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은행 예대마진 공시’ 공약 이행 초읽기···실효성은 ‘글쎄’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금융 공약인 ‘은행 예대마진 공시’가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은행들이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투명성 제고 및 금융 소비자 보호에 나서겠단 구상이다.
예대마진 공약 취지 자체는 고무적이지만, 일각에선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역효과 우려는 물론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등에 따르면 인수위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예대금리차 공시 공약 이행에 대한 기준 및 방식을 논의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무 부서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발표 단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예대금리차는 말 그대로 은행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를 뜻하며 통상 예매마진으로 불린다. 예대마진 확대는 그만큼 은행에게 돈 벌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미다.
최근 대출금리가 급격히 치솟고 있는 상항에 은행들이 과도한 이자 장사에 나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대출금리가 큰 폭으로 뛰는 반면, 예·적금 등 수신금리 인상에 대해선 둔감하게 반응한다는 논리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중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대출금리와 저축성 수신금리 차이는 1.86%포인트(p)로 전월 대비 0.06%p 확대됐다. 대출금리가 0.11%p 상승한 반면 수신금리는 0.05%p 오르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각 은행들의 예대마진을 한 곳에 공시하도록 해 금융 소비자 편의 제고 및 이자 부담 경감에 나서겠다는 게 윤 당선인 측의 구상이다. 필요에 따라 금융당국이 나서 은행들의 담합 요소를 점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대마진 공시의 목적 자체는 고무적이지만, 일각에선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은행들은 전국은행연합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평균·가산·지표금리 등을 매월 공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금리 비교 플랫폼 제공 수준을 넘어 대출금리 인하 효과까지 유도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대출금리는 시장의 기준이 되는 준거금리에 차주 신용도에 따라 매겨지는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차감해 산정한다. 지금의 대출금리 상승은 국채·은행채 등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것으로, 가산금리 책정이 과도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대출 시장은 기준금리 인상과 정부 규제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며 변동성이 컸다”며 “예대마진이 확대된 시장 상황에 맞게 대출금리를 조정한 결과였지, 표면적으로만 보고 이자 폭리를 취했다고 하기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예대마진 축소 유도가 자칫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게 책정되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대마진 관리를 위해 고신용자 등 건전한 차주만 찾게 되면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예대마진 및 가산금리에 대한 규제나 개입이 강해지면 은행 간 대출금리 차이가 없어지는 상황을 예상해 볼 수 있다”며 “은행들은 리스크 회피 태도가 커질 수밖에 없고, 차주들 중 대출 불가나 한도 축소의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개입의 적절성 역시 짚고 가야 할 문제다. 금융권에선 금융을 규제 산업으로 보고 어느 정도의 개입은 불가피하다고 인식한다. 다만 정부의 입김이 갈수록 거세지면 영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부 개입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 변화가 이뤄질 경우 고객이 피해를 입을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의 대출금리를 낮추기 위해선 규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작용을 초래하는 과도한 규제보다는 시장에 맡기는 정책 전개가 ‘선진 금융’으로 가는 길이라는 설명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부 교수는 “은행들이 적당한 마진을 남기는 건 좋지만 너무 과도하면 문제가 된다”면서도 “시장 경제 원리에 맞춰 경제나 대출 정책을 펴는 게 중요하다. 시장에 개입하게 되면 은행이 또 대출금리를 올리게 되는 빌미를 가져오게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경우 금융 기관 규제 장벽이 굉장히 낮아 은행이 투자도 할 수 있지만, 우리 은행은 대출금리를 올려 이익을 보전하는 방식”이라며 “우리도 장기적으로 선진 금융 정책을 따라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