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조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놓고 카카오·롯데·SK·GC 등 업계 4강 각축전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5년 내 610조원으로 커지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잡아라"
국내 기업이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흔히 '스마트 헬스케어'로 불리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의료 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해 개인 맞춤형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말한다.
스마트 헬스케어는 의료, 바이오, ICT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고령층 인구와 만성 질환자가 늘면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인공 지능(AI) 기술이 고도화되고 빅데이터가 쌓이면서 암 등 난치병과 만성 질환 진단과 치료가 훨씬 더 정밀해지고 의약품 개발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어 새로운 먹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카카오를 비롯해 롯데, SK C&C·종근당 컨소시엄, GC케어(녹십자)·LG CNS·LG유플러스 컨소시엄 등이 최근 앞다퉈 시장에 진출해 업계 '4강 구도'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IT 기술에 의료 시스템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10일 시장조사업체 GIA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2020년 1252억달러(약 180조원) 규모에 달한다. 이 산업은 연평균 18.8%씩 성장해 2027년에는 5088억달러(약 610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롯데 등 국내 주요 기업, 고객 맞춤형 디지털 건강관리 상품 개발에 박차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새로운 먹거리로 등장하면서 국내 주요기업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GC케어는 최근 ‘LG CNS’, ‘LG 유플러스’와 함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GC케어는 시스템통합(SI)업체 LG CNS, 이동 통신업체 LG유플러스와 손잡고 데이터 기반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 3개 업체는 고객이 가족 건강, 자녀 성장, 음식 소비 등 관련 데이터 제공에 동의하면 GC케어는 식이요법, 영양소 정보 등을 추천한다. 이를 토대로 LG유플러스는 멤버십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식료품 매장을 안내한다.
이에 질세라 SK C&C도 종근당 등 제약업체와 손잡고 ‘건강검진 데이터 기반 지능형 건강관리 플랫폼’을 내놓는다. SK C&C는 건강관리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최근 아모레퍼시픽, 종근당건강, 메디에이지 등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이들 업체는 AI와 빅데이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 건강 정보를 분석할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이른바 '지능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확보한 개인별 건강 정보를 토대로 건강기능 식품과 운동 콘텐츠를 추천하고 피부와 정신건강 관리 서비스 등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도 차세대 먹거리 시장 공략에 고삐를 쥔다. 카카오는 가칭 '카카오헬스케어' 법인을 신설해 세계 시장 진출 채비에 나섰다. 이에 따라 카카오헬스케어는 앞으로 모바일 기반의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를 갖출 방침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카카오브레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다른 카카오 계열사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사업을 완성할 계획이다.
롯데그룹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롯데그룹 지주회사 롯데지주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롯데헬스케어'를 설립하기로 했다. 출자금이 700억원에 이르는 롯데헬스케어는 진단과 처방 등 건강관리 영역에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 코로나19와 고령화 추세로 향후 성장 전망 '탄탄'
엄밀하게 따지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불과 수 년전만 해도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국내 기존 의료기술 수준이 많이 발전한 상황에서 굳이 AI 등 첨단기술과의 접목 필요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고령화 추세가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기존 관념을 크게 바꿨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질병이 창궐하면서 보다 치밀하고 과학적인 건강관리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한국이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고령층 인구가 유망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들은 건강관리와 고령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전망이 커지면서 다른 업종에 비해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대기업 참여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규모도 커지고 더욱 고도화된 기술을 갖춘 사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개인 의료정보 취득 규제 완화가 해결해야 할 과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전망은 매우 밝지만 개인 정보 누출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현재 국내 법규상 개인의 의료 정보를 제약업체나 일반 대기업이 취득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업계는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기업의 환자 등 개인 의료 정보 수집에 크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이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이 제공한 기기를 사용한 일반 소비자가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후 이를 거듭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 내원해 정밀검진을 받았는데 정상으로 나왔다면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정보상 오류와 금전적인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의 이러한 지적에 디지털 헬스케어 관계자는 손사래를 쳤다.
익명을 요구한 디지털 분야 전문가는 “개인 정보 유출을 우려한 소비자가 자신의 의료정보를 많이 공개하지 않아도 될 만큼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의 첨단 기술력이 돋보인다"며 "특히 모바일 앱을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은 개인정보 유출 극소화와 첨단 맞춤형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가 GC케어다. GC케어는 헬스케어 업계 1위 기업 ‘유비케어’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유비케어는 병·의원의 다양한 헬스케어 솔루션을 구축했으며 EMR(전자의무기록)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GC케어 자체적으로 고객의 건강검진 데이터도 갖고 있다. 결국 고객이 개인 정보 사용에 등의하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는 채비를 갖췄다.
GC케어 관계자는 “유비케어가 현재 개발 중인 만성질환 관리 플랫폼 ‘아이쿱’을 인수해 고객(환자)의 후속 모니터링이 가능해졌다”면서 “검진을 통한 예방부터 질환 관리까지 아우를 수 있는 환자 중심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반을 이미 마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