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가시밭길’ 산업은행 회장 찾기 다시 안개 속

최병춘 기자 입력 : 2022.05.18 07:15 ㅣ 수정 : 2022.05.18 07:15

정치적 현안 ‘부산 이전’, 구조조정 이행 등 난제 산적
황영기 전 금투협회장, 반발 여론에 투자사 운영 변수
이석준·강석훈·윤창현 기타 인물로 선회 가능성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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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공석이 된 KDB산업은행 차기 회장을 누가 맡을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기 회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은 노조와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데다 최근 자산운용사에 몸담으면서 후임을 쉽게 예측할 수 없게 됐다.  

 

18일 산은에 따르면 이동걸 회장은 윤 대통령 취임 시점에 맞춰 임기를 1년 4개월가량 남기고 지난 9일 이임식을 끝으로 퇴임했다. 현재 산은은 새 회장이 임명될 때까지 최대현 수석부행장(전무이사)의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렇다고 산은 회장 자리를 오랫동안 비워 둘 수도 없다. 국내 대표 국책은행인 데다 산은이 직면한 과제가 산적해 있어 경영 공백 최소화 등을 위해 새 정부의 차기 회장 인선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산은은 전임 회장이 마무리 짓지 못한 기업 구조조정 작업을 비롯해 부산 이전 문제 등 정치적 현안까지 풀어야 할 과제 또한 남아있다.

 

특히 산은 본사의 부산 이전 문제는 윤 대통령의 주요 지방 공약으로 새 정부가 국정과제에 포함해 추진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노조 등 금융권 일각에서 새 정부가 강조하는 지방 이전을 통한 금융허브 조성에 실효성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실현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이동걸 전 회장이 매듭짓지 못한 구조조정 작업을 마무리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앞서 산은은 조선업 구조조정을 위해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려 했지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등 이해관계 국가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또 쌍용자동차의 매각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자회사인 KDB생명의 매각 작업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에 차기 산은 회장 자리에는 전문성은 물론 윤석열 정부와 국정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인물이 선임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차기 회장에 누가 선임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유력한 후보로 꼽아왔다. 황 전 회장은 삼성증권 사장, 우리금융‧KB금융지주 회장 등을 역임한 금융 전문가다. 금융업계에선 저돌적인 추진력에 ‘검투사’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특히 황 전 회장은 대선을 앞두고 지난 2월 윤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는 선언을 하면서 새 정권과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황 전 회장이 사모운용사를 설립, 영업에 나서 변수다. 황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금투협 전무 출신 김철배 대표와 함께 설립한 아이트러스트자산운용의 신규 사모전문 운용사 등록을 이달 완료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황 전 회장이 6.6%의 지분을 보유하고 초대 회장까지 맡았다. 

 

황 회장이 산은 회장으로 선임될 경우 맡은 지위를 내려놓고 지분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해야한다.

 

황 회장이 산은 회장 자리를 위해 이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 지분을 처분한다고 해도 특수관계 잡음이 예상되는 만큼 윤 대통령이 섣불리 선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특히 황 전 회장 내정설이 돌자 노조와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가 과거 우리금융 회장 시절 파생상품 투자 손실 책임, 대출청탁 의혹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는 점도 새 정부 입장에선 부담이다.

 

산은 노조는 지난 13일 성명에서 황 전 회장 내정설과 관련해 “그는 과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행장 시절 은행에 걸맞지 않은 무리한 파생상품 투자로 은행에 수조 원의 손실을 안긴 인물이다”며 “권력을 등에 업은 대출청탁 의혹 등으로 수차례 검찰청을 드나들기도 했다”며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이에 함께 하마평에 올랐던 이석준 서울장학재단 이사장(전 국모조정실장),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강석훈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에게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도 있다.

 

당장 수장 공백을 메우기 쉽지 않는 것도 새 정부의 고민이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 제청 후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거쳐 선임된다. 하지만 윤 대통령 취임 후 금융위원장 자리도 공석인 상황이다.

 

후임 금융위원장으로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사실상 내정됐지만 아직 정식 선임까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어 산은 회장 임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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