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우왕좌왕 탁상행정에 프랜차이즈업계만 멍들어간다
[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일회용품 사용에 급제동이 걸렸다. 플라스틱 등 폐기물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6월 10일부터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전국 매장 수가 100개 이상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카페, 제과점,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받을 때 보증금(300원)을 낸 후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다. 음료를 구매한 매장이 아닌 다른 매장에 일회용 컵을 반납해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현재 매장에서 사용하는 일회용컵은 연간 28억개로 국민 한 사람당 56개를 사용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회수되거나 재사용 하는 컵은 5%에 불과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일회용컵 보증제를 도입한 정부 취지는 공감한다. 그러나 이로 인해 업무량이 증가하고 지출 비용이 늘어나는 사업주들은 벌써부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이에 앞서 환경부는 지난 2018년 5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장 내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환경부는 또한 이를 어긴 사업장에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에 대다수 업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머그컵을 추가 구매하고 설거지 아르바이트생을 추가 채용해야만 했다.
그 뿐만 아니라 일회용컵에 음료를 받아 매장에 앉아 있는 고객에게 다회용컵을 이용하거나 자리를 비워달라는 요청을 해야 하는 등 사업주와 고객 간 실랑이가 하루에도 몇 번씩 벌어졌다.
이번 환경부의 결정은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주에게 다시 한번 희생을 강요하는 형국인 셈이다.
사업주는 일회용컵에 붙이는 스티커를 한 개당 300원을 주고 구입한다. 하지만 A매장에서 낸 일회용컵 보증금을 B매장에서 반납하면 B매장이 보증금을 환불해줘야 한다. 또한 스티커를 도난당하면 이를 해결할 대안도 없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업주는 일회용컵에 재활용 바코드 라벨을 부착해야 한다. 그러나 아침, 점심, 저녁 물밀 듯이 밀려오는 손님은 라벨을 붙이는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결국 사업주와 아르바이트생이 시간을 쪼개 라벨을 붙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일회용컵을 재활용하려면 설거지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일회용컵을 설거지해 반납하는 고객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정부가 차후에 설거지 후 반환하라는 정책을 내놔도 이를 제대로 지키는 고객이 과연 얼마나 될까.
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 정책은 박수 받을 일이다. 그러나 취지에 걸맞는 현실적인 제도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정부는 4년 전처럼 사업주들에게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2달여 시간 동안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현실적인 지원 방안을 사업주에게 제시하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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