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 채권 발행에 ESG투자기관이 열광한 까닭, SMR 못지 않은 '소수력 발전'이 원동력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한국수자원공사(사장 박재현)가 3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그린본드 발행에 성공해 그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빌딩(수요예측) 결과 3억5000만 달러의 채권을 발행하는데 20억 달러가 넘는 주문이 몰리는 등 남다른 인기를 끌었다.
이는 최근 금리가 급등하며 공채를 포함한 채권시장의 발행 규모가 크게 줄어든 양상과 대조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과 공공기관 등의 SRI(사회적 책임투자) 채권 발행액은 지난 22일 기준 18조192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2% 감소했다.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채권시장에서도 진짜를 가리는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수자원공사의 그린본드 발행이 모집액의 5배가 넘는 수요를 확보할 수 있었던 요인은 수자원공사만이 가진 ESG경영으로 풀이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번 채권을 그린본드(green bond) 형태로 설정해 ESG 투자 기관으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을 끌어당긴 핵심 ESG매력은 무엇일까. 우선 수자원공사는 수력발전을 주축으로 한 국내 재생에너지 1위 기업이자 물 종합 전문기관이기 때문이다. 석탄을 사용하는 타 발전 시설에 비해 ESG 성격이 강하다.
수자원공사는 지난 2020년 RE100(Renewable Energy 100)에 가입해 공공기관 중 유일한 RE100 멤버로 이름을 올렸으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물분야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해 ESG 경영에 속도를 냈다.
이러한 기반 위에 박재현 사장이 '소수력 발전' 역량을 키운 것이 주효했다는 게 자체 평가이다. 소수력 발전은 기존 대형 수력발전보다 환경피해 및 탄소배출면에서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 대형원전의 3분의 1∼6분의 1 규모인 SMR(소형모듈원전)이 원전사고시 피해규모를 최소화하고 신축적 전기공급을 가능케하는 장점을 가진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 "채권발행을 위한 투자자 모집에서 소수력 발전 등을 강조해"
한국수자원공사의 한 관계자는 2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주 채권발행에 앞서 투자자를 모집할 당시 수자원공사는 신재생에너지 중 소수력 발전과 같은 물을 원천으로 하는 에너지 발전을 강조했었다”며 “이와 같은 수력 발전은 석탄을 사용해 돌리는 타 발전 시설보다 ESG 부문에서 더 큰 메리트가 있어 채권발행에 유리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채권발행에 있어서 수자원공사가 내세운 강점은 소수력 발전이다. 소수력 발전이란 수력 발전 중에서도 작은 물의 힘을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방법으로 주목받는 신재생에너지 기술 중 하나다. 한국에서는 10MW(메가와트) 미만의 소규모 수력 발전 시설이 소수력 발전에 속한다.
소수력 발전의 강점은 계획-설계-건설 기간이 다른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설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소규모 시설인 만큼 큰 큐모의 수력발전보다 필요한 부지가 적고 주변 환경에 주는 영향이 미미해 환경오염 발생 비율 또한 작다. 특히 소규모의 물을 유도해 저낙차 터빈을 돌리기 때문에 범용성 또한 좋다.
무엇보다 소수력 발전에서 주목할 부분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이 타 발전 시설에 비해 극히 적다는 점이다. 소수력 발전이 1kWh(킬로와트시) 전력을 생산할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11.3g에 그친다. 2020년 기준 한국 발전 시설이 전력 1kWh 생산당 472.4g의 이산화탄소량을 배출하는 것에 비해 극히 적은 수준이다.
현재 수자원공사는 전국에 소수력 발전소 94대를 운영중이며 해당 소수력 발전소들의 총 출력 용량은 88MW다.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서울시와 잠실 수중보에 소수력 발전소를 개발하는 업무협약을 맺는 등 관련 사업을 확장하는데 주력했다.
지난 2020년 수행된 타당성 조사결과에 따르면 잠실수중보에 2.5MW의 소수력 개발 시 연간 14GWh의 친환경 전력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440가구의 전력공급량에 해당하며 6만6000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
■ 수자원공사 관계자, "신규 자금은 신재생 에너지 사업과 물 관리 사업에 투입할 예정"
한국수자원공사의 ESG 경영 강화 행보는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12월 ‘물분야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발표했다. 해당 로드맵은 기후위기 시대 물분야 탄소중립을 이행을 위한 기초자료로 물 관리 전 과정의 온실가스 감축과 2050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K-water 탄소중립을 넘어 국가 탄소중립 기여’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2050년까지 780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해 205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9배(888%)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탄소제로 물관리와 물에너지 확대, 그린수소 활성화, 흡수원 조성 등 온실가스를 저감을 위한 4대 전략을 수립했다. 이어 저탄소 수돗물 공급, 댐홍수터 생태복원, 그린수소 사업 참여, 자연생태기반 탄소흡수원 확대 등 12대 이행과제를 선정했다.
한편 수자원공사는 이번 그린본드로 조달한 자금을 신재생에너지와 물 관리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수자원 공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 채권발행으로 얻어진 자금의 구체적인 투입처는 수급이 된 후 결정되지만, 일단 ESG프레임워크 상에 있는 사업 분야에 배분할 계획이다”라며 “크게는 신재생 에너지 사업과 물 관리 사업 분야에 투자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