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295조원 시장을 잡아라'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의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가 세계 최초로 대형 선박으로 자율운항해 대양횡단에 성공했다.

아비커스는 SK해운과 함께 18만 입방미터(㎥)급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프리즘 커리지'호의 자율운항 대양횡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2일 밝혔다. 이에 따라 아비커스는 295조원 규모 자율운항선박 시장에서 유리한 입지를 마련했다.

이 선박은 지난달 1일 미국 남부 멕시코만 연안 프리포트(Freeport)에서 출발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한 후 태평양 횡단을 거쳐 33일간에 이르는 운항을 마치고 충남 보령 LNG터미널에 도착했다. 총 운항 거리 약 2만km 가운데 절반인 1만km를 '하이나스(HiNAS) 2.0'을 적용해 자율운항했다. 하이나스 2.0은 아비커스의 2단계 자율운항솔루션이다.  이번 항해는 자율운항 기술로 선박을 제어해 대양을 횡단한 세계 첫 사례이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아비커스가 개발한 하이나스 2.0은 현대글로벌서비스의 통합스마트십솔루션(ISS)을 토대로 최적의 경로와 항해속도를 정한 후 인공지능(AI)이 날씨, 파고 등 주변 환경과 선박을 인지해 실시간으로 선박 조타명령까지 제어하는 2단계 자율운항 시스템이다.  2단계 자율운항 기술은 기존 1단계 기술인 인지, 판단 기능에 더해 조종 및 제어까지 가능한 기술을 뜻한다.

이번 대양횡단에서 하이나스 2.0이 탑재된 선박은 최적 경로로 자율운항하며 연료 효율을 약 7%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은 약 5% 절감했다. 또 운항 중 다른 선박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 충돌 위험을 100여 차례 회피했다.

특히 이번 항해는 자율운항 기술 성능과 안정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미국선급협회(ABS) 및 한국선급(KR)의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진행했다. 아비커스는 미국선급으로부터 이번 자율운항 대양횡단의 결과증명서를 받은 뒤 올해 하반기 중 하이나스 2.0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어큐트마켓리포츠(Acute Market Reports)에 따르면 자율운항선박 및 관련 기자재 시장은 연평균 12.6%씩 성장해 2028년에는 시장규모가 2357억 달러(약 29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고영훈 ‘프리즘 커리지’호 선장은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기술은 이번 테스트에서 항로 유지, 자율 변침(배의 방향 변환) 및 타 선박을 피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됐고 선원 항해 업무 편의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최적 경로를 안내하는 자율운항 1단계 기술을 넘어 실제로 선박을 움직이는 2단계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테스트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대형 상선뿐만 아니라 소형 레저보트용 자율운항 솔루션까지 고도화해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