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HDC현산 등록말소 피했지만 주총장에 울려퍼진 '주주들'의 분노
주총에 평소 대비 5배 많은 125명 주주 참석…HDC현산 위기 질타
정몽규 前회장에 배당금·퇴직금 반환 요구 목소리 높아
HDC현산 “환골탈태하는 각고의 노력으로 신뢰회복에 최선” 다짐
[뉴스투데이=김종효 기자]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발생한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와 관련해 원청사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에 30일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으로 8개월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했다.
이에 따라 한때 항간에 나돌던 HDC현산 등록말소와 같은 벼랑끝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8개월 영업정지 행정처분은 지난 1월 광주 화정 붕괴사고와 관련된 처분이 아닌 지난해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와 관련된 것이다.
특히 이번 영업정지로 HDC현산은 건설 수주활동에 아예 참여하지 못하는 경영 위기에 놓였다.
설상가상으로 서울시가 광주 화정 붕괴사고와 관련해 전담조직을 구성해 6개월 이내로 등록말소 등을 포함한 강력한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학동 건물 붕괴사고에 따른 8개월 영업정지에 이어 광주 화정 붕괴사고에 따른 1년 추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HDC현산이 건설업 등록 말소(면허 취소)로 건설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듯 29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HDC현산 정기 주주총회장 분위기는 그 어느때보다 무거웠다.
이날 권순호 HDC현산 대표이사 의장은 전남 광주시 붕괴사고 등을 언급하며 “큰 실망 끼쳐드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등록말소 위기까지 몰려 주주들 질타가 쏟아진 것에 대해 권 대표이사 의장은 “뼈아픈 반성과 엄중한 책임감으로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환골탈태하는 각고의 노력으로 소비자와 주주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HDC현산 경영진이 환골탈태를 약속하며 연신 고개를 숙였지만 주주들의 격앙된 목소리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주주들은 HDC현산을 질타하면서 물러난 정몽규 회장의 퇴직금과 배당 반납까지 요구하는 사태로 번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 회장이 이미 사퇴했지만 여전히 대주주이기 때문에 배당금이 150억원에 달하며 퇴직금도 68억원으로 정해졌다고 주장하며 이를 모두 반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HDC현산 측 주장은 달랐다. HDC현산이 이날 보통주 1주당 600원의 배당을 결정해 배당금 총액은 395억원으로 결정됐다. HDC가 HDC현산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고 정 회장은 HDC 지분 33.6%를 보유 중이다. 이에 따라 HDC현산은 정 회장 배당금이 50억원대라고 설명했다. 퇴직금은 개인정보라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HDC 역시 이날 주주총회에서 1주당 250원 배당을 결정해 총 배당금액 137억500만원을 책정했다. 정 회장 배당금은 46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 대표이사 의장은 정 회장 배당금과 퇴직금 반납 요구 주장에 “(정회장) 본인이 결심해야 하는 개인 문제다. 회사 차원에서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주총에서는 광주 화정 붕괴사고 손실 및 대책도 나왔다. 김홍일 경영본부장은 영업보고서에 광주 붕괴사고 손실액 1754억원을 반영했다며 이 금액은 △사고가 난 201동만 철거하거나 재시공할 때 △2단지만 철거 및 재시공할 때 △1~2단지 모두 철거 및 재시공할 때 등 3가지 시나리오의 평균값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HDC현산은 향후 안전정밀진단을 거쳐 철거 및 재시공 방향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손실액이 바뀌면 다시 공시한다.
정익희 각자 대표이사 겸 최고안전책임자(CSO)는 사고 재발대책으로 △안전진단 진단팀 신설 △연 2회로 점검 기준 대폭 상향 △고위험 현장 월례 점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주주들은 HDC현산과 관련한 잇단 참사에도 내부감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책임 있는 경영진에 대한 징계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날 안건으로 올라온 정 CSO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독립성·객관성 측면에서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정 CSO의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하는 주주들은 “기업 이익을 추구하는 사내이사 직책과 안전·품질관리를 우선해야 하는 CSO 직책은 이해 충돌이 생긴다”면서 반대했다. 이에 고영호 미래혁신본부장은 “상근하는 사내이사가 어려움을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며 "CSO 소속 위원회를 최고경영자 간섭을 받지 않도록 별도 분리하고 인사·예산권을 줘 독립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평소보다 5배 가량 많은 주주 125명이 참석한 이날 HDC현산 주총에서는 △유병규 대표이사·정의희 대표이사 겸 CSO 사내이사 선임 △권인소 카이스트 교수 사외이사 선임 등이 가결됐다. 이사회 내 안전보건위원회 설치 안도 가결됐지만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 정관 신설 안은 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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