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원격근무는 다 똑같다고?...메타플랫폼은 카카오와 정반대 전략

박희중 기자 입력 : 2022.03.24 11:04 ㅣ 수정 : 2022.03.24 11:04

카카오의 원격근무는 팬데믹 이후 종료되는 방어 전략
메타의 원격근무는 메타버스 시대 주도하려는 공격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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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사진=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플랫폼 경영진이 ‘독창적인 원격근무’를 실험 중이다. 의도적으로 회사 사무실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로 이동해 일을 하고 있다. 메타의 본사는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에 있는데, 경영진들은 유럽과 하와이까지 날아가서 근무를 한다. 

 

국내의 ICT기업들도 대부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대응책으로 ‘원격근무’를 선택했다. 사무실에 출근해서 감염의 위험을 높이기보다는 재택근무를 통해 안전을 지키려는 목적이었다. 팬데믹이 끝나면 사무실 근무로 전환할 예정이다. 

 

근무방식의 혁신을 주도해온 대표적 기업인 카카오만 해도 당초 올해 1분기까지 원격 근무 체제를 유지할 예정이었다. 2분기부터는 '유연근무제 2.0'을 시행하려고 했다. 부문별 책임자(CXO) 담당 조직별로 재택근무와 출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대확산으로 확진자가 폭증함에 따라 6월까지 비대면 원격근무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본질이 ‘방어적 원격근무’라고 볼 수 있다. 원격근무가 업무 효율성을 높여서 채택한 게 아니라 팬데믹을 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때문에 직원들은 수 개월동안 재택근무를 해도 임원급은 1주일에 최소 2,3번은 출근을 의무화한 대기업들이 많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알렉스 슐츠, 가이 로즌 등 하와이·영국·이스라엘에서 근무 중 

 

그러나 메타는 다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메타가 본사가 있는 실리콘밸리를 벗어나 세계 곳곳에 흩어져 '극한의 원격근무'를 실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우선 원격근무 대상과 장소가 극단적이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부터 하와이 등 실리콘밸리에서 멀리 떨어진 자택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의 제품관리부문 대표인 나오미 글라이트 부사장은 최근 동부 뉴욕으로 이사했다. 알렉스 슐츠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영국으로 이주할 계획이다. 가이 로즌 부사장은 조만간 이스라엘로 이주하기로 했다. 

 

하비에르 올리반 최고성장책임자(CGO)는 본사가 있는 미 캘리포니아주와 유럽을 왕래할 예정이다. 특히 미국 밖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을 예정이라고 이 회사 대변인은 전했다. 

애덤 모세리 인스타그램 대표 역시 최근 몇 달간 하와이, 로스앤젤레스(LA), 매사추세츠주 케이프코드를 오가며 원격 근무 중이다.

 

메타는 ‘원격근무’를 팬데믹과 무관하게 ‘일하는 법의 기준’으로 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트레이시 클레이턴 메타 대변인은 "지난 몇 년간 우리가 연결되고 일하는 방식에 관해 새로운 가능성이 생겨났다"며 "어떻게 일하느냐가 어디서 일하느냐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 메타버스로의 BM 대전환 위한 경영전략?

 

메타가 원격근무에 몰입하는 것은 비즈니스모델(BM)의 대전환을 염두에 둔 선택인 것으로 분석된다. WSJ에 따르면, 메타의 적극적인 '원격근무 포용 정책'은 지난해 10월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꾼 이후 본격화했다.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에 '올인'하면서 원격근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술에도 집중 투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메타버스 시장을 키우려면 팬데믹 이후에도 원격근무가 대세로 남아 있어야 한다. 원격근무의 기술적 문제점도 해결해야 한다. 

 

저커버그 등 메타의 경영진이 의도적으로 먼 나라에서 일을 하는 것은 메타버스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이야기이다. 

 

로건캐피털의 창업자 스티븐 리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메타버스와 새로운 직장 시스템 개발을 시도하는 회사라면 원격근무를 함으로써 배운다는 게 나쁜 방식은 아닐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경영위기 속 극단적 원격근무에 대한 비판도 제기돼 VS. 실리콘밸리의 일하는 방법 주도?

 

그러나 메타가 실적 악화 국면에서 새로운 실험을 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메타는 지난달 2일 시장을 실망시킨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32% 이상 폭락했다. 

 

이런 경영위기 상황에서 CEO와 최고위 임원들이 시차마저 심하게 다른 장소에 흩어져서 원격근무를 하는 게 과연 실효성을 거둘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만만치 않다. 

 

빌 조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임원들이 출근해야 협업과 전략 수립, 신뢰 구축이 원활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팀즈를 통해서도 접촉할 수 있지만 직접 나와야 의사소통할 수 있는 것들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최상위급 개발자들은 이미 사무실 근무를 강제하는 회사에서 이탈하고 있는 추세이다. 아무리 많은 연봉을 제시해도 재택근무 조건이 충족되지 못하면 미련없이 떠난다는 것이다. 

 

플랫폼 그리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가 산업의 지배력을 강화할 경우 저커버그의 ‘공격적 원격근무’ 실험은 시대를 앞섰던 선택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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