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이 일하는 법 (1)] 조현준 회장의 애자일 경영과 애자일 조직론, 글로벌 시장의 호랑이 만들어

서예림 인턴기자 입력 : 2022.04.26 07:15 ㅣ 수정 : 2022.04.28 08:35

조현준 회장의 '애자일 일하기'가 만들어낼 호랑이의 '크기'에 시장 관심 쏠려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는 '애자일 조직'으로 뒷받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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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포드는 통조림 공장에서 영감을 얻어 컨베이어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소품종 대량생산시대를 열었습니다. 다품종 소량생산시대로 넘어오면서 소수인원이 팀을 구성해 작업하는 ‘워크 셀’이 대세가 됐습니다. 명품차 페라리는 한 명의 장인이 한 대의 차를 완성시키는 방식을 통해 생산됐습니다. 이처럼 걸작은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통해 탄생합니다. 4차산업혁명시대의 일하는 방식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산업과 기업의 특징과 장점에 따라서 무궁무진하게 변형되는 추세입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하는 법’의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합니다. 국내 주요 기업의 ‘일하는 법’에 대한 뉴스투데이의 기획보도는 혁신을 갈망하는 기업과 직장인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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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은 애자일 경영을 바탕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사진=효성그룹]

 

[뉴스투데이=서예림 인턴기자] 빠른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자만이 살아남는 '속자생존(速者生存)'의 시대이다.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에게는 더욱 그렇다. 현재의 생산공장과 비즈니스모델(BM)에 안주해서는 현상유지도 어렵다. 성장하지 않으면 현상유지는 커녕 퇴보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의 경영철학인 '애자일 경영(민첩한 경영)'은 바로 속자생존 시대의 일하는 방법이다. CEO뿐만 아니라 임직원 모두에게 필요한 일철학이라는 게 조 회장의 지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회장은 이 같은 애자일 경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애자일 조직(민첩한 조직)'을 강조해왔다. 

 

효성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둔 것도 이 같은 조 회장의 일하는 법과 상관관계를 갖는다. 조 회장이 '애자일 경영'을 주도하고 임직원이 '애자일 조직'으로 뒷받침한 성과라는 게 자체 분석이다. 총 매출액 21조 2804억원, 영업이익은 2조 7702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대비 매출액은 42.3%, 영업이익은 41.2% 증가한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2조를 넘긴 것은 효성그룹 창사 이후 처음이다.

 

조현준 회장 올해에도 '애자일 경영'을 화두로 제시했다.

 

조 회장은 2022 신년사에서 "산업구조와 글로벌 공급망이 전면 개편되고 에너지 혁신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변혁의 시기에 회사가 생존하고 성공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속도와 효율성에 기반한 민첩한(Agile)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우리 회사는 아직도 환경 변화에 빠른 대응과 실행력이 부족해 경쟁에 뒤지거나 실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앞으로 회사의 체질을 강하고 단단하게 만들고, 부서간 기민한 협력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빠르고,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호랑이는 먹잇감을 얻기 위해 끝까지 인내하며 신중에 신중을 기하다가 기회가 포착되면 기민하고 용맹하게 달려들어 사냥감을 취한다"면서 "2022년에는 호랑이와 같이 민첩 조직으로 효성의 미래를 열어가자"고 말했다. 특히 "신속한 의사결정과 기민성을 확보하려면 무엇보다 데이터베이스 경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면서 "직접 현장에 나가 정보를 빠르고 폭넓게 수집, 분석하여 디지털전환(DX)을 통해 모든 경영활동에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따라서 조 회장의 일하는 법은 '애자일 일하기'로 명명할 수 있다.  '애자일 일하기'가 만들어내는 호랑이의 크기가 얼마나 될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자일 경영=코로나 위기 속의 선제적 투자, '글로벌 공급망 구축'과 '발빠른 신사업 진출' 견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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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 속에서도 선제적 투자를 단행하며 큰 실적을 보이고 있다. [사진=효성그룹]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경쟁업체의 설비투자가 전무하는 가운데 조 회장은 선제적 투자를 단행했다. 조 회장은 재택근무와 홈 트레이닝 열풍으로 편한 옷을 찾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스펜덱스의 수요가 급증하게 될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대응했다.

 

이에 따라 2020년 말 터키와 브라질 스판덱스 공장에 각각 연산 2만5000톤과 1만톤 규모의 생산설비를 증설했다. 중국 닝동공업단지에도 연간 3만6000톤 생산이 가능한 스판덱스 공장과 제반 설비 투자를 결정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해 물류가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글로벌 생산체제를 재정비함으로써 전세계 고객에게 신속하고 안정적인 공급을 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효성티앤씨는 스판덱스 글로벌 시장에서 지난 해 점유율 33%로 1위를 지켜냈다. 위기 상황에서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역발상적 사고를 통해 경영 실적을 끌어올린 것이다. 

 

신사업 투자도 발빠르게 이뤄졌다. 액화수소산업 투자가 대표적 사례이다. 

