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에 보험업계 건전성 ‘비상’...내년엔 숨통트일까
[뉴스투데이=한현주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한 번 인상해 보험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인상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긴축정책 행보에 따른 한미 간 금리역전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1.5%인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번 금통위는 이창용 한은 총재 취임 이후 첫 번째 금통위다. 이번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지난 2007년 7월과 8월 이후 14년 9개월 만에 두 달 연속 기준금리가 오르는 셈이다. 금통위가 두 달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 금리 상승기 RBC 비율 권고치 미달 보험사 비상
이같은 한국은행의 긴축 가속화에 국내 보험회사들의 지급여력(RBC)비율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금리 상승으로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매도가능 증권으로 분류된 채권의 평가이익이 감소해 RBC 비율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김한율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근 RBC 비율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시장금리 급등에 따른 채권평가이익 감소에 있다”면서 “보험업권의 수익성은 전년 대비 개선되는 모습이나, 금융자산 재분류 등으로 금리 민감도가 높아진 보험사의 RBC 비율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RBC 비율은 일시에 보험금 지급 요청이 들어왔을 때 지급할 수 있느냐를 보여주는 재무 건전성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보험사의 건전성이 우수하다는 의미다. 보험업법은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한다. 금융당국은 선제적 관리를 위해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기준 한화손해보험의 RBC 비율은 122.8%로 지난 4분기 말보다 54.1%포인트 떨어졌고 같은 기간 농협생명도 210.5%에서 131.5%로 79%포인트 급감했다. 흥국화재의 RBC 비율은 146.6%로 전분기 말보다 8.7% 포인트, DB생명은 139.14%로 18.5% 포인트 떨어졌다.
KB손해보험은 올해 1분기 말 RBC 비율이 162.3%, 한화생명은 161%, DB손해보험은 188.7%, 현대해상은 190.7%였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올 1분기 말까지 0.72%포인트 올랐으며 2분기 들어서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채권 금리 상승은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장기 국고체 금리가 0.1%포인트 오르면 RBC 비율이 1~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올 하반기까지 추가 금리 인상이 남아있어 RBC비율 100% 이하 보험사가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보험계약자 보호에 적신호가 켜지는 셈이다.
■ 금리인상기조 내년엔 긍정적 요인으로
다만 내년 국제회계기준(IFRS)17과 함께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되면 금리 상승 기조가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해 재무 건전성 이슈는 해소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연구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년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되면 보험부채가 계약 시점의 원가가 아닌 시가 기준으로 평가돼 보험사들의 자기자본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금리상승이 보험사의 장기적인 수익성과 자본 적정성까지 개선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아울러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보험사의 수익도 개선될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상승하면 장기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보험사 수익은 늘어난다"면서 “단순 자산운용 부문에서 보면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금리인상 시기 보험사들이 겪는 이차역마진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보험사들이 겪는 이차역마진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보험계약재매입'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험계약재매입제도는 고금리 보험계약에 대한 계약 해지 시 기존 해지환급금에 일정한 프리미엄(웃돈)을 더해 지급함으로써 보험 부채를 청산하는 제도다.
지광운 군산대 법학과 교수는 “고금리 보험계약에 대한 계약 해지시 기존 해지환급금에 프리미엄을 더해 지급함으로써 보험 부채를 청산하면 된다”고 말했다.
■ 한화·KB손보 등 대응책...후순위채 발행 계획
보험사들도 RBC비율이 당국 권고치인 150% 이상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김 연구원은 “보험사들이 단기적으로 대응할 방법은 현재로선 유상증자, 후순위채 발행,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들어 보험사가 발행한 자본성증권 발행액은 약 2조6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기준 자본성증권 발행액은 2017년(2조1990억원)을 넘어 사상 최대 규모다.
자본성 증권이란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조건부 자본증권 등 회계 처리 상 자본으로 분류할 수 있는 채무증권이다. 발행액을 모두 자본으로 회계 처리할 수 있어 재무구조를 일시 개선해주지만 부채의 성격이 크고 상대적으로 지급해야 할 금리도 일반 회사채보다 높아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한화생명은 다음달 3000억~500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을 검토 중이다. 코리안리재보험과 KB손해보험도 각각 3000억원, 78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다음달 초 발행할 예정이다. 흥국화재는 300억원어치 후순위채 발행을 앞두고 수요예측을 거쳐 오는 31일 채권을 발행한다.
농협생명은 RBC비율 관리를 위해 올해 유상증자 6000억원, 후순위채권 발행 8300억원 등 총 1조4300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