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2.04.19 07:35 ㅣ 수정 : 2022.04.19 17:40
카드업계 5위 롯데카드 M&A 매물로 등장 비은행 강화 노리는 금융지주 인수 가능성 우리금융 인수설 나오지만 움직임은 아직 증권·보험사 인수가 우선...카드사 후순위로 금융권 “현실성 떨어져, 선택과 집중할 때”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롯데카드의 금융지주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非)은행 부문 비중이 커지고 있는 만큼 카드사 인수로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그간 비은행 M&A에 적극적이었던 우리금융지주 인수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지만, 현재까진 롯데카드 매물에 대해 딱히 매력을 느끼지 않는 모양새다. 현재 보유하고 있지 않은 증권·보험사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데다 M&A에 쓸 실탄이 제한적인 상황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최근 롯데카드 보유 지분 59.82%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롯데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MBK파트너스에 롯데카드 지분을 매각한 지난 2019년 2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롯데카드가 M&A 시장 반짝 매물로 등장하면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까진 KT와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KT는 BC카드를 자회사로 두고 있고,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역시 각각 하나카드, 우리카드를 보유 중이다.
금융권이 롯데카드에 주목하는 건 카드업계 지각변동 가능성 때문이다. 현재 롯데카드는 카드업계 5위에 위치하고 있다. 하나카드(7위)와 우리카드(6위)가 롯데카드를 품는다면 점유율 기준으로 2위인 삼성카드 추격이 가능하다.
다른 카드사에 결제망을 제공하며 받는 수수료가 주 수입원인 BC카드의 경우 롯데카드 인수로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 가능하다. 롯데카드는 롯데그룹에서 벗어났지만, 롯데백화점이나 롯데마트 등 유통채널에선 여전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점도 강점으로 작용한다.
잠재 인수 후보 중 주목되는 건 우리금융이다. 올해 예금보험공사의 잔여 지분 매각으로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에 성공한 뒤 공격적인 M&A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에 편중된 수익 구조를 비은행 계열사 M&A로 뜯어고치겠단 전략이다.
특히 우리은행의 롯데카드 지분율(20%)은 시장에서 우리금융 인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요인 중 하나다. 기존 관계가 있는 우리은행이 잔여 지분 인수로 롯데카드를 품을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우리금융이 M&A를 꾀하는 이유 등을 비춰봤을 때 롯데카드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롯데카드 인수를 통한 수익성 제고가 인수 후보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게 사실이나, 우리금융이 당장 급한 건 카드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KB국민·신한·하나를 비롯한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보험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종합 금융지주로 도약하기 위해선 카드사보다는 증권·보험사 인수가 필수적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올해 신년사와 주주총회 등에서 증권·보험사 M&A를 강조한 이유다.
또 높아진 롯데카드 몸값도 고민이다. 현재 금융권 안팎에선 우리금융이 M&A 자금으로 쓸 수 있는 자금 여력, 이른바 총알을 6조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MBK파트너스에 롯데카드를 사오려면 최소 2~3조원은 줘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우리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하려면 M&A 자금 중 절반가량을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지금 증권사를 산다고 해도 대형은 어렵고 중형 이하로 가야하기 때문에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며 “카드사를 인수하면 사실상 증권사 인수를 안 하겠다는 얘기다 다름이 없어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카드업계 업황 자체가 좋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우리금융에겐) 롯데카드가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다”며 “우리금융이 카드사를 사버리면 증권사는 더 멀어지게 된다. 우리금융 입장에선 지금 가진 총알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리금융 역시 롯데카드 인수설을 부인하고 있다. 앞으로 있을 M&A 1순위가 증권·보험사인 건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아직 롯데카드가 매물로 나오지도 않은 상황이고, 내부적으로 인수를 고려하거나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금융 M&A 우선순위인 증권·보험사 매물의 윤곽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유안타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SK증권 등을 잠재 매물로 보고 있지만, 지난해 증시 활황에 힘입어 이들 증권사의 몸값도 크게 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