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이 된 네이버의 '커넥티드 워크', 유능한 직원이 웃는다
[뉴스투데이=서예림 인턴기자] 네이버 직원들은 오는 7월부터 자율적으로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과 무관하게 '완전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재택근무가 ICT기업의 일하는 방법으로 공식 정착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물론 출근근무를 선택해도 된다.
네이버 직원들은 이제 재택근무파와 출근근무파와 나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느 쪽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지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나올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그룹에서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는 서로 다른 직원이 동일한 수준의 성과를 거뒀다고 가정했을 때, 초과근무가 적은 쪽의 효율성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유능한 직원은 웃고, 그렇지 못한 직원은 울게 된다. 재택근무가 인간조직의 일하는 법으로 정착되는 것은 '양날의 검'으로 작동되기 마련인 것이다.
■ 최수연 네이버 대표, "일의 본질에 집중해 최적의 환경에서 몰입하도록 할 것" / 사내 여론조사에서 '혼합식 근무' 52.2%, '주5일 재택근무' 41.7% 등으로 나와
네이버가 오는 7월부터 도입하는 새로운 근무제인 ‘커넥티드 워크(Connected Work)’가 이러한 혁신의 진원지이다. 사흘 이상은 사무실에 출근하고 나머지는 원격으로 근무하는 ‘타입-O’(Office-based Work)와 주 5일 재택근무를 기반으로 하는 ‘타입-R’(Remote-based Work) 중 원하는 근무 형태 중 어느 한쪽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타입-O를 선택한 근무자들은 사무실에 지정 자리를 배정받는다. 주차비와 식비 또한 제공된다. 타입-R을 선택한 근무자들은 자율 좌석제로 운영된다. 직원들은 6개월에 한 번씩 근무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타입-R을 선택한 근무자라도 필요하면 사무실에 출근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근무 형태의 도입은 코로나19 시대에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근무 형태를 스스로 결정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주요 IT 업계에서 선택 근무제를 도입한 만큼 ‘포스트 코로나’ 근무 형태를 고민 중인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는 “네이버는 언제, 어디서 일하는가를 따지기보다는 일의 본연의 가치에 집중해 신뢰 기반의 자율적인 문화와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 왔다”며 “앞으로도 일의 본질에 집중해 직원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 대표가 이처럼 '주5일 출근근무'를 사실상 폐지한 것은 사내 여론을 정확하게 실행한 결과물이다.
네이버가 지난달 초 본사 직원 4795명을 대상으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개인에게 최적의 근무방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5일 출근'은 2.1%에 그쳤다. 재택과 출근을 섞는 '혼합식 근무' 52.2%, '주5일 재택근무' 41.7% 등이었다.
'조직에게 최적의 근무방식'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주5일 출근'을 답한 응답자는 1.7%에 불과했다. '혼합식 근무' 53.5%가 ' '주5일 재택' 40.1%에 달했다.
■ JOB플래닛 살펴보니 '초과근무' 걱정하는 네이버 재직자들 많아 / 네이버 관계자, "재택근무자가 초과근무 입력하면 수당 지급"
임시적으로 도입됐던 완전재택 제도가 한 기업의 문화로 완전히 자리잡게 될 시 결과물 제출을 통해 근무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성과 중심 조직 문화’가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율성을 부여한 만큼 자신이 선택한 최적의 환경에서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뉴스투데이가 구인구직 사이트 잡플래닛을 살펴 본 결과에 따르면, 네이버 재직자 A씨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업무 시간이 자유로운 만큼 개인의 역량을 중요시하기 시작했다"며 "오히려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던 때보다 초과 근무를 하는 직원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직원 B씨는 "네이버에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은 신입들은 재택근무 방식이 효율성이 떨어져 초과 근무를 하곤 한다"고 말했다.
전 직원 C씨는 "재택근무를 할 수 있어서 좋으나 부서마다 차이가 심하다"며 "다른 부서들은 야근을 많이 하더라"라고 전했다. 일 회사에서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보이지 않는다면 기존 근무 형태보다 초과 근무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선택 근무제가 도입됨에 따라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성과를 낸다면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워라밸'이 실현 가능해진다.
네이버 관계자는 6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현재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직원들의 경우 개인적으로 업무 시간을 입력하고 있다"며 "추가 근무가 있다면 그만큼 추가 수당을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 네이버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법정 근로시간 최대치 도달 4시간 전 회사 시스템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 제도를 5월부터 시행함으로써 초과근무를 제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