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과잉진료와 지나친 진료비 논란 이제 끝날 때 되지 않았나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현대인들이라면 지병 하나 정도는 갖고 있는 게 씁쓸한 현실이다. 기자는 키 180cm에 몸무게 73kg이지만 3년 전 발생한 말 못할 지병으로 의사 처방약을 복용하고 있다.
몸무게도 90kg로 늘어 체중 감량을 위한 의사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마음 먹고 지난달 25일 국내에서 유명 다이어트 병원으로 알려진 서초동 A병원으로 갔다. 이 병원은 지방흡입 등 의료 행위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기자는 가장 먼저 체성분석을 했다. 체중계에 올라가니 몸무게 91kg에 체지방량이 26.1%에 달했다. 결국 비만 판정을 받았다.
진료실에 들어가서 원장(전문의)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의사 무조건 약을 먹으라고 강조했다. 그러고 자주 내원해 관리 받으라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진료실을 나오니 간호조무사가 피 검사를 해야 한다며 무턱대고 채혈을 했다. 진료상담만 하려고 했는데 피까지 뽑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이날 기자가 낸 병원비는 5만원이 넘었다.
다른 병원을 알아보려고 자주 갔던 가정의학과 의원을 찾아가 나이 지긋한 원장(전문의)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원장은 “지금 복용하고 있는 지병 치료약 중에 다이어트 관련 약이 포함돼 있다”며 “주치의를 만나 다이어트 약 중단을 요청한다면 살을 뺄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병원들은 FDA 승인도 안 받은 비급여 다이어트 약을 환자에게 처방해 의료비 부담을 주고 몸에도 무리를 준다”고 부연했다.
이곳 병원비는 3000원이었다. 결국 의료 행위를 자연스럽게 강요한 다이어트 전문 A병원에서 5만원을 날린 셈이다. 기자는 병원에 다녀온 후 그날 저녁 밤에 잠을 자려 하는데 날린 병원비 때문에 화가 나 ‘이불 킥’을 했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아내에게 병원에서 5만원 날려버렸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미디어 속에서 A다이어트 전문 병원 광고를 흔히 접할 수 있다. A서초 병원에는 상주하는 의사가 많은데 대부분 원장이다.
규모가 큰 병원이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환자에게 의료행위를 많이 해 병원비 부담을 증가시킬 수는 있다. 그러나 마치 선진 의료 기법인 것 처럼 포장한 후 과잉진료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환자에게 고액의 진료비를 요구하는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들도 부러워하는 의료시스템을 갖고 있다. 특히 성형·다이어트 의료 분야는 해외에서 의료관광으로 올 정도로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문제는 해외에서 오는 이들에게도 기자가 당한 것 처럼 과잉진료와 지나친 진료비를 청구하는 지 여부다.
병원으로서는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에게 과잉진료를 강요해 수익을 챙기는 것은 의사 윤리강령에도 어긋나는 처사가 아닌 지 모르겠다. 해외 의료 관광객도 기자와 같이 과잉진료와 과잉진료비에 분개해 앞으로 한국을 기피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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