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 급증한 신용카드 리볼빙 잔액…높은 이자율에 이용자 부담 커진다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지난해 신용카드 일부결제금액 이월약정(리볼빙) 잔액이 크게 증가했다. 이 가운데 리볼빙 금리가 법정 최고 금리인 20%에 가까워져 리볼빙 서비스 이용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리볼빙이란 신용카드 이용대금 가운데 일부를 다음 결제일로 이월하고, 이에 대해 추가 금리를 부담해 결제하는 제도다. 리볼빙 잔액이 늘어난 것은 이용금액을 제때 결제하지 못한 카드 이용자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BC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결제성 리볼빙 이용 잔액은 14조848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 말 12조9599억원에서 2020년 말 12조6032억원으로 다소 감소했으나 지난해 17.8% 급증한 것이다.
리볼빙 잔액이 급증한 데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불황이 이어지면서 카드 사용자들의 이용대금 결제 능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카드사들이 새로운 수익원 확보 차원에서 리볼빙을 장려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카드업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리볼빙 서비스를 신청할 경우 캐시백을 지급하는 형태로 마케팅을 강화했다.
리볼빙 서비스 이용자가 증가한 가운데 리볼빙 금리는 법정 최고 금리인 연 20%에 근접하면서 이자 부담이 커지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올해 1분기 리볼빙 이월 잔액의 가중평균금리가 가장 높았던 곳은 연 18.52%를 기록한 롯데카드였다. 이어 KB국민카드가 17.76%로 뒤를 이었고 우리카드 17.60% 등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가장 낮은 곳은 14.83%를 나타낸 하나카드였다.
고신용자의 경우에도 리봉빌 금리는 높게 적용됐다. 신용평점 900점 초과(KCB 기준) 차주에게 책정된 금리는 △롯데카드 17.06% △우리카드 15.55% △KB국민카드 14.98% △현대카드 14.40% △삼성카드 13.54%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리가 높게 책정되면서 리볼빙 이용자들의 이자 부담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리볼빙 잔액 14조8489억원에 평균 연 17% 금리를 적용해 한 달 만에 결제한다고 가정할 경우 이자는 2104억원이다. 여기에 결제일이 미뤄지면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진다.
때문에 리볼빙 서비스 이용에 대한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잘 이용하면 연체 없이 이용대금을 상환해 신용점수를 관리할 수 있지만, 이월된 대금에 추가로 사용한 카드 금액까지 더해져 다시 수수료가 정산되기 때문에 '카드값 폭탄'을 안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리볼빙은 일종의 대출로 취급된다. 때문에 신용점수에 따라 이율이 다르게 적용된다. 평균적으로 연 10~20%가 책정된다고 가정하면 카드 대금 연체 이자율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카드사들도 리볼빙 서비스에 대해 "신용점수가 하락할 수 있고, 약정결제비율을 100% 미만으로 신청해 지속적으로 이용한 경우 본인이 갚아야 하는 대금은 계속 늘어나게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또 이월된 금액은 미납된 이용대금에 포함되기 때문에 카드 사용 한도가 부족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경제적 여건이 여의치 않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지만, 결제 능력을 고려해 이용할 필요가 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신용카드 사용에는 기본적으로 현명한 소비가 전제돼야 한다"면서 "리볼빙 서비스의 경우 신용점수 관리 등 필요한 경우 본인의 경제적 상황을 감안해 적절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카드사별로 서비스 이용 시 주의 안내를 하고 있다"면서 "계획적인 소비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