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5.31 05:00 ㅣ 수정 : 2022.05.31 09:02
'기업활동 자유' 강조하는 윤 정부에 재계, 기업혁신과 글로벌 경영 '급물살' 삼성, 6월중 글로벌 전략 회의 추진...CE IM부문 시너지 효과 극대화 SK, '파이낸셜 스토리'와 ESG 경영 분석...'BBC산업' 등 핵심 성장동력 강화 LG그룹, 한국 '최첨단 제품 생산기지와 R&D 핵심기지'로 적극 육성키로 현대차그룹, 차량용 반도체 부족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경영악재 해소 反기업 정부 물러난 후 불거진 러-우크라 전쟁과 미-중 갈등도 주요 원인 美,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추진....한국도 美정책 걸맞는 성장전략 나서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재계가 윤석열 정부 출범에 발맞춰 연일 야심찬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규제라는 '모래주머니'를 기업 발목에 차게 하는 퇴행적 행태를 보였다면 윤 정부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토대를 두고 기업의 자율경영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5년간 '반(反) 기업 정서'에 경영 활동에 압박을 받아온 기업들은 이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기업혁신과 글로벌 경영에 시동을 걸고 있는 셈이다.
■ 삼성 등 4대 그룹, 대규모 투자 이어 계열사별 전략회의 본격 나서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을 시작으로 SK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등 대기업들이 연이어 대규모 투자를 밝힌 데 이어 주요 그룹 계열사 주요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전략회의를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영향으로 3년 만에 가지는 상반기 전략회의 겸 윤석열 정부 하에서의 첫 전략회의라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이 어떤 현안을 중심으로 전략회의를 펼쳐 나갈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6월 중 글로벌 전략 회의를 계획 중이다. 이 회의는 삼성전자 국내외 임원급들이 함께 모여 업황을 점검하고 신(新)성장 동력 방안이나 새로운 사업 계획에 대해 서로 의견을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자리다.
삼성은 그동안 매년 6월과 12월 등 두 차례에 걸쳐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회의가 연 1회로 줄었다. 삼성은 올해 첫 글로벌 전략 회의 방식, 회의 내용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현재로서는 해외법인장 등 국외 임원도 참석하는 오프라인 행사와 함께 온라인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사업 부문별 주요 예상 의제를 살펴보면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은 한종희 부회장이 주축이 돼 소비자가전(CE), IT(정보통신)·모바일(IM) 부문 통합 시너지를 향상시키는 방향이 중점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불거진 원자재 인플레이션과 중국 주요 도시 봉쇄 등에 따른 공급망 관리 등도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DS)부문은 현재 진행 단계에 있는 미국 텍사스주(州) 테일러시(市)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착공 진행 상황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아울러 3년 차에 접어든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추진 과정이 주요 점검 대상이다.
이 밖에 메모리반도체 초격차 유지와 업황 변동에 따른 대응 방안,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 부진 여파와 대책 방안도 짚고 넘어갈 전망이다.
SK그룹은 다음달에 확대경영회의를 열 예정이다.
해마다 6월에 진행되는 SK그룹 확대경영회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각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함께 모여 그룹 비전과 경영 현황 등을 공유하는 정례 회의다.
이번 회의에는 최 회장 경영철학인 ’파이낸셜 스토리‘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사례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기존의 재무성과와 더불어 시장에서 전략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목표, 구체적 실행계획을 담은 성장 스토리를 기반으로 고객과 투자자, 시장 등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공감을 유도하는 SK그룹 경영 전략의 하나다.
특히 SK그룹은 최근 반도체(Chip),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등 이른바 BBC 산업으로 묶이는 핵심 성장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5년에 걸쳐 247조원을 투입하는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밝혀 이와 관련한 의제도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LG는 지난 30일부터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를 시작으로 약 한 달간 ‘전략보고회’를 실시한다.
전략보고회에는 3년에 1회 이상 주요 계열사 혹은 사업에 대한 전략 재정비와 미래 준비에 대한 점검이 이뤄지는 게 관례다.
이번 전략보고회에서는 사업·기술·고객 포트폴리오 등 중장기 사업전략 논의와 함께 그룹 차원의 미래 준비를 심도 있게 살펴볼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글로벌 경영 차원에서 해외 투자를 늘리지만 총 투자액 가운데 상당 부분을 국내에 투자해 LG그룹의 최첨단 고부가 제품 생산기지 및 연구개발(R&D) 핵심기지로 한국의 위상이 이어져야 한다는 그룹 내 공감대를 만들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각 계열사가 준비한 분야별 전략 방안을 경영진과 중점 논의하고 전략회의에 앞서 발표한 ‘5년간 국내 106조원 투자’, ‘5년간 5만명 직접 채용’ 등이 계획대로 실천될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각사 최고경영자(CEO) 주재 하에 매년 7월과 12월 연 2회 ‘해외 권역 본부장 회의’를 개최하는데 이변이 없는 한 오는 7월에도 본부장 회의를 열 계획이다.
특히 현대차는 올해 한국·북미·유럽·중국 등 권역별 시장의 생산 현황과 판매 실적 등을 점검하고 장기화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악재를 돌파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인다.
■ 주요 기업, 러-우크라 전쟁, 美-中 갈등, 3高 등 수두룩한 경영악재 해결 '잰걸음'
이처럼 기업들이 잇따라 전략회의를 개최하기로 한 데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과 중국간 충돌 등이 지목되고 있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불거졌고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본격화해 복잡한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전략회의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高(고)’로 대외 불확실성이 크게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따라 기업별 구체적 주요 관심사는 비록 다르지만 기업 성장이 전제되는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이 밑바탕이 될 거라는 게 경영 전문가의 의견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은 1980년대 기준금리가 21%까지 오른 이력이 있는데 물가 인상,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모든 정책을 강구했다”며 “올해 미국이 기준 금리를 3.5%까지 올리겠다고 했는데 이는 아마 경제성장과 물가 인상 잡기를 동시에 목표로 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김 교수는 “미국을 언급한 이유는 한국과 미국의 커플링(coupling·한 나라 경제·금융 상황이 다른 나라와 비슷한 흐름) 현상 때문”이라며 “결국 한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경제성장과 물가 안정을 동시에 이끌어 가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물가인상은 재계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기업은 성장을 필요로 하고 정부는 기업 성장에 따른 경제성장과 동시에 물가 안정도 달성하려 하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향에 대한 고민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