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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스마트폰 ‘셀프수리’ 시대 활짝 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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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4.14 05:05 ㅣ 수정 : 2022.04.14 17:49

애플·구글, 美서 스마트폰 ‘셀프 수리' 도입
삼성전자 하반기에 미국내 셀프 수리 추진
소비자, 싼 값에 스마트폰 수리하는 길 열려
스마트폰 수리 쉽게 이뤄질 수 있는 '모듈화'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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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일상생활에서 고장난 제품 수리를 전문업체에 맡기지 않고 소비자 스스로 필요한 것들을 만들거나 고쳐서 쓰는 이른바 'DIY(Do It Yourself)'가 일반화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표면이 벗겨진 벽을 칠할 때 페인트는 물론 붓, 롤러까지 모두 담긴 ‘페인트 DIY’, 책장이나 협탁(침대 옆에 두는 작은 탁자) 등 간단한 가구 제작이 필요할 때 재료부터 공구까지 한데 모은 ‘가구 DIY’를 구매해 전문가 손을 빌리지 않고도 직접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자제품 만큼은 예외다. 소비자들은 제조사에서 보장하는 전문 수리업체에 맡기는 게 당연한 일이 됐다. 이는 전자제품이 대부분 가격이 비싼 데다 일반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짙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마트폰 등 모바일 업계가 이런 패러다임을 깨는 프로그램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제는 스마트폰이 고장나면 소비자가 부품을 사서 직접 수리하는 이른바 '셀프 수리' 시대가 국내에서도 열릴 전망이다. 

 

'자가 수리'로도 불리는 셀프 수리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땡잡는 격'이다. 고장난 스마트폰을 제조업체에 맡기지 않아 싼 값에 수리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에 따라 미국 현지에서는 애플, 구글 등이  셀프수리제도를 이미 도입하고 있다. 

 

애플은 미국에서 모바일 제품 부품과 수리 도구를 판매하고 아이폰·맥북 등 일부 문제는 소비자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자가수리’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애플뿐만 아니라 구글, 삼성전자 등에서도 같은 취지의 서비스를 앞다퉈 내놨다. 

 

이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소비자 수리권 확대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셀프 수리는 현재로서는 미국 시장에 국한돼 시행될 것으로 예고돼 있지만 소비자 수리권은 국내에서도 관심을 두고 있어 한국 시장 도입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한국에서는 삼성전자가 전국 각지에 걸친 촘촘한 사후관리(AS) 망을 구축하고 있어 셀프 수리 필요성을 떨어뜨린다는 '현실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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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픽스잇(iFixit)에 게재된 Google Pixel 3 Battery [사진 = 아이픽스잇]

 

■ 액정·배터리·카메라 등은 소비자가 직접 '뚝딱’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아이폰 일부 고장을 소비자가 직접 수리해 사용할 수 있는 ‘셀프 서비스 수리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이 프로그램은 자가수리를 요청한 소비자에게 애플이 정품 수리 키트와 핵심 부품을 배송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우선 적용 모델은 아이폰 12 시리즈와 아이폰 13 시리즈이며 예상 부품은 액정, 배터리, 카메라 등이다. 그 외 부품은 올해 하반기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애플은 이 서비스는 전자기기 수리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경륜을 갖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 소비자는 애플 정품 부품을 사용하는 수리 서비스 전문 업체를 이용하도록 당부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구글은 애플 뒤를 이어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직접 수리를 돕는 부품 지원 프로그램 ‘제뉴인 구글 픽셀(Genuine Goole Pixel, GGP)’ 도입 소식을 알렸다. 이 프로그램은 구글이 2017년 출시한 픽셀2 이후 모든 픽셀 폰에 적용된다. 특히 출시된 지 5년이 넘은 구형 스마트폰까지 셀프 수리 대상에 포함해 눈길을 끈다. 

 

구글은 자사 스마트폰 픽셀을 수리하는 데 사용되는 각종 부품을 전자제품 수리전문기업 '아이픽스잇(iFixit)'을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다만 정확한 부품 종류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으며 배터리, 교체용 디스플레이, 카메라 렌즈 등 부품과 연관된 도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도 소비자가 직접 수리하는 제도를 올해 하반기 미국에서부터 시행한다고 알렸다.

 

삼성전자가 판매하는 정품 부품과 수리도구로 갤럭시 스마트폰의 깨진 액정, 충전포트 등을 소비자가 직접 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아이픽스잇과 협업한다. 아이픽스잇은 DIY 부품 수리 가이드 개발을 지원한다.

