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사들이는 우리금융 임원들···실적 자신감이냐, 주주 달래기냐

유한일 기자 입력 : 2022.05.31 07:04 ㅣ 수정 : 2022.05.31 07:04

우리금융 임원들 잇따라 자사주 매입
주주 가치 제고와 실적 자신감 반영
횡령 등 변동성에 선제 대응 해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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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 그래픽=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손태승 회장을 비롯한 우리금융그룹 주요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주주 가치 제고를 가장 큰 목적에 두면서 향후 그룹 실적에 대한 자신감도 담겨있다는 게 우리금융 측의 설명이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 부양을 위한 대표적인 방법이다. 예금보험공사(예보) 잔여 지분 매각이나 우리은행 횡령 사태 등 우리금융 주가를 둘러싼 잠재 변동 요인에 대응해 선제적인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 달래기’에 나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손 회장은 지난 23일 장내 매입을 통해 우리금융 주식 5000주를 사들였다. 이로써 손 회장이 보유한 우리금융 주식은 총 11만3127주로 늘었다. 

 

이후 26일 박화재 우리금융 사업지원총괄 사장(2만2421주)과 전상욱 우리금융 미래성장총괄 사장(2000주), 이원덕 우리은행장(2000주) 등 우리금융 주요 임원들도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다. 

 

우리금융 공시를 종합하면 이번에 손 회장을 비롯해 12명이 우리금융 주식 총 5만921주를 매입했다. 매입 날짜에 따른 단가 차이는 있지만, 손 회장 매입일 기준(주당 1만4200원)으로 계산하면 이번에 약 7억2300만원 규모의 우리금융 주식이 매입됐다. 

 

그간 손 회장은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는 우리금융 회장으로 취임한 2018년 2월 이후 지금까지 15회에 걸쳐 자사주를 사들였다. 매입 규모는 2019년 2월(2만296주)과 2020년 8월(2만7831주)을 제외하고 모두 회당 5000주 수준이다. 

 

자사주 매입은 상장사들의 대표적인 주가 부양 수단으로 꼽힌다. 특히 경영진이 자비로 사는 자사주는 현재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점을 시장에 알리는 효과도 있다. 

 

우리금융은 이번 자사주 매입의 이유에 대해 “향후 그룹 경영 실적에 대한 자신감은 물론, 적극적인 주가 관리 의지를 피력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우리금융의 지난 1분기(1~3월) 순이익은 884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2.55% 증가했다. 이는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시장에선 그룹 내 은행 부문(우리은행) 비중이 높은 우리금융이 금리 인상기 수혜를 강하게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자 이익 증가 효과는 그대로 누리면서, 증시 부진에 따른 증권사 실적 악화 등의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KB·신한·하나를 비롯한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보험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최근엔 예금보험공사(예보)의 잔여 지분 블록세일(시간 외 대량 매도·Block Sale) 영향에 우리금융 주가가 출렁이기도 했다. 

 

주가가 변동을 보이면 주주들은 회사의 대응이나 메시지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결국 손 회장을 필두로 우리금융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현재의 주가 변동은 일시적”이라는 확신을 피력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우리금융의 자사주 매입이 최근 터진 우리은행 횡령 사태를 어느 정도 반영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600억원대 횡령 사건으로 우리은행의 부실한 내부통제가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금융사의 생명인 신뢰도 타격 역시 불가피하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난달 27일 우리금융은 전 거래일 대비 2.55%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28일엔 장중 한때 6%대로 주저앉은 뒤 회복해 보합 마감했지만, 29일 다시 3.79% 떨어진 채 장을 마쳤다. 

 

현재 수사당국과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우리은행 횡령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횡령액이 600억원대에 달하는 만큼 당사자는 물론 당시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우리금융 입장에선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 횡령 사태 리스크를 한동안 안고 가야 하는 셈이다. 증권가 등에선 당장 횡령에 따른 주가 하락 압력이 크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으나, 향후 수사·조사 결과에 따른 제재 등의 불확실성은 잔존해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횡령액이 큰 건 사실이지만 우리은행 실적을 뒤흔들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금융사에 신뢰는 돈을 주고 살 수도 없고, 고객에게 선택받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인 만큼 앞으로 우리은행이 어떤 스탠스로 횡령 사태를 대응해 나가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측은 손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이 횡령 등 부정적 이슈를 의식한 목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주주 가치 제고와 경영 실적 자신감, 변동성 대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우리금융의 한 관계자는 “이번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목적이 횡령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순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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