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은행의 기록적 돈벌이, 자랑만 할 일은 아니다

최병춘 기자 입력 : 2022.04.28 07:20 ㅣ 수정 : 2022.04.2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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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국내 주요 금융그룹이 또 큰돈을 벌었다. 지난해 연간 기준 최대 실적을 거둔 기세가 올해 초까지 이어지면서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1분기 번 돈만 4조6399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9% 증가한 것이다. 대형 금융지주만이 아니라 은행을 가지고 있는 대부분 금융그룹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리 박수를 받는 분위기가 아니다.  고금리로 이자수익이 크게 늘어나면서 금융사들이 배를 불렸다는 시선 때문이다.

 

사전적 의미로 금융은 금전을 융통하는 일, 특히 이자를 붙여 자금을 빌려주고 받는 관계를 말하고 그걸 업으로 영위하는 곳이 금융기관이다. 이들이 수익을 내려면 이자를 맡긴 돈을 돌려줄 때 조금 붙이고 빌려준 돈을 받을 때 많이 붙이면 된다. 반면 돈을 맡긴 고객의 수익은 줄고 빌리는 고객의 부담은 커진다.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은행이 웃으면 고객이 우는 구조다.

 

금융사는 이자 수익 말고도 신탁 등 투자운용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비이자 수익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고객 돈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사업이 잘못되면 은행을 믿고 투자에 나선 고객은 피해를 볼 수 있지만 수수료를 받는 금융사의 경우 수익이 줄 순 있어도 사업에 따른 직접적인 손실을 보진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은행들이 팔다 불완전판매 사고를 일으킨 사모펀드 사태도 일례가 될 수 있다. 

 

금융사가 벌어들이는 수익 대부분은 결국 소비자들에겐 비용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은행이 수익을 많이 냈다는 건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랑할만한 일은 아니다.

 

이 때문에 은행 등 금융사엔 다른 업종의 기업보다 공적 역할이 강조된다.

 

지금은 극소수를 제외하면 집을 사거나 장사를 하거나, 기업을 운영하려면 금융사가 제공하는 돈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금융사에 대한 시장 의존도가 더욱 심해졌다. 은행 등 금융사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이고 그만큼 공공재로서 성격도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객의 돈으로 수익을 얻는 구조인 만큼 높은 수준의 도덕성도 요구되기도 한다. 자칫 금융사가 수익 올리기에만 급급해 공공성을 외면할 경우 소비자 손해 또는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사가 공공성이 빠진 체 이익추구에만 급급할 경우. 결국 ‘돈이 돈을 버는’ 것이 아닌 ‘돈이 돈을 뺏는’ 구조가 굳어질 수도 있다.

 

물론 시장주의적 관점에서 금융사에 공공성을 강제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있다. 금융사도 엄연한 기업으로 과도한 책임감과 그에 따른 규제가 경쟁력을 저하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금융사 내부에서도 역대급 실적에 반가워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고객들 눈치는 보이지만 CEO 능력을 돋보이게 하고 이익을 나누는 주주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자랑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출범할 정부도 예대금리 공시제 도입 등 금융사의 공공성 확보와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완화라는 정책 틈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금융사들도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고객과 상생할 수 있는 수익구조 개발과 영업 방식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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