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뒤흔든 ‘펀드시장’…1분기 수익률, 원자재 ‘高’·동유럽 ‘低’
원자재 펀드, 상위 7개 평균 수익률 40% 웃돌아
러시아 펀드는 최저 –81.06%…상각하기도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원자재 관련 펀드가 국내 펀드 시장에서 올해 1분기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반면, 러시아와 동유럽 지역 관련 펀드의 수익률은 바닥을 쳤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주면서 투자자들의 희비가 갈린 것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1월 3일~3월 31일)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펀드는 신한자산운용의 ‘신한에너지인덱스플러스증권자투자신탁제1호[채권-파생형]’으로, 해당 기간에 45.8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어 ‘삼성WTI원유특별자산1[WTI원유-파생형]’과 ‘KB북미생산유전고배당특별자산[인프라-재간접]A’가 각각 45.06%와 44.51%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고수익을 기록한 펀드들은 원유 등 원자재를 기초 자산으로 한 펀드들로,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 중 7개가 원자재 관련 펀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해당 펀드들의 지난 3개월 평균 수익률은 40%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수익률 하위 10개 펀드는 모두 러시아와 동유럽 지역을 기초로 한 펀드들이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러시아업종대표증권자투자신탁1호[주식]’은 해당 기간 –81.0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펀드의 자산은 42.93%의 주식과 57.07%의 유동성 자산으로 구성됐다.
뒤를 이어 ‘미래에셋연금러시아업종대표1호[주식]’과 ‘미래에셋동유럽업종대표1호[주식]’가 각각 –80.79%와 –67.3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펀드의 수익률이 갈린 것을 두고 러시아 전쟁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된 것에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원자재 펀드의 강세는 예상보다 길게 지속되는 전쟁으로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의 원유 수출이 제한되면서, 그에 따라 국제유가도 폭등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 국제 증시가 부진하면서 원자재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 측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기준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주가가 부진한 상황에 원자재 펀드로의 관심이 급등하며 연초 이후 5554억원 규모의 자금 유입이 있었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협상에 대한 낙관론이 후퇴했고, 미국의 원유 비축량이 감소하는 등 유가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원자재 펀드의 강세도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러시아와 동유럽 관련 펀드의 약세는 서방의 제재에 따른 자산 가치의 하락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지난달 9일 MSCI 모든 지수 내 러시아 주식에 대해 0.00001달러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석유 생산 업체 가즈프롬네프트(Gazprom Neft)와 인터넷 기업 얀덱스(Yandex) 등의 주요 러시아 주식들의 가격이 0원에 수렴하며, 이 주식들을 자산으로 구성된 펀드들도 영향을 받았다.
이처럼 펀드 수익률이 추락하자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펀드를 상각하기도 했다.
지난달 8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통해 러시아 관련 기초 자산 기준가를 재평가해 적용한다고 판매사에 전달했다. 당시 상각 대상은 러시아 상장 주식과 미국 상장 러시아 주식으로, 50%의 상각률을 적용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러시아 펀드들은 매입과 환매는 안 되지만 주로 주식예탁증서(GDR)에 투자해 정상적으로 기준가를 산출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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