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선제적 인상' CGV와 '눈치작전' 롯데시네마·메가박스, 누가 웃을까
CGV,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앞두고 최소 1000원에서 최대 5000원 인상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동반 인상과 가격 경쟁력 확보 두고 저울질 하는 듯
'보복 관람' 가능성 높은 가운데 깐깐한 MZ세대 소비자들의 선택이 승부처 될 듯
[뉴스투데이=서예림 인턴기자] CGV가 지난 4일부터 영화 관람료를 인상함에 따라 경쟁사들의 계산이 복잡해지고 있다. CGV를 뒤따라서 '동반 인상'을 단행할 것인지, 아니면 관람료 동결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지 그것이 문제이다.
관객이 급감한 코로나 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에는 인상이 합리적 선택이라고 볼 수 있었다. 어차피 관객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는 들어온 관객에게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게 전체 매출을 늘리는 방안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해제로 심야상영과 영화관내 취식이 가능해지면서 관객들이 다시 몰려들 가능성이 있다. 팝콘이나 오징어를 먹으면서 영화를 감상하는 욕구를 분출하려는 '보복 관람' 붐이 일 경우 '선제적 인상'과 '동결' 중 누가 수혜자가 될지는 간단하게 계산이 되지 않는다. 깐깐한 MZ세대 소비자들이 1000원을 더 받는 CGV 대신 기존 관람료를 유지한 롯데시네마나 메가박스를 더 많이 선택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19일 뉴스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눈치 작전'을 펴고 있는 중이다. 동반 인상과 가격 경쟁력 확보 중 무엇이 유리한지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CGV관계자, "이번 인상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 관람료 재인하 가능성은 없어"
CGV의 영화 관람료 인상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관객이 급감한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이번이 세 번째이다. 지난 두 차례의 경우는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동반인상을 선택했다. CGV가 영화 관람료 인상을 발표하면서 뒤이어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또한 관람료를 인상했다.
이번 역시도 대형 멀티플렉스 3사가 영화 관람료를 인상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지고 있으나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측은 "아직 영화 관람료 인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A(26)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다는 소식을 듣고 영화를 예매하고자 CGV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영화표 가격이 또 다시 1000원에서 5000원까지 올랐다. 벌써 세 번째 가격 인상이다"며 불만을 호소했다. CGV 공식 인스타그램의 게시물에도 가격 인상에 적극 항의하는 소비자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소비자들은 "규제 풀렸으니 가격 내리세요", "주말 아아맥스 보려면 2만원 너무 비싸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CGV는 성인 2D 영화 관람료를 1000원이 오른 금액인 주중 1만 4000원, 주말 1만 5000원으로 인상했다. 특별관(IMAX, 4DX, SCREENX, STARIUM, SPHEREX) 은 2000원, 고급관(GOLD CLASS, TEMPUR CINEMA)은 5000원이나 인상된다.
CGV 측은 가격 인상에 관해 “코로나19 이후 영업시간 제한과 띄어 앉기 등의 제약으로 관객이 급감해 이로 인해 주요 기대작이 개방을 미루며 영화 산업 악순환이 심화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영화관 적자는 누적돼 경영 위기가 가중되고, 제작과 투자・배급 등 영화 산업 생태계 전체가 더는 버틸 힘이 없어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해명해왔다.
실제 공시 자료에 따르면 CGV는 2019년 1조 9000억 원이었던 매출이 2020년 580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매출은 7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했으나 여전히 2411억원의 영업 손실이 발생했다. 결국 CGV는 20년 10월, 21년 4월에 이어 세 번째 관람료 인상을 결정했다.
반면 소비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며 일상을 회복함에 따라 코로나를 이유로 인상됐던 영화 관람료도 원상복구되어야한다는 입장이다. 영업시간 제한, 띄어 앉기 등으로 인해 발생한 적자들을 언제까지나 미래 소비자에 전가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CGV 관계자는 19일 뉴스투데이와 전화를 통해 "소비자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코로나로 인해 오래동안 순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영화 관련 업계의 악순환을 극복하고 회복하자는 차원에서 부득이하게 영화 관람료 인상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가 영화 관련 업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길 기대하며 더이상 가격을 올릴 계획은 없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영화업계는 지금까지 번 돈으로 뭘 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재투자 중. 코로나 상황 속에도 많은 극장이 생겼다"면서 "이익이 난 부분은 재투자를 해서 영화관을 리뉴얼 하거나 신규 영화관을 개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로 인해 영화업계가 모든걸 감당하기 어렵고 정부는 대기업이라고 지원해주지 않는 상황"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관람료 재인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관람객이 발 디딜 틈 없이 늘어난다면 고려해보겠지만 현 상황으로는 불가능해보인다"고 밝혔다.
극장 내 취식이 가능해지며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CGV의 영화 관람료 인상은 오히려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돌리는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3사가 동시에 가격 인상을 한 상황이 아닌만큼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롯데시네만 관계자, "CGV가 인상했다고 무조건 따를 생각 없어, 신중하게 결정할 것" / 메가박스 관계자, "내부적으로 검토 진행 중"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현재 영화 관람료 인상에 관해서는 준비된 계획은 없다"면서도 "앞으로의 계획이 없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코로나로 인한 영화 업계 내 피해가 막대함에 따라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는 가격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CGV가 영화 관람료를 인상했다고해서 무조건적으로 이에 따를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롯데시네마 측은 가격 인상 문제가 민감한 부분인 만큼 여러 가지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롯데시네마는 우선 상황을 지켜보는 쪽을 선택한 셈이다.
메가박스 관계자 또한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까지 티켓 가격 인상에 대해 준비 중에 있지 않다”고 대답했다. 내부적으로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준비된 계획이 없어 확실한 답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현재 3사가 공동으로 준비하고 있는 프로모션이 있다"면서 "자세한 내용은 빠르면 내일이나 이번주 안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화관으로 다시 관객을 불러모으기 위한 3사의 합동작전이 시작된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눈치 작전을 펼 수밖에 없는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봐가면서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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