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만든 권도형 '폰지사기' 소송, 가상화폐 CEO의 직업윤리와 법적 책임 가린다

박희중 기자 입력 : 2022.06.03 10:19 ㅣ 수정 : 2022.06.03 18:49

국내 피해자들, 권도형 CEO와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 신현성 티몬 의장을 사기죄로 고소
CNBC, "미국에서 판단력 나쁜 CEO가 범죄자는 아냐, 징역형은 어렵고 민사소송이나 거액 과태료 조치는 가능"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2일 오후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손실 투자자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대건 이승권 변호사가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고소장 접수를 위해 서울남부지방검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국산 가상화폐 테라USD(UST)와 루나 폭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개발자인 권도형(30)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사기죄'로 형사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경제매체가 권 CEO가 징역형은 받기 어렵고 민사소송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의 보도대로라면 권 CEO가 형사소송에서 사기죄로 유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다.

 

이번 사태는 가상화폐를 개발해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CEO의 '직업 윤리'와 '법적 책임' 한계를 가리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가상화폐시장의 판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CNBC는 2일(현지시간) "권도형은 테라폼랩스를 통해 2억700만달러(약 2천570억원)의 돈을 끌어모았고, 거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듯한 그의 온라인상 허세는 대중을 끌어들였다"면서도 "미국에서는 판단력이 나쁜 부주의한 CEO라는 것이 범죄는 아니기 때문에 권 CEO에게 형사책임을 물으려면 권 CEO와 그의 동료들이 의도적으로 투자자를 속였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CNBC는 미국의 전직 연방 검사와 규제기관 관리 등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이 이같이 전망했다. 워싱턴DC 검찰총장실에서 12년 간 일한 랜덜 일라이어슨은 이 경우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벌어진 일을 입증해야 한다"며 "이는 수많은 문서를 검토하고 아주 많은 사람과 그들 모두의 변호사를 상대해야 하는 아주 고통스러운 과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결정적 증거인 '스모킹 건'을 찾기를 바라지만 사기 음모의 전모를 보여주는 한 통의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를 찾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일라이어슨은 이런 사기 사건을 기소하는 고전적인 방법은 '차근차근 사다리 올라가기'라고 말했다. 하급 가담자를 먼저 기소한 다음 이들을 설득해 협조하고 증언하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CNBC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권 CEO에 대해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게 승소확률을 높이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나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같은 규제 당국이 과태료나 다른 제재를 내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SEC의 수석자문으로 일했던 필립 무스타키스는 "SEC는 '증거의 우세'만으로 사건을 입증하면 된다"며 "이는 피고인이 제기된 혐의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더 높다고 배심원이 판단하기만 하면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규제 당국의 제재는 과태료나 수익 환수, 명령 등이 될 수 있는데 이 경우 손실액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점에 비춰볼 때 어마어마한 액수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권 CEO는 이미 몇 차례 소환장을 회피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등 SEC와 껄끄러운 역사가 있다고 CNBC는 전했다. 

 

CFTC의 캐럴라인 팸 위원장은 잠재적 소송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면서도 "CFTC는 가상화폐 관련 비리를 성공적으로 기소한 첫 기관 중 하나"라며 "우리는 가상화폐 사기와 조작을 모든 권한을 동원해 공격적으로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투자자들의 권 CEO에 대한 사기죄 고소가 잇따르고 있다. 법무법인 대건은 2일 서울남부지검에 권 CEO와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 신현성 티몬 의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와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한다고 밝혔다.

 

이승권 변호사는 이날 고소장을 제출하기 전 서울남부지검 현관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고소인은 12명이고 피해액은 총 10억원"이라며 "12명 가운데 한 분의 피해액은 5억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에서 루나·테라 사건 수사를 하고 있다고 해서 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도 권 CEO와 신 의장, 테라폼랩스 법인을 동일한 혐의로 고소·고발했으며, 네이버 카페에서 모인 투자자 약 80명도 고소장과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권 CEO 등이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의 하자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투자자들을 기망했으며, 테라 생태계 내 디파이(탈중앙화금융) '앵커 프로토콜'의 높은 연이자율은 다단계 금융사기(폰지 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