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대기업 천차만별 임금인상에 박수만 칠 수 없는 두 가지 '속사정'

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4.19 05:00 ㅣ 수정 : 2022.04.19 05:00

LG전자 연봉 인상률 최근 2년 새 두 배 올라
카카오, 임직원 연봉 총액 15% 인상안 발표
대기업 임금 인상이 반드시 좋은 것 아냐
지나친 임금 인상-->물가상승 이어지는 'wage price sprial' 우려
임금격차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계층화 현상도 해결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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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출근길의 직장인들 [사진=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옛말에 ‘노예를 하더라도 대감집에서 하라’는 말이 있다. 어차피 일해야 한다면 이왕지사(已往之事) 업무 환경이 더 낫거나 임금을 많이 주는 큰 기업에서 일하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제는 ‘대감집이라고 다 같은 대감집’이 아니라는 말이 뒤따르는 시대가 됐다.

 

손꼽히는 대기업 가운데 임금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핵심 인력 이탈을 예방하고 우수 인재를 경쟁사보다 한발 더 빠르게 낚아채기 위해 연봉인상을 앞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대기업 가운데 ‘최고 대우’를 자랑했던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가 LG그룹 기세에 밀려 한풀 꺾인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으로 임금협상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시름을 앓고 있는 가운데 LG그룹은 역대급 임금 인상으로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 우리 회사 연봉은 올해 얼마나 오를까

 

19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최근 임직원 임금을 연이어 큰 폭으로 인상했다.

 

사실상 LG그룹 연봉 협상 기준점이라 볼 수 있는 LG전자는 8.2%의 평균 임금 인상률을 결정했다. 이에 따른 LG전자 신입사원 초봉은 연 4900만원이다. 선임·책임 초봉은 각각 5800만원, 7350만원이 됐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각각  300만원, 300만원, 250만원씩 오른 금액이다.  

 

지난해 9% 인상에 비하면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기는 하다. 그러나 2018~2020년 3년간 LG전자 임금 인상률이 연 4%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최근 2년 새 LG전자 연봉 인상률은 2배 이상 향상돼 결코 저평가 할 수 없다. 

 

이 같은 양상은 LG그룹 다른 계열사에서도 마찬가지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임직원 평균 임금 인상률을 8%로 합의했다. 이는 2010년대 초반 이후 최고치를 달성했던 지난해 6.5~7%를 웃돈다. 이에 따른 신입사원 초봉은 49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300만원 증가했다. 

 

이 밖에 LG이노텍, LG에너지솔루션, LG CNS 등도 10%대 연봉 인상률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 대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밑돌 것으로 전망되지만 LG그룹 못지않은 높은 연봉인상을 약속해 눈길을 끈다. 

 

네이버 노사는 이달 초 올해 임직원 연봉 재원을 지난해보다 10%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연봉이 지난 2020년 5%, 2021년 7%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두 자릿수까지 오른 셈이다. 경쟁업체 카카오는 임직원 연봉 총액 15% 인상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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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임금교섭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전달하기 위해 지난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한때 최고 대우를 약속한 삼성전자는 임금협상이 더디기만 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노사위원회 뿐만 아니라 노조와 별도 임금교섭을 진행해오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노조와 2021년도 임금교섭도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 채 올해 임금협의에 들어가게 됐다. 대개 2~3월이면 협의를 마무리 짓던 평년과 달리 올해는 4월 말을 향해가는 지금도 임금인상률을 확정하지 못했다.

 

삼성전자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들이 요구하는 올해 기본 인상률은 15.72%이며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노사협의회가 합의한 기본 인상률 4.5%(성과 인상률 3.0% 포인트 포함하면 7.5%)의 3배 이상이다. 

 

노동자들의 이 같은 임금인상 요구는 정보기술(IT)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 연봉을 뛰어넘는 기업이 등장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삼성전자 직원 1인 평균 연봉은 1억4400만원으로 2020년 대비 13.4% 오른 금액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카카오 평균 연봉은 1억7200만원, SK텔레콤은 1억6200만원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최고 대우’ 약속은 깨지고 말았다.

 

이뿐만 아니라 대졸 신입사원 초봉도 지난해 기준 4800만원으로 5040만원인 반도체 경쟁업체 SK하이닉스에 따라잡혔다. 게다가 DB하이텍도 올해 임직원 초임 연봉을 42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14.29% 올리며 역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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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의 월평균소득과 중소기업의 월평균소득은 대략 2배 차이다. [사진 = 픽사베이]

 

■ 대기업 임금 인상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지적도

 

임직원의 보상 확대 요구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연봉인상은 우수인재 확보를 위한 하나의 전략 수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번 오른 임금은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과도한 임금 인상은 경기 침체기에 기업 경영에 화살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더불어 임금 인상이 자칫 물가 상승을 야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른바 'wage-price spiral'을 지적한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임금 인상에 따른 물가상승이 계속 이어지는 경제현상'을 말한다. 즉 임금인상이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추가적인 임금인상 요구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을 뜻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계층화 현상에 따른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통계청이 올해 초 발표한 ‘2020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의 월평균소득은 529만원이지만 중소기업 월평균소득은 259만원으로 집계됐다.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임금이 약 2배 많다. 

 

이 같은 이유로 일부 재계단체는 대기업의 임금인상 자제를 주문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은 지난해 4300여곳 회원사에 ‘2021년 임금 조정과 기업 임금 정책에 대한 경영계 권고’를 전달했다. 이 안에는 대기업에 임금 인상을 최소화하고 대신 고용과 중소협력사 지원 확대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에 따른 경기 회복 불확실성과 청년 실업 심화, 부문별 격차 확대 등을 고려했을 때 고용 확대, 사회적 격차 해소, 공정한 보상 체계 구축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총의 이 같은 기조는 올해도 이어간다. 경총 홍보팀 관계자는 “올해도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임금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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