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 부재’ 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0.25%p 인상…물가 폭등에 이례적 결정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총재 없이 열린 첫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미국 통화당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통위는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통화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연 1.50%가 됐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에 이어 네 번째 인상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최근 약 8개월 사이 0.25%포인트씩 네 차례, 총 1.00%포인트 올랐다.
이번 금통위 회의는 사상 첫 한은 총재 없이 열렸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가 아직 취임 전이라 주상영 금통위원이 의장 직무대행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금융권에서는 직무대행 체제로 열린 회의에서 기준금리 변경을 선택한 것은 이례적인 결정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대내외적으로 금리 인상 압박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 금리 인상을 택한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3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올랐다. 물가상승률이 4%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한은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통화 당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빅 스텝’(0.5%포인트 인상) 결정을 할 것이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 양적긴축(QT)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날 금통위 회의 이전까지 한국 기준금리는 미국보다 0.75∼1.00%포인트 높은 상태였지만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경우 수개월 사이 역전될 가능성이 커졌다.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 수준이 미국과 격차를 보이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급격한 원화 가치 하락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우리로서도 금리 상승 추세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날 금통위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 연준 기준금리(0.25∼0.50%)와 격차는 1.00∼1.25%포인트로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