 서비스 시간을 평균 40% 단축했다.
• 복잡성과 기대효과를 기준으로 프로젝트 우선순위 검토
앞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가상·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자동차기업의 생산운용 혁신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돼 왔다.
그렇다면, 자원이 한정된 일반제조기업들이 생산운용의 어떤 부문에 가상·증강현실 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해야 할까? 글로벌 컨설팅사 캡제미니(Capgemini)의 연구는 이러한 질문에 어느 정도 해답을 제시한다.
캡제미니는 가상·증강현실실 기술을 활용한 자동차기업들의 생산운용부문 혁신 사례 연구를 통해, 가상·증강현실 프로젝트의 우선순위를 구분했다.
그림에서 종축(y축)은 대상 프로젝트의 복잡성이고, 횡축(x축)은 프로젝트 추진에 따른 기대성과다.
캡제미니는 복잡성이 낮고 기대성과가 높은 Must-do 프로젝트를 가장 먼저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그다음은 Need-to do(기대성과 high, 복잡성 high), Can-do(기대성과 low, 복잡성 low) 순으로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기대효과가 낮고 복잡성이 높은 프로젝트는 Case by case로 추진한다.
캡제미니의 이러한 제안은 자동차 관련 기업뿐만 아니라, 한정된 자원으로 가상·증강현실 기술을 도입하려는 일반 제조기업들에게도 유용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다음 편에서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자동차산업의 영업·마케팅 혁신 사례에 대해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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