 

효성중공업은 국내 수소충전소 산업 1위의 기술력을 토대로 글로벌 화학기업 린데와 협력해 액화수소 생산, 운송, 유통 등 수소 산업의 전 영역에서 밸류 체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2023년 5월에는 효성화학 용연 공장 내 부지에 연상 1만3000톤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가 신설되어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수소 사업이 확대됨에 따라 핵심 부품인 수소 연료탱크 등에 쓰이는 탄소 섬유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수소 연료탱크는 일반 공기보다 500~900배 이상의 고압을 견딜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고강도의 저장 용기가 필수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10배 강하지만 무게는 4분의 1 수준으로 가벼워 '꿈의 첨단소재'로 불린다. 따라서 탄소 섬유는 수소 에너지의 안전한 저장·수송·이용에 반드시 필요하다. 

 

효성첨단소재는 연산 4000톤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운영하며 2021년 흑자로 전환됐다.

 

최근엔 프로테오믹스(단백질체학) 기반 정밀의료기술 기업 '베르티스'에 투자하기도 했다. 베르티스는 프로테오믹스와 인공지능을 결합해 암과 주요 질병에 대한 조기 진단 마커를 개발하고 이를 진단 서비스로 제공하는 바이오텍이다. 프로테오믹스는 질병 조기 진단과 치료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프로테오믹스에 이번에도 역시 발빠른 투자를 진행한 것이다

 

실제 효성의 주력 계열사들은 코로나19 펜데믹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냈다. 2021년 3분기 영업이익은 효성티앤씨 4340억원, 효성첨단소재 1398억원, 효성화학 329억원, 효성중공업 240억원 등으로 2020년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난 실적을 보였다. 

 

효성관계자는 "조현준 회장의 애자일 경영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화두로 부상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과 발빠른 신사업 진출이라는 양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애자일 조직론= '스마트팩토리',  'C-Cube 프로젝트' , 신입사원과의 소통 위한 '게더타운' 등이 핵심 구성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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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은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구축을 위해 빅테이터를 수집하는 고객 만족 경영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효성그룹]

 

효성은 '애자일 조직' 운영을 위해 각 사업회사에 스마트팩토리 TFT를 구성,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 이를 생산 및 영업 시스템에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스마트팩토리는 조 회장이 강조하는 애자일 경영의 실질적 기반이 된다. 

 

새롭게 습독한 기술을 글로벌 생산현장에 도입된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에 도입시킨다. 생산현장에 구축된 시스템은 공정모니터링 시스템, 품질관리 시스템, 스마트 IoT(사물인터넷) 등이다. 각 사업장에서는 이 시스템으로 원료수입부터 생산, 출하에 이르기까지 제품 상태나 설비 상황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실시간 현황 모니터링, 품질 리스트 감지 등 공정을 제어하며 제조 경쟁력을 한층 높여왔다.

 

최근 효성은 기존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에 고객이라는 변수를 추가했다. 구매 패턴 변화를 분석할 수 있는 고객관리 솔루션과 경험관리 솔루션을 주요 계열사 생산현장에 배치한 것이다. 

 

조 회장은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위해 빅테이터를 중요시했다. 수집된 빅데이터를 통해 평소 고객의 요구와 시장상황을 파악하고 새로운 사업영역을 빠르게 개척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주문해왔다. 또한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 및 서비스의 소비 방식이 공급자보다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고객 만족 경영' 또한 기업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효성은 지난 2019년부터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C-Cube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C-Cube 프로젝트는 고객의 목소리(VOC:Voice of Customer), 최종 고객의 목소리(VOCC:Voice of Customer’s Customer), 경쟁사의 목소리(VOCO:Voice of Competitor)를 청취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대응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활동이다. 

 

글로벌 각 사업장에서 수집한 VOC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토대로 그룹을 민첩하게 운영해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빠르게 습득하는 것이다. 

 

현재 효성은 글로벌 각 거점에서 VOC를 수집하며 디지털 전환 발판 마련에 힘쓰고 있다. 중국, 베트남, 터키, 브라질 등 전 세계 62개 무역법인 및 사무와 32개의 생산법인을 통해 고객의 목소리를 수집하고 그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한다. 이를 통해 시장현황, 기술정보, 고객불만, 대응현황 등 고객의 VOC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다.

 

애자일 조직론은 미래의 중심인 MZ세대와의 적극적인 소통노력으로 연결되고 있다. 

 

효성은 지난 1월 메타버스 플랫폼인 ‘게더타운’을 활용해 220여명의 신입사원이 참여하는 입문 교육을 실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 신입사원 간 친밀도와 유대감을 향상하기 위한 목적에서 기획됐다. 

 

게더타운을 통해 가상공간을 본사 사옥, 대강당, 연수원, 공장 등으로 구성해 오프라인과 유사한 교육·소통 공간을 조성하여 신입사원들이 실제로 현장을 견학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신입사원들은 각자의 아바타로 게임을 하듯 가상공간을 돌아다니며 곳곳에 배치된 직무 정보와 회사 생활 팁을 습득할 수 있다.

 

효성은 추후 교육뿐 아니라 회의, 영업 미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 등을 활용해 그룹의 디지털 환경을 조성,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을 가속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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