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분 기자 입력 : 2022.03.29 10:17 ㅣ 수정 : 2022.03.29 10:17
OCIO에 뛰어드는 증권사들...속속 전담 부서 신설 강화 CFD 출시 증권사...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 커질 수 있어 증권사들 중개형 ISA 출시...증권사들의 유치 경쟁 예고 가상자산 사업 눈독 들인 증권사들... 본격화 채비 관심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지난해 주식투자 열풍에 힘입어 성장세가 컸던 국내 증권사들이 대외 이슈 등으로 흔들린 증시를 대체할 만한 투자처 발굴에 한창인 모습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들이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및 차액결제거래(CFD), 중개형 ISA 출시, 가상자산 사업 등 다양한 신 수익원 창출을 위한 제도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역대급 유동성에 실적 잔치를 벌였던 증권가가 새 사업 찾기에 나선 것은 최근 글로벌 긴축 기조와 인플레이션 우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요 증권사 10곳(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키움증권·메리츠증권·대신증권·KB증권·하나금융투자·신한금융투자 등)의 순이익은 모두 '사상 최대‘를 달성했다.
■ OCIO에 뛰어드는 증권사들...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선두로 속속 전담 부서 신설
OCIO 시장 확대가 예상되면서 이를 또하나의 미래 먹거리 타이틀로 여긴 주요 증권사들 간 선점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까지 도입되면 OCIO 시장 규모가 향후 1000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여기에다 새로 도입될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역시 OCIO 시장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그간 운용사 중심 OCIC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한국형 OCIO 제도라고 불리는 국내 OCIO 시장의 역할 및 권한, 자금의 집합에 의한 규모의 경제와 수수료 체계 등 많은 부분에서 해외시장과는 다른 구조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는 있다.
증권사들은 주요 기관 및 기업의 OCIO 선점 및 확대를 위해 인력을 별도 조직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증권사 수장들이 OCIO 시장 확대에 대비한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고 직접 조직 운영을 맡고 있기도 하다.
NH투자증권은 기관자금 운용 자문과 지원 기능을 담당할 OCIO 사업부를 신설해 전문적인 역량 강화에 나섰다. 이 외에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등이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기금운용을 OCIO 형태로 운용하는 것은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며 “다만 고려해 볼 점은 OCIO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 지금까지는 공적 성격을 갖는 기금들이 많아 평가에만 치우쳐 왔으나 금융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체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 CFD 출시 증권사...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경쟁 치열 예고
국내 증권사들이 차액결제거래(CFD) 시장에 속속 뛰어들며 치열한 경쟁이 예고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를 할 수 있는 주체가 전문투자자로 한정돼 있으나, 최근 진입 요건이 낮아져 CFD 시장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CFD 거래의 주요 특징은 최소 증거금(40%)으로 최대 2.5배의 레버리지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 매도 가능 종목에 한해 신규매도(공매도) 진입도 돼 주가 하락 시 공매도 전략 등 양방향 매수와 매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CFD 거래는 파생상품으로 분류돼 있어 순수익 분에 한해 11%의 파생상품 양도소득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대주주 양도소득세 및 배당소득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레버리지 투자 상품이라는 특성상 반대매매 발생 등 시장에 혼란을 줄 가능성이 있어 그에 따른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CFD시장은 최근 3년 사이 8배 가까이 증가했고, 지난 2019년 계좌잔액 1조원을 돌파한 뒤 올 상반기 4조884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금융감독원 자료로는 개인전문투자자 등록 건수가 2만1611건으로, 지난 2019년 11월 말(2783건) 대비 8배 가까이 급증했다.
CFD란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도 매수가격(진입가격)과 매도가격(청산가격)의 차액만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외 파생상품이다. 주식 거래는 증권사가 대신 해주는 방식으로 일정 규모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이때 CFD 최저증거금률이 10%에서 40%로 높아지자 증권사마다 수수료율을 인하 경쟁도 만만치 않을 듯 하다.
현재 CFD 상품을 가장 먼저 출시한 증권사는 교보증권으로 모두 13곳이 출시한 상태다. 대형 증권사로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증권 등이 뛰어 들었다.
장효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업계가 CFD 서비스를 통해 일반 주식 거래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 및 금융 이자 수익 등을 얻을 수 있어 새로운 수익원으로 기대해볼 만하다"며 "다만 CFD 시장 활성화는 높은 투자 위험도, 세금 회피 수단으로의 활용 가능성 등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고 조언했다.
■ 내년 소득세 도입, 절세효과 주목...증권사들 중개형 ISA 출시 속속 늘어나
증권사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자 수가 은행 가입자 수를 넘어서고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자 이를 선점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유치 경쟁이 점점 치열지는 양상이다.
증권사로 ISA 가입자와 투자금액이 급격히 쏠린 이유는 지난해 신설된 ‘투자중개형 ISA’ 상품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내년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앞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선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는 ISA 계좌가 절세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말 기준 중개형 ISA 가입자 수는 306만5938명으로, 누적 투자 금액은 4조4172억원에 달한다. 지난 2020년 말 기준 193만명으로 200만명을 하회했으나 1년새 150만명 가량의 가입자가 증가한 것이다. 1년 만에 ISA 계좌 가입자 수가 대폭 늘어난 이유는 지난해부터 증권사들이 출시한 투자중개형 ISA 상품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이유로 올해 1월 가입자 수와 투자금액 증가폭이 커졌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앞서 정부는 서민과 중산층 지원 정책을 앞세워 ISA라는 상품을 만들었으나 국내 주식을 사고 팔수 없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불편함으로 지적돼 왔다.
국내 증권사 중 키움증권과 삼성증권 등을 시작으로 교보증권,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증권, 대신증권 등 각 증권사들이 다양한 혜택을 탑재한 중개형 ISA를 출시하며 고객 모시기에 뛰어들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 도입되는 금융투자소득세를 대비해 비과세 되는 ISA계좌를 미리 준비하면 좋을 것 같다”며 “증권사들은 물론 투자자들 역시 새로운 수익 창구로 여겨 앞으로 더 수수료 면이나 혜택 등에서 경쟁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가상자산 사업 눈독 들이는 증권사들...본격화 나서
최근 국내 증권사들의 신 수익원으로 가상자산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는 눈치다. 가상자산 사업은 증권사의 기존 사업 모델과 연속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성장성이 커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 증권사에선 관련 법이나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탓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디지털 자산 시장 육성을 위해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마련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등 향후 관련 법제 마련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상자산 사업은 미래의 고객이라 할 수 있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암호화폐는 물론 비트코인, 대체불가토큰(NFT) 등 디지털자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도 증권사들이 관심을 갖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프라 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은 올해 6월까지 가상자산의 제도적 수용 방향 연구 용역을 통해 입법을 지원하며, 11월까지 증권형 토큰(STO) 플랫폼 구축 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3월 특정금융정보의 보고와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으로 제도권 내에서 가상자산 사업자의 지위를 획득했다. 이에 증권사의 경우 증권과 암호화폐 거래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서 투자자들은 수익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환호하는 분위기다.
국내 증권사 중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SK증권 등이 사업 진출을 위해 증권형토큰(STO) 개발 및 발행을 위한 인재 영입도 한창이다.
정규진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시장규모는 55조2000억원이다”며 “NFT나 메타버스를 비롯해 스테이킹과 같이 블록체인 기술 활용한 비즈니스가 많아지고 투자방식이 다변화되면서 신규 투자자 유입 증가세가 지속될 전망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