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내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 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보험사들이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사옥을 매각하는 등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NH농협생명은 이날 2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수요예측이 흥행할 경우 최대 5000억원까지 증액해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후순위채란 회사가 파산 등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청산 절차를 밟게 될 경우 다른 부채를 모두 갚고 난 이후 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는 채권이다.
지난해 말 기준 농협생명의 RBC 비율은 210.53%다. 이번 후순위채 발행에 성공할 경우 RBC 비율은 1000억원 당 4.6%포인트(p) 상승하게 된다.
다른 보험사들도 후순위채를 발행하며 자본을 끌어모으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 7일 2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6월 499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며 가장 높은 금액을 기록했다.
KB손해보험도 같은 해 4월 379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으며, 미래에셋생명은 같은 해 3월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완료했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총 3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후순위채 발행은 발행금리와 조달비용이 낮은 편이어서 자본확충에 유리하다. 하지만 잔존만기가 5년 이내일 경우 자본인정비율이 매년 20%씩 차감된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확충에 나서는 배경에는 내년 도입되는 IFRS17이 있다.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부채 기준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된다. 또 후순위채는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부채가 아닌 자산으로 평가된다. 부채 규모가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변제순위가 후순위인 만큼 이자 부담이 크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는 수익성 악화 요인이 될 우려가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고, 이에 따라 국내 기준금리도 상승할 전망이어서 이자비용 부담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면서 "금리 상승기인 만큼 후순위채 발행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순위채 발행 외에 부동산 매각도 자본확충 방안으로 진행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서울 중구 남창동 본사 사옥을 매각했으며, 하나손해보험도 같은 해 서울 종로구 인의동 사옥을 매각했다. 사옥 매각으로 롯데손보는 2240억원을, 하나손보는 1000억원 이상을 확보했다.
신한라이프는 2020년 서울 중구 신한L타워를 2800억원에 매각한데 이어 직원 연수시설인 천안연수원 매각을 추진 중이다. 현대해상은 강남사옥을 한국토지신탁에 매각했다. 한화생명은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사옥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보험사들의 사옥매각은 내년 IFRS17과 함께 도입되는 K-ICS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로 평가하는 K-ICS는 보험사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에서 손실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기존보다 더 많은 준비금을 적립하도록 요구한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부동산 자산의 가격 변동폭을 6~9%로 보고 준비금을 적립하면 되는데, K-ICS 하에서는 최대 25%까지 적립해야 한다. 부동산을 보유하면 그만큼 준비금을 많이 쌓아둬야 하기 때문에 매각을 통해 자본건전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 제도 도입 준비와 금리인상이 겹치면서 자본건전성 관리가 중요해졌다"면서 "K-ICS 도입 전인 올 연말까지 보험사들의 사옥 매각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