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정몽규 HDC 회장이 쏘아올린 '전면 재시공' 카드

김종효 기자 입력 : 2022.05.04 15:31 ㅣ 수정 : 2022.05.04 15:37

‘처벌 수위’ 집중한 정책 대신 손해 배상·신뢰도 회복 집중
“막대한 손해 불구, 현재 상황서 최선의 결정” 긍정적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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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종효 기자] 지난 1월에 발생한 아파트 붕괴사고로 그동안 수세에 몰렸던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 회장이 4일 깜짝 발표를 해 눈길을 끌었다. 

 

정 HDC회장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1월 외벽 붕괴 사고가 일어난 광주 화정아이파크를 전면 철거 후 재시공하겠다고 밝혔다. 쉽게 설명하면 사고가 일어난 201동을 포함해 8개 동 전체를 새로 짓겠다는 얘기다.

 

정 회장의 이같은 결정에 업계는 대부분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 A씨는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은 회사 차원에서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철거 후 준공까지 약 70개월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정 회장의 이번 결정은 막대한 손해를 감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건설회사 관계자 B씨는 “현재 HDC 입장에선 어떤 선택지보다 최상의 결정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B씨는 “광주 화정아이파크 계약자들이 11월30일 입주를 앞두고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는 데다 기존 아이파크 입주자들도 불안이 커져 브랜드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면 재시공에 따른 추가 비용이 최소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며 "자금 부담은 매우 커지겠지만 신뢰도 회복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며 정 회장이 위기를 조금이나마 극복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현 정부가 추진해온 중대재해법 등 정부의 ‘기업 옥죄기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시공을 진행 중인 건설회사 관계자 C씨는 “HDC가 영업정지를 얼마나 당하느냐, 등록 말소 되느냐를 두고 입방아를 찧는 동안 정 회장은 남은 계약자들 달래기와 경영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방안에 고심을 거듭했다"며 "기업과 소비자가 사고에 따른 해법을 모색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후속 조치에 고민하는 동안 정부는 기업 처벌하기 카드만 만지작했다는 얘기"라고 쓴소리를 했다.

 

건설업계는 중대재해법 등이 시행되면서 경기가 눈에 띄게 위축됐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 사고를 예방하는 대책이 아닌 사고에 따른 처벌 수위에만 정부가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건설 붕괴사고와 정부의 '기업 옥죄기' 사이에서 고심한 정 회장은 전면 재시공이라는 야심찬 카드를 내밀었다. 

 

그렇다고 오해하지는 말기 바란다.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대한 정 회장과 HDC의 책임은 분명하며 이에 따른 처벌은 당연하게 받아야 한다.

 

그러나 붕괴 사고에 따른 남아있는 계약자들의 불안 해소 방안, 피해자 보상, 재발방지 대책 수립과 관련해 정부는 이렇다할 만한 '빅 픽처'를 내놓지 못했다.

 

정부가 처벌 기준만 읊조리지 않고 건설 안전사고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건설업계와 소비자 모두 정부 정책을  믿고 지지할 수 있다.  정 회장과 HDC에 처벌하겠다는 으름장만 놓는다고 국내 건설 안전사고가 모두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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