 

우선 적용 모델은 갤럭시S20, 갤럭시S21, 갤럭시탭S7 등이며 셀프수리 가능 부품과 지원 단말기를 점차 넓혀나갈 방침이다. 

 

소비자가 셀프수리 서비스로 얻을 수 있는 최대 장점은 ‘편리함’이다. 간단한 부품 교체 정도는 굳이 시간 들여 서비스 센터를 찾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한 서비스 제공 인력에 대한 비용만큼 수리비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애플은 이제까지 공식 서비스 센터(수리점)가 아닌 사설업체를 이용하거나 또는 자가수리한 흔적이 확인되면 모든 사후지원을 거절했다. 또한 애플은 사설 서비스 센터에 자사 정품을 제공하기로 결정한지도 불과 1년여 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전에는 애플 정식 부품으로 수리 받으려면 공식 서비스 센터를 이용해야만 했다. 

 

애플이 언급한 '폐쇄적인 수리정책'의 표면적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보안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동안 수리정책에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온 애플이 돌연 상반된 제도를 내놓자 시장은 다소 놀란 반응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애플·구글·삼성전자 등이 자가수리 프로그램을 도입하게 된 배경에는 미국 바이든 정부가 소비자 수리권 확대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조 기업 수리 제한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구매 제품에 대한 수리 권한을 소비자들에게도 부여하는 취지의 ‘소비자 수리권 보장을 위한(Right To Repair, 이하 소비자 수리권)’ 행정명령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애플의 폐쇄적 사후서비스(AS) 관행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아이폰 사후지원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컸고 이를 공감한 바이든 대통령이 애플의 폐쇄적인 수리정책에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삼성전자도 바이든 정부의 정책 흐름에 맞물려 셀프수리 제도를 시행하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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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픽사베이]

 

■ 셀프수리 프로그램, 자리 잡기 위한 선결 조건은

 

애플은 셀프수리 프로그램을 미국에서 우선 시행한 후 다른 나라에 점차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역시 셀프수리제도를 미국에서 우선 시행하며 한국 적용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애플의 국내 스마트폰 서비스 센터 사정은 여의치 않은 편이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이 2019년  국회 입법조사처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애플코리아의 공식 서비스 센터는 88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절반이 넘는 45곳이 서울(25곳)과 경기(20곳) 등 수도권에 자리잡고 있다.

 

삼성전자 직영 서비스 센터는 애플보다 2배가량 많은 178곳이지만 마찬가지로 서울(35곳)과 경기(42곳)에 몰려있다. 

 

국내 서비스 센터 공급이 넉넉하지 않은 애플은 물론 상대적으로 사후관리 망이 탄탄한 삼성전자도 셀프수리 프로그램이 도입되면 이에 따른 편의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소비자 수리권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만큼 셀프수리 프로그램 도입 또한 충분히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휴대전화 수리권을 보장하는 ‘소비자 수리권 보장법(단말기 유통법)’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휴대전화가 고가 제품이지만 사후서비스가 취약해 가계통신비 부담 증가 원인이 되고 있다”며 “소비자의 휴대전화 수리권을 보장해 소비자 이익 저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내 단말기 시장은 애플과 삼성의 독과점 체제로 소비자 수리권이 침해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수리권은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도 제시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시절 “수리용 부품 보유 의무와 보유 기간을 늘리고 수리 매뉴얼 보급 등으로 편리하게 수리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안도 빠르게 통과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소비자 수리권과 함께 스마트폰 셀프수리 프로그램이 떠오르고 있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아무리 간단한 작업이라고 할지라도 전문가가 아닌 만큼 셀프수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사후서비스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는 셀프수리를 고려해 향후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단계부터 모듈화(공장 등에서 부분(유닛)별로 나눠 조각조각 낸 뒤 현장에서 재조립하는 방식) 작업을 한다면 효과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용석 성균관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수리 비용이나 시간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분명한 이점은 있다"며 "우리가 PC를 조립하고 부품을 교체해 사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스마트폰도 일종의 PC이므로 요즘 젊은 세대라면 셀프수리도 충분한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부품 크기도 작고 워낙 정밀하다 보니 PC처럼 본체를 분해해 작업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며 “제조 단계부터 고장에 따른 교체가 쉽게 이뤄지도록 모듈화 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체제에서는 배터리 교체 이상 나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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