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

검색
https://m.news2day.co.kr/article/20220511500170
기자의 눈

윤석열 정부의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 특정 기업 몰아주기 될까

글자확대 글자축소
최정호 기자
입력 : 2022.05.12 06:55 ㅣ 수정 : 2022.05.12 06:55

국내 제약사들은 가족기업 체제, 제약바이오 혈세 지원은 오너 일가 주머니 채워?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지원시, 빠른 성과 부담 안게 돼
신약개발 중요하지만 무리한 정책은 독 될 수 있어

image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국무총리실 산하 제약바이오위원회 신설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적 공약 중 하나다. 국가적 차원에서 제약바이오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게 목표이다.  

 

그러나 10일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에는 당장 훈풍이 불어올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 게 우려의 목소리를 나오게 한 이유로 꼽히고 있다. 

 

아직 국무총리 인선 전이라 제약바이오위원회 신설을 논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제약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했지만 이행된 것이 없기 때문에  윤 대통령에게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가 제약바이오 산업을 집중 육성하려면 개별기업들에게 많은 국가 예산을 지원해줘야 한다. 문제는 정부의 예산을 어느 기업에게 지원하느냐는 점이다. 

 

현재 국내 제약 업계는 2세 경영 체계가 공고해졌으며 대다수는 3세 체제로 넘어갔다. 제약사들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라 겉은 화려해 보이지만 사실상은 가족 기업이다. 지분율 40% 이상이 오너 일가로 집중된 곳도 더러 있다. 

 

제약사들은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대기업에 비해 덜 알려져 있어 승계 작업에 있어서는 투명하지 못한 상황이다. 승계 작업이 사회도덕에 비추어 봤을 때 떳떳하다고 할 수 있는 제약사는 매우 적은 편이다.   

 

이 같은 상황에 제약바이오 산업을 육성시키겠다고 국민 혈세를 쏟는다면 오너 일가 주머니만 채워준다는 비판 여론은 피할 수 없게 된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제약사들 지배구조가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것은 인정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전 세계가 멈춰선 상황을 고려하면 산업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제약바이오 산업을 성장시켜 코로나19 상황도 완전 극복하고 혹시 모를 다양한 전염병 창궐에 대해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약사들이 도덕적 결함이 있어도 대의적 차원이라는 이유로 지원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 관계자는 “IMF 위기 후 김대중 정부가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특정 기업에 힘을 실어 주었듯 제약바이오 산업의 육성을 위해 삼성과 SK를 밀어줄 수 있는 윤 대통령의 용단이 필요한 시기”라고도 지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는 CDMO(위탁개발생산)에만 주력하는 기업이다. 또 이들은 국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확충을 위해 첨병 역할을 하면서 국민들에게 알려졌다. 특히 자금력과 생산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이들 기업이 신약 개발을 쉽고 빠르게 해낼 수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삼성과 SK가 신약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와 인프라를 얼마나 축적하고 있냐는 점이다. 이들이 도깨비 방망이를 갖고 있지 않는 이상 뚝딱하고 신약 개발을 할 수 없다는 극단적 주장이 업계 안팎에서 파다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 윤석열 정부가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해 삼성과 SK를 밀어준다면 빠른 시일 내에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이 작용하게 된다. 이를 위해 삼성과 SK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신약 개발 R&D 기업들을 인수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이 본격적으로 정치권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박근혜 정부 때다. 당시 보건당국은 제약사에 대한 신약 개발 육성 자금 지원 기준을 그간 연구개발(R&D) 예산에 얼마나 투자했는지로 삼았다.  

 

다국적 제약사인 화이자와 머크 등과 같은 경우 코로나19 상황에서 백신과 치료제를 빨리 개발해 출시할 수 있었던 것은 긴급사용 승인 등의 인허가 절차가 쉬워져서가 아니다. 오랜 기간 이어온 다양한 신약 개발로 쌓인 기술과 인프라 때문에 가능했다. 

 

아직 우리나라는 신약 개발에 있어 후진국에 속한다. 또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데 오랜 기간이 걸린다. 대통령 5년 임기 내에 혁신 신약을 개발해 국가 위상을 세우고 경제를 발전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의 성과를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병마의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들에게 그에 걸맞은 치료제 공급은 정말 중요하다. 그 만큼 신중한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 단순 정치적 성과를 위해 신약 개발에 당근과 채찍을 무리하게 쓰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 뉴스투데이 & m.news2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

많이 본 기사

ENG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포스트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이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