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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논리'에 골병 드는 한국전력, 3가지 '합리적 승부수'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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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도원 기자
입력 : 2022.03.31 06:37 ㅣ 수정 : 2022.03.31 06:37

화력발전 비중 높아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현실화는 필수과제
탈원전으로 인한 적자규모를 정확하게 산출, 경영 영향 평가해야
신재생에너지 생산단가에 대한 객관적 평가 실시해 한전의 발전 포트폴리오에 반영해야
당장의 민심 의식해 공기업인 한전 부채 늘리면 미래세대 부담만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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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아파트 전기계량기 앞을 주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한국전력이 지난 29일 올해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하기로 함에 따라 더 깊은 적자의 수렁에 빠지게 됐다. 한국전력은 지난 20일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 당 3원 인상하는 방안을 공지하고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등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초에는 산업부가 이번에는 인상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전기요금 동결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다. 때문에 현 정부가 임기를 2개월 남긴 상태에서 연료비 조정단가를 인상하려는 것은 새 정부에 부담을 준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산업부는 윤 당선인 측의 입장을 감안해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을 연기했다는 관측이다. 결국 신구 정치권력 간의 신경전으로 인해 전기요금 인상 계획에 차질이 생김으로써 한전의 적자폭이 급격히 확대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국민의 더 큰 부담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한전의 적자구조...탈원전으로 발전 단가 인상, 값비싼 화력 발전 비중 증가, 신재생에너지 구입단가 급등

 

높은 영업이익을 자랑하던 우량 공기업이었던 한전은 현 정부의 탈원정책 및 신재생에너지(태양광 및 풍력) 드라이브로 인해 발전 단가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겪어왔다. 연료비 가격이 높은 화력발전 비중도 높아졌다. 따라서 지난해 한전의 경영 합리화를 위해 화력발전 연료비가 오르면 소비자용 전기요금 가격을 인상하도록 한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으나 지난 1년 동안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액은 0원이다.

 

한전이 산정한 올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33.8원/kWh이다. 급등한 석유, LNG(액화천연가스), 석탄 등의 화력발전 연료 가격을 반영한 수치이다. 그러나 연료비 조정단가 변동폭은 최대 분기 당 3원/kWh, 연간 5원/kWh으로 묶여 있다. 이런 제한된 가격 인상마저도 실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한전은 '경영논리'를 포기한 채 '정치 논리'에 의해 골병이 들고 있는 셈이다. 

 

■ 2022년 예상 적자 20조원, 지난해 기준 부채는 145조원 / 누적 부채 165조 시대 눈 앞에 / 한전 관계자, "예정된 전기요금 인상만으론 적자 탈피에 큰 도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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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체계 개편안 주요내용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지난해 1월 개편된 전기요금 체계는 기본요금에 기준연료비, 연료비조정요금, 기후환경요금 등이 더해져 구성된다. 이번에 동결된 연료비 조정단가는 연료비조정요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준연료비는 직전 1년간 평균 연료비다. 정부는 오는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kWh당 4.9원씩 총 9.8원 기준연료비를 올리기로 결정했다. 기후환경요금은 대량의 온실가스가 나오는 발전시설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환경요금이다.

 

오는 4월부터 기존 kWh당 5.3원에서 7.3원으로 2원이 오른다. 연료비 조정단가가 동결됐지만 4월부터 소비자 전기요금은 kWh당 6.9원이 인상된다. 10월에는 kWh 4.9원이 추가로 오를 예정이다. 그러나 이 정도 인상분으로는 한전이 적자 수렁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한국전력의 한 관계자는 3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여러 증권가에서 올해 한국전력의 적자가 2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며 “예정된 전기요금 인상만으로는 이와 같은 적자를 벗어나는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 우크라이나발 국제유가 급등이 장기화될 경우 한전의 연료비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의 2022년 영업적자 전망치는 19조9000억원에 달한다. 국제 유가 및 석탄가의 상승분을 고려한 결과다.  

 

한전의 부채는 지난해 기준 145조원으로 추산된다. 올해 적자가 20조원을 상회한다면 누적 부채는 165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공기업인 한전의 부채는 국민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 당장 전기요금을 동결해 민심을 달래는데 치중할 경우 더 큰 부담을 미래세대에게 지우는 행위이다.  

 

■ 적자구조 탈피하려면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려는 '합리적 승부수' 필요해 / 연료비 조정단가 3원/kWh 인상해도 여전히 30.8원/kWh 손실 보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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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뉴스투데이]

 

그렇다면 대책은 무엇일까.  한전이 적자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직접 해결하려는 3가지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업계의 지적이다. 한전의 경영 합리화를 위해서 그 승부수는 민심에 휘둘리지 말고 합리적이고 이해타산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화력발전 비중이 높은 현 상황 속에서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을 '현실화'해야 한다. 한전의 관계자는 “한국전력의 매출에서 연료비는 80%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며 “연료비 조정 단가를 산정할 때 참고하는 연료는 유연탄, LNG, 벙커C유 등이다”고 말했다.

 

한전에 따르면 유연탄, LNG, 벙커C유 등의 가격을 포함한 2분기 실적연료비(3개월 평균 연료비)는 kg당 584.78원으로 기준연료비인 338.87원(1년 평균 연료비) 대비 72.6% 상승했다. 

 

결국 최근 3개월 간 오른 연료비를 고려해 전기요금을 올려야 적자를 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정해야하는 연료비 조정단가는 실적연료비에서 기준연료비를 차감한 변동연료비 값에 변환계수를 곱한 수치로 올해 2분기 kWh당 33.8원이다.

 

그러나 소비자 보호 장치에 따라 연료비 조정단가는 분기당 최대 3원까지만 올릴 수 있다. 이를 고려해 한전이 제시한 올해 2분기 조정단가 또한 33.8원이 아닌 3원이었지만, 이마저도 동결된 것이다. 사실 이번에 한전이 연료비 조정 단가를  kWh 당 3원 인상했다고 해도 적자누적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여전히 kWh 당 30.8원의 손실을 봐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전력이 발전사에서 전력을 사들일 때 지불하는 가격인 전력도매가격(SMR) 또한 크게 상승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9일 기준 SMP는 kWh당 195.68원이다. 지난해 12월 148.67원 대비 31.6% 상승했다. 결국 실적연료비와 SMP는 시간이 갈수록 계속 오르는데 전력 판매단가는 동결돼 전기를 팔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탈원전으로 인한 적자 규모를 정확하게 산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전기 생산단가가 낮은 원전 비중이 빠르게 감소됨에 따라 한전의 경영이 악화됐다는 비판은 많지만, 정부는 이 같은 견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탈원전 혹은 감원전 정책의 한전 경영 영향 평가가 실증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태양광,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의 생산 단가에 대해 정확한 조사 및 평가를 실시하는 것도 또 다른 과제이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가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최근 3년 동안 한전의 재생에너지 구입 단가는 56% 상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생에너지 생산이 친환경 산업인 것은 분명하지만, 한국적 상황에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여부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실시해 한전의 발전 포트폴리오 구성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전의 관계자는 “일단 전기요금 인상이 우선이고 유가가 떨어지기를 바라는 상황이다”며 “더불어 탈탄소 정책을 추진해야하는데 발전기를 돌릴수록 탄소배출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어 정책적인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화력발전 비중을 높게 유지하는 것은 경영합리화 뿐만 아니라 탈탄소정책 관점에서도 적절치 않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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