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AM 수정안 제출한 EU의회의 관점, 포스코의 '탄소중립'은 ‘그린 워싱’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지난해 기준 글로벌 6위의 조강생산능력 기업인 포스코의 유럽연합(EU) 수출경쟁력에 비상이 걸리고 있다.
한국전력이 판매하는 전기에너지 중 석유나 석탄을 쓰는 화력발전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포스코는 낭패를 보게 볼지도 모른다. 태양광, 풍력같은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의 비중이 높아져야 포스코의 경쟁력은 강화된다.
EU의회가 최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적용범위를 ‘직접 배출(direct emissions)’뿐만 아니라 ‘간접 배출(indirect emissions)’까지 확대하는 수정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직접배출은 상품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간접배출은 제품의 제조공정 중 소비되는 전력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뜻한다.
■ 포스코의 2050탄소중립 비전, 직접 배출만 적용한 EU집행위 초안 관점에선 성공작
당초 상황은 이렇다. EU집행위원회는 2021년 7월 CBAM 입법 초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EU역내 수입자가 매해 5월 31일까지 전년도 전체 수입품의 탄소배출량만큼 CBAM 배출권을 구매해 제출한다”는 내용이다.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을 수입할 경우 CBAM 배출권 구매비용이 별도로 들어가는 셈이다.
집행위 초안은 ‘직접 배출’만을 CBAM 대상으로 삼았다.
예컨대 수입자가 A기업으로부터 장난감 1개를 1유로 가격으로 수입했다고 치자. A기업이 탄소배출기업이라 0.3유로의 CBAM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고 치면 실제 수입가격은 1.3유로가 된다. 반면에 B기업이 판매하는 동일한 장난감 1개 가격이 1.1유로인데 탄소중립을 실현한 기업이라면 배출권 구매 가격이 0유로가 된다. 따라서 B기업을 물건을 선택하면 실제 수입가격도 1.1유로에 그치게 된다.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수입자의 합리적 선택은 당연히 B기업이 되도록 한다는 게 EU의 CBAM의 전략적 목표인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EU에 수출하는 기업의 가격 경쟁력은 탄소중립을 어느 정도 실현하는지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됐다.
그동안 포스코는 EU수출경쟁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만 했다. 친환경공법 도입을 통한 탄소감축에 앞장 서온 제철기업이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지속가능발전보고서인 ‘포스코기업시민보고서(2020년)’에 따르면,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을 기반으로 삼아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2050년에는 철강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이다. 2030년 20%, 2040년 50% 등의 단계적 감축 목표도 세웠다.
■ EU의회 수정안, 사용된 전기의 탄소배출량인 ‘간접배출’에도 CBAM 적용...현재로선 포스코가 2050탄소중립 성공해도 CBAM규제 피할 수 없어
하지만 EU가 내건 조건이 달라졌다. 현재로선 포스코가 현재로선 포스코가 2050탄소중립 성공해도 CBAM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해 연말 발표된 EU의회 수정안에 따르면 ‘간접 배출’도 CBAM 적용 범위에 포함됐다. 제품 생산과정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해도 사용하는 전기에너지가 탄소배출 방식을 통해 생산된 것이라면 수입자가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포스코가 철강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제로로 만드는 대혁신을 이뤄낸다고 해도 사용하는 전기에너지가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쓰는 화력발전소에서 나온 것이라면 EU의 CBAM 규제를 피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한국무역협회 통상자원센터 신규섭 연구원이 지난 3일 발표한 통상리포트인 ‘EU의회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수정안 평가와 시사점’에 따르면, 철강과 같이 전력소비량이 많은 산업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수정안 제출자는 EU의회 내 책임보고자인 모하메드 차힘 의원이다.
신규섭 연구원은 “CBAM에 간접배출이 포함될 경우, 산업부문의 전력소비량이 높고 탄소배출 발전구조인 한국의 부담은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주력 수출업종인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의 전력 소비 규모가 크다”는 설명이다. 2018년 기준으로 산업부문 최종 전력 소비량은 전체 소비의 57%에 달했다. 철강을 포함한 1차 금속 부문의 전기 소비량은 전체의 9%에 달한다.
■ EU의회의 수정안 통과되면, 포스코의 탄소중립은 ‘그린 워싱’으로 전락
더욱이 우리나라의 전력 1kWh 생산당 탄소배출량은 472.4g으로 선진국 대비 2~4배 정도 많다. EU 215.7g, 캐나다 123.5g 등에 불과하다. 이는 탄소 배출량이 높은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등에 비해 우리나라는 태양광 및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기에 불리한 자연적 조건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전기생산 과정의 탈탄소를 강화하려면 원전을 확대하는 게 유일한 길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원전은 탈탄소에너지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했다. 신재생에너지와 LNG만 포함시켰다. EU가 ESG금융택소미에서 원전과 LNG를 탈탄소에너지로 분류한 것을 감안하면, 현실에 눈을 감은 이상론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처럼 탈원전정책으로 인해 원전을 통한 전기공급이 감축됨에 따라 화력발전소 건립이 늘고 있다.
심지어 포스코 스스로도 화력발전소 건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삼척블루파워 화력발전소가 그것이다. 이 발전소는 2024년 완공돼 2054년까지 30년 동안 가동될 예정이다. 포스코가 2050년 직접배출에 대한 탄소중립을 실현한다고 해도 간접배출의 족쇄에 발을 묶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삼척블루파워발전소 건설을 두고 환경단체와 삼척지역주민들이 ‘환경파괴’라고 맹비난을 하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면서 2050탄소중립을 외치는 것은 ‘그린 워싱’에 불과하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그동안 포스코는 이 같은 비난을 일부 시민단체의 목소리 정도로 치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국내 문제로 치부할 수 없게 됐다. ‘간접 배출’까지 규제하려는 EU의회의 시선에서 볼 때도 포스코의 탄소중립은 ‘그린 워싱’에 해당된다. 탄소중립 경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의 정치경제권력이 만들어가는 'ESG 규범'을 추종해야 하는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