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중 기자 입력 : 2022.04.12 15:12 ㅣ 수정 : 2022.04.12 15:12
반도체 특성화 대학 지정 통한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 추진 반도체 인재 '3만명 부족' 해결을 정조준한 대학개혁 시동 걸 듯 바이든 행정부의 520억 달러 규모 '미국 경쟁법' 벤치마킹한 인센티브 정책도 추진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비율 확대 및 반도체 공장 신증설 인허가 단일화 추진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수도권 대학정원 확대가 추진된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학 반도체학과 졸업생은 연간 650여명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2022년부터 2031년까지 총 3만명의 반도체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학력 수준이 높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수도권 대학에 관련 학과의 증원 및 신설이 내년부터 가능해질 경우, 반도체 산업의 인재대란이 수년 뒤부터는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반도체 초격차 확보를 위한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모리 분야에 편중된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이 새로운 먹거리로 점찍은 시스템반도체 및 파운드리 분야 등을 집중 지원하기 위해 인재 육성, 투자 인센티브 제공, 규제 해소 등을 골자로 한 대규모 정책 전환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정책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520억 달러 규모의 지원방안을 담아 추진하고 있는 '미국 경쟁법'을 벤치마킹한 정책으로 분석된다.
김기흥 인수위 부대변인은 이날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한 브리핑에서 "경제2분과에서 반도체 산업의 경제적 중요성과 공급망 안보 등을 고려해 '반도체 초격차 확보를 위한 지원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우선 이를 위해 반도체 특성화 대학 지정을 통한 학생·교수 정원 확대를 추진한다. 그동안 수도권 대학정원 규제에 묶여 반도체, 인공지능(AI)등 산업 수요가 급증하는 학과의 증원이나 신설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교육 소비자인 학생들은 수도권 주요대학의 반도체 및 AI관련 학과에 진학하기를 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수도권 대학은 ‘인구 집중 유발시설’로 분류돼 정원 증대가 불가능했다.
대기업이 4년 전액장학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소수 대학에 정원 외 계약학과를 신설하는 게 유일한 돌파구였다. 그러나 정부가 반도체 특성화 대학 지정을 통해 수도권 정원 규제를 풀어줄 경우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반도체 관련 인력을 충분하게 양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기흥 부대변인에 따르면 비전공 학생을 대상으로 반도체 전공으로 전환하는 교육을 시행하고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계약학과 확대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이 방안이 실행될 경우, 문과와 이과로 구별된 현행 대학학제가 변화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수도권 대학 문과를 졸업한 대학생들이 삼성소프트웨어아카데미 등의 기업체 부설 교육시스템을 통해 코딩 및 알고리즘 교육을 수료한 뒤 관련 기업으로 진출하고 있다. 대학의 비전공학생이 반도체 전공으로 전환하는 대학교육 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산업변화에 따른 교육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학과는 점진적으로 축소 및 소멸되는 운명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인수위가 인공지능(AI), 전력 등 분야별 반도체 대학원 신설 지정을 통한 석박사 전문인력 확충도 제시했다. 반도체 인재를 학부에서 집중적으로 양성하는 한편 AI 등 특화된 반도체 전문인력은 석박사과정을 통해 키워낸다는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는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신·증설을 촉진하기 위해 예산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잠재력 있는 팹리스 기업이 성장하도록 집중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김 부대변인은 "자금, 설비, 연구·개발(R&D) 등에 대해 종합적 지원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파운드리나 팹리스 같은 시스템 반도체 기업의 투자에 대해 세제 및 금융과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게 인수위의 기본입장이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인센티브 내용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업계의 관심이 큰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비율 확대 방안에 대해선은 산업통상자원부를 담당하는 경제2분과와 기획재정부 소관 경제1분과에서 각각 논의 중이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김 부대변인은 전했다.
인수위는 또 반도체 기업들이 공장이 신증설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을 받는 인·허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산업단지 조성 시 인허가 문제를 정부 부처로 일원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중앙 정부부처로 분산돼 있는 인허가권을 중앙 부처로 통일함으로써 신속한 정책결정이 가능해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인수위가 이날 밝힌 '반도체 초격차 정책'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경제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미국, 중국 등 경제 대국들이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가 '반도체 지원 경쟁'에 본격적으로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