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안, 대세는 대체투자...'새판짜는' 자산운용사들
대체투자 시장, 개인투자자 문턱 낮춰... 국민연금·사학연금도 비중↑
한화자산운용, 최초 ‘대체투자 ETF’ 선점...‘블랙스톤·KKR·칼라일그룹’
KB자산·신한자산·한국투자신탁...조직개편.통합 통해 대체투자 집중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최근 자산운용사들은 불안한 증시를 대체할 만한 투자처로 ‘대체투자’를 꼽았다. 운용사들은 대체투자본부를 설립하거나, 대체투자 ETF(상장지수펀드) 상품을 내놓으며 증시 부진의 돌파구로 삼는 모습이다.
이렇다 보니, 주식시장 부진이 대체시장 활황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자산운용사들은 전통투자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하며 투자 활주로를 열고 있다.
시장 확대에 따라 이를 운용하는 대체투자 전문 회사(Alternative Asset Manager) 수익도 증가 추세다.
대체투자 전문 회사는 ‘GP’(General Partner)라고도 불린다. 펀드 운용사로서 투자자를 유치해 펀드 재원을 확보하고, 확보된 재원으로 펀드를 결성한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대체투자가 비유동성 자산 특성상 고액 자산가와 기관투자자 위주로 형성됐었다”며 “최근 국민연금 공단이나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공단,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수익률 재고와 위험 배분을 위해 기존 전통투자와 차별화한 투자자산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 대체투자 시장, 개인투자자 문턱 낮춰...국민연금·사학연금도 비중↑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체투자 시장의 펀드 운용규모(AUM)는 지난해 13조3200억달러에서 2026년 23조21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관·전문투자자 등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대체자산 투자 시장이 개인투자자들의 문턱도 낮췄다는 평가다.
대체투자란 주식, 채권 등 전통적 투자자산을 제외한 사모투자(PE)와 부동산, 인프라, 원자재, 기타 실물자산 등 다른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월 말 기준 기금 규모 918조1960억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은 대체투자 부문(1.23%)을 제외한 모든 자산군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에 국민연금은 2017년 66조8000억원의 대체투자 포트폴리오가 올해 123조8000억까지 불어났다. 또 지난해 기준 13.4%였던 대체투자 비중을 2026년까지 15.0%로 늘릴 예정이다.
같은 기간 사학연금은 21.3%에서 26.2%로, 산재 보험기금은 11.7%에서 20.0%로 비중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연기금투자풀(연기금풀)이 최근 공시한 3월 성과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운용수익률이 플러스인 자산군은 대체투자(2.24%) 하나에 불과했다.
■ 한화자산운용, 전 세계 최초 ‘대체투자 ETF’ 선점...‘블랙스톤·KKR·칼라일그룹’
한화자산운용이 전일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국내 첫 ETF인 ‘아리랑(ARIRANG) 미국대체투자Top10MV’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해당 ETF는 매출이나 운용자산의 최소 75% 이상이 대체자산으로 구성된 미국 상장 대형기업 10종목으로 사모펀드뿐만 아니라 벤처캐피털(VC), 기업성장투자기구(BDC) 등 대체자산 전반에 투자한다.
MVIS(MV Index Solution)사의 BlueStar Top 10 US Listed Alternative Asset Managers Index를 기초지수로 한다.
구성 종목으로는 세계 3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 KKR, 칼라일그룹과 세계 최대 인수합병 전문 회사인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글로벌 대체자산 운용사 브룩필드애셋매니지먼트 등 미국에 상장한 글로벌 대체투자 전문회사가 다수 포함됐다.
이번 상품 출시로 한화자산운용은 선제적이고 차별화된 투자 대상 선별과 효과적인 운용을 통해 대체투자 ETF 시장을 이끌겠다는 포부로 해석된다.
특히 지난해 7월 합류한 한두희 대표 취임 후,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ETF 부문을 강화했다.
앞서 한화자산운용은 지난해 9월 기존 ETF 조직을 팀에서 사업본부로 격상하고 하위 조직으로 ETF운용팀과 ETF컨설팅팀, ETF상품팀을 배치했다. 수장으로는 ETF 전문가인 김성훈 본부장을 선임했다.
■ KB운용, 올 초부터 대체투자 운영...신한운용, 신한대체투자와 통합해 5위
KB자산운용이 이현승 단독 대표 체제 2년째를 맞아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이번 개편으로 신설된 3개 부문(ETF&AI·LDI·연금&유가증권)을 이끌 부문장들의 면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올해 초부터 대체투자 부문을 운용해왔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해외투자 부서를 해외인프라운용본부로 승격시켰다.
이현승 대표는 해외대체투자수탁고를 2017년 취임 후 7000억원 수준에서 2022년 현재 6조3000억원 수준으로 성장시켰다.
신한자산운용은 신한대체투자운용과 합병해 통합법인으로 출범하면서, AUM 75조원 규모의 종합자산운용으로 성장했다. 이로써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KB자산운용에 이은 5위다.
지난해 한국투자신탁운용도 대체투자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올해 자회사 설립을 위한 첫 움직임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사장 직속으로 실물대체총괄을 신설했다. 총괄 조직은 기존 주식과 채권, 글로벌운용, 투자솔루션, 경영기획에 더해 5개 부문으로 늘었다. 실물대체총괄 산하에는 실물자산운용본부를 뒀고 사실상 기존 본부를 총괄 단으로 격상했다.
한편 지난해 펀드 운용으로 가장 많은 돈을 번 운용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이 2위, 삼성자산운용은 3위다. 증시 활황으로 ETF 및 대체투자가 활성화되며 펀드 운용 보수 총액은 4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증시가 안 좋은데, 대체투자가 활황이라서 매출 기여도가 매우 크다”며 “그래서 자산운용업계들도 지금 열을 올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 이 시장은 더 커질 것이고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회사들도 늘어나는 만큼 다양한 상품군 출시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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