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바이든·인텔 행보에 韓 반도체 위상↑...주가, 속앓이 멈추나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평택공장 방문·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 회동 등 광폭 횡보를 보이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이번엔 ‘6만전자’ 수렁에서 빠져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아울러 하반기 반도체 업체들의 보수적인 투자 기조와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 세제지원 및 인재 양성지원 등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급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증시를 이끌면서 대장주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주가가 오를 듯하다가 오르지 못하는 미스터리에 둘러싸였다. 연초 이후 8만전자를 내다봤지만 지난 3월 초부터 7만전자가 무너지면서 줄곧 6~7만원선 박스권 내지 내리막길에 갇혀 있는 상태다.
반도체가 경기 민감업종인 만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증시가 지지부진 측면도 있다.
그렇다고 실적 이슈나 재료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런데도 삼성전자 주가는 전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과 비교해도 과도하게 저평가됐다는 게 2일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삼성전자는 최근 기업 경영의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특히 지배구조의 건전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꾸준히 지적돼 왔다. 불확실한 지배구조가 삼성전자 주가 반등을 억누르고 있다는 해석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삼성전자는 현재 크게 두 가지(바이든·인텔 이슈) 도전이 있는 상태다”며 “앞으로 삼성전자가 호재성 재료만으로 끝나지 않고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하나는 지배구조 리스크가 존재하는 데 이것을 조속히 안정화해야 한다. 또 하나는 반도체 시장 자체에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에 지속적인 수입원 창출에 대한 의사 결정이다. 이러한 부분들이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에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삼성전자 주가가 뛰려면 주주가치 증대가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실적 모멘텀에 기반해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예상하고 있다”며 “하반기 주주환원 정책 재검토 여부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삼성전자, 바이든 대통령 평택공장 방문...호재성 재료, 주가는 그닥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공장 방문 시, 향후 5년간 8만명을 신규 채용하는 등 팹리스와 파운드리 분야에 450조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시스템반도체사업에서 분야별 강자인 인텔(CPU)과 엔비디아(GPU), 퀄컴(SoC), 소니(이미지센서) 등과 점유율 격차를 줄이겠다는 구체적 목표도 제시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 증시 훈풍과 함께 향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재료들이 다수 확인되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그러면서 반도체와 2차전지, 자동차, 원전 등 관련 기업의 터닝 모멘텀과 외국인들의 증시 복귀 가능성을 전망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 하나하나가 중요한 단서가 됐다. 양국 정상은 한미 관계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이란 큰 기조 아래 안보와 경제, 국제 문제 등을 논의했다.
회담은 시장이 궁금해하는 경제 분야에서 첨단 반도체와 친환경 전기차용 배터리, 인공지능(AI), 양자기술, 자율 로봇 등의 민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면서 관련주들도 ‘들썩’거렸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긴축 여파로 힘을 잃은 주식시장이 한미 정상 회담을 기점으로 활력을 찾게 될지가 관심 대상이 됐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기대감에 소폭 올랐던 주가는 다음날부터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맛봤다.
■ 이재용, 인텔 CEO 회동 배경은...협업 통한 반도체 시장 ‘윈윈’ 효과에 주목
지난달 30일 인텔 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격 회동을 함에 따라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렸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퀄컴 CEO가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한 지 열흘 만에 글로벌 반도체시장 1위 자리를 두고 삼성전자와 경쟁 중인 인텔이 민간 차원의 양국 기업 협력 강화 스탠스를 보여서다.
특히 대규모 투자, M&A(인수합병) 등 점차 경쟁이 심화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양사 간 협력으로 시장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 주시하는 분위기다.
이날 이 부회장은 인텔 CEO를 만나 양사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각 부문장과 함께 릴레이 회의를 했다. 또 삼성전자·인텔은 △차세대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PC·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찾았다.
최근 들어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든 인텔은 그동안 1위 업체의 점유율을 견제할 존재가 필요했고 대안으로 파운드리 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손을 잡는거였다.
삼성전자도 1위 TSMC와 마찬가지로 5나노미터급 반도체 양산이 가능하다. 인텔이 삼성전자에 일감을 주게 되면 TSMC의 점유율 독식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다.
삼성전자는 안정적인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 차원에서도 양사 간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인텔은 이미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도 삼성전자와 협력해 왔다.
이 부회장과 겔싱어 CEO의 회동이 파운드리 협력에 물꼬를 틀 신호탄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인텔에 이어 퀄컴,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이 국내 업체들과 전방위 협업을 강화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2분기도 고성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77조7815억원으로 전년 동기(65조3885억원)보다 19% 늘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14조1214억원을 달성해 50.5%(4조7385억원) 급증하면서 영업이익률 역시 3.9%포인트 상승한 18.2%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에서 823억달러(당시 환율 기준 94조 1600억원)의 매출을 올려 79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인텔을 제치고 1위에 오른 바 있다.
■ 경영진 내세운 자사주 매입, 소각이 ‘답’
삼성전자 주가가 ‘6만전자’가 된 지 두 달이 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말 주가가 6만5000원마저 깨지자 회사가 임원들에게 자사주 매입을 독려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특히 메일에는 ‘대출이 필요한 경우 대출상품도 함께 안내 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30일 기준 삼성전자 자사주를 매입한 임원은 20명(부사장 16명·상무 4명)으로 보통주 4만2412주, 우선주 1015주며, 매수가격만 28억여원어치다. 이중 이달 들어 자사주를 가장 많이 사들인 임원은 오종훈 부사장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10월 6만원대에서 머물다가 같은 해 말 8만원대까지 오르며 ‘10만전자’를 기대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줄곧 하락세를 보였고 지난 3월 말부터 다시 6만원대로 주저앉아 올해만 13.54% 하락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소식에 지난달 12일 6만4000원대(종가 6만49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이후 6만6000원과 6만7000원선을 차례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반등 신호’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유의미한 업황 개선 및 인수합병(M&A)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로선 특단의 대책으로 가격 방어에 나선 것이지만 주가는 계속 내려가고 있어 ‘주식소각’ 등 보다 강도 높은 주가 부양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삼성전자 경영진에게 자사주 매입을 강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주식이 저평가 되었다고 판단하면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게 정상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추경호 부총리, 반도체 투자 확대키로...삼성전자, 하반기 호실적 전망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반도체 시장 초격차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R&D) 투자 세제지원과 인재 양성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추 부총리는 지난달 31일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방문해, 최근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 간 반도체 동맹이 급물살을 타 국내 반도체 산업에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산업 성장을 위한 새 정부의 의지를 전달했다.
추 부총리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며 "반도체 산업의 성장 기반과 역량을 더욱 탄탄하게 하도록 국내 반도체 투자 확대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날 학계·업계 관계자들도 세제 등 정부 지원 확대와 반도체 전문인력 부족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건의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 주가가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로 큰 폭으로 조정받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회복세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점, 우려했던 메모리 가격 하락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 점 등을 꼽았다.
하지만 증권업계의 수많은 긍정적 전망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오를 기미가 없자, 투자자들의 근심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전망도 나쁘지 않지만 실적과 따로 노는 주가가 과연 이를 반영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D램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견조한 메모리 수요 증가로 2분기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2분기 메모리 가격은 긍정적 흐름이 예상돼 올해 삼성전자 분기 실적은 3분기까지 증익 추세가 이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