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 단체, 보험사 '일방적 약관 해석' 비판…"DB손보, 정신질환 사망 보험금 지급 거부"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금융 소비자단체가 손해보험사의 일방적 약관 해석으로 인한 보험금 지급거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은 10일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으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의 보험금을 상해사망이나 질병사망이 아닌 면책사유인 정신질환으로 판단해 지급거절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금소연은 더욱이 보험금 지급사유 및 면책사유는 약관상 중요한 사항으로 계약자에게 반드시 설명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설명 없이 판매해 놓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부당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금소연에 따르면 53년생인 김모씨는 지난 2009년 6월 DB손해보험 컨버전스보험에 가입했다. 컨버전스보험은 주계약이 상해보험이고 질병특약이 있어 어떤 사망이라도 보상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김씨는 2015년 10월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걸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씨의 유족은 산업재해상 질병사망을 인정받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재해질병사망보험금을 받았다.
유족은 DB손보에도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DB손보는 "자살은 상해사망의 면책사항이며, 질병사망은 정신질환을 제외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금소연은 "손보업계는 질별사망 외에 기타사망의 개념을 두고 '정신질환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 또는 자해로 1급장해 상태가 된 경우'는 질병사망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이는 자살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선 정립한 생명보험 표준약관과 일치시키기 위해 2016년 4월 손해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하며 명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DB손보는 약관 명확화 이전 사고라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며 "상해 사망이 아니라면 질병사망 보험금이라고 지급해야 하는데, 양쪽 모두 해당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금소연은 DB손보 측이 가입자에게 '정신질환은 모든 보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을 설명했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제4항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법 조항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약관 내용을 분명히 밝혀 이해할 수 있도록 하지 않고나 약관상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지 않을 경우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배홍 금소연 보험국장은 "DB손보의 컨버전스보험은 주계약은 상해, 특약은 질병보장으로 어떤 사망이라도 보상해주는 상품"이라며 "극심한 우울증으로 인한 사망은 생명보험사에서도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약관설명도 없었기에 당연히 지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DB손보 측은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약관상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의 경우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DB손보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신질환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에는 보험금 지급을 할 수 없다고 약관상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