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형 전원, 전기 미개통 지역을 없애다
일본 종합상사는 “라면에서 로봇까지” 세상의 모든 영역에 손을 뻗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오랜 기간 동안 새로운 사업기회를 탐색하고 선제적인 투자로 비즈니스를 육성해 온 역사적 결과물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친환경, 디지털화 트렌드를 타고 종합상사의 신규사업 도전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일본 종합상사의 미래사업 투자 동향을 통해 새로운 사업기회 포착의 힌트를 얻어 보자.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조항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뜨거운 태양열이 내리쬐고 있지만 전기 미개통 지역이 많아서 밤이 되면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던 아프리카.
주변에 대형 발전소와 송전탑도 없는데 요즘은 이곳 사람들도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휴대폰 충전도 한다. 게다가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휴대폰 결제도 생활의 일부가 되어 있다.
이는 태양광 발전과 주요 가전제품을 세트로 대여하고, 사용량만큼 과금(PAYG: Pay as you go)하는 소위 SHS(Solar Home System) 덕분이다.
케냐에 본사를 둔 SHS 업체 M-KOPA의 홈키트 「Solar 5」는 태양광 패널(8W), 라디오, 컨트롤 유닛, LED 조명, 휴대폰 충전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휴대폰, TV 결합 모델도 있다.
• 일본 종합상사, 분산형 전원에 눈을 돌리기 시작
이처럼 소득 수준 및 인구 밀도가 낮아서 대규모 발전소 건설의 경제성 확보가 어려운 지역에서 ‘분산형 전원’이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분산형 전원(Dispersed Generation)이란 대형 발전소에서 한번에 전력을 생산해 송·배전하는 대신, 수요가 있는 곳 근처에 소규모 발전 설비를 분산 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전기사업법에 의하면 전력 수요지역 인근에 설치해 송전선로의 건설을 최소화할 수 있는 40MW 이하의 모든 발전 설비 또는 500MW 이하의 집단에너지, 구역전기, 자가용 발전설비를 의미한다.
특히, 최근 환경 대응 추세와 더불어 태양광 발전 등 대용량 발전이 어려운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확산이 기대되고 있다.
물론 분산형 전원이 가정용으로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공장이나 상업시설의 건물 옥상 등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서 자체 전력 수요를 충당하고, 남는 전기는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원래부터 자원·에너지 개발 외에 발전사업에서도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종합상사들도 탈탄소의 흐름을 타고 분산형 전원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 가정용 태양광 시스템은 아프리카에 집중
세계적으로 전기 미개통 지역의 인구는 11억명에 달하는데, 그 중 6억명이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지역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유럽계를 중심으로 아프리카 지역에 홈키트 형태의 가정용 태양광 시스템(SHS)을 공급하는 다수의 스타트업들이 설립되었으며, 일본 종합상사들도 이 업체들에 지분을 투자하는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미쓰이 물산은 2018년 5월 케냐에 본사를 둔 M-KOPA에, 같은 해 12월 스미토모 상사도 동사에 투자하였다. 스미토모 상사는 2년 후인 2020년에 WindGen Power USA에도 투자하고 있다.
미쓰비시 상사는 2018년 프랑스전력공사와 공동으로 NEoT Offgrid Africa(NOA)에, 2019년에는 영국의 BBOXX 투자를 통해 NOA와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마루베니는 2018년 도쿄대 주도의 스타트업인 WASSHA에 21% 지분을 투자하였고, 2019년에는 영국의 Azuri Technologies에 투자하였다. 이토추 상사도 2020년 영국의 Winch Energy에 투자하였다.
현재까지는 경영권 인수에 의한 적극적인 관여보다는 소수 지분투자를 통해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 일본 종합상사의 아프리카 SHS 투자현황
• 아프리카의 가정용 시스템에서 산업용 시장으로 확대
산업용 분산형 전원 사업은 태양광 시스템을 사용자의 공장, 물류센터 등에 설치하고, 생산하는 전기를 판매하는 모델이다.
이는 기존의 전력 시장을 통하지 않고 전력 판매자와 구매자가 전력을 직거래하는 개념(PPA; Power Purchase Agreement)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여야 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수요가 활발해지고 있다.
산업용 시장은 특히 최근 기업에 대한 탈탄소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시장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종합상사들도 주요 사업회사의 인수 또는 설립으로 보다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미쓰이 물산과 미쓰비시 상사는 인도, 미국을, 스미토모 상사는 호주, 마루베니는 동남아 지역을 전략 목표로 삼고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미쓰이 물산은 2017년 미국의 태양광 발전 개발업체인 SunEdison의 분산형 전원 부문을 인수하여 ForeFront Power를 설립하였고, 인도의 OMC Power, Marvel Solren등에 투자하였다. 미쓰비시 상사는 2016년 미국 북동부 기반의 사업자인 Nexamp를 인수하였다.
스미토모 상사는 2019년 호주 4위 업체인 Infinite Energy를 인수하였고, 마루베니는 멕시코, 태국, 베트남에 직접 분산형 전원 자회사를 설립하였다. 이토추 상사는 경영권 확보보다는 일본, 태국을 중심으로 소수 지분투자를 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 일본 종합상사의 산업용 분산형 전원 투자현황
• 궁극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가상발전소’
분산형 전원의 단점은 태양광이 일조량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전력계통의 안정성이 부족하고, 개별 발전소가 소규모 용량으로 규모의 경제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들 에너지원을 묶어 하나의 대형 발전소로 간주하고 집단 제어하는 「가상발전소(VPP: Virtual Power Plant)」 개념이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가상발전소 실현을 위해서는 태양광 패널,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하드웨어 외에도, 계통 안정을 위한 전력수요예측 및 최적 제어, 전력거래 솔루션 등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중요하다.
가상발전소 모델은 현재 기술개발 및 실증시험 단계에 있는데, 일본 종합상사들은 솔루션 회사 투자와 더불어 가상발전소 운영을 위한 실증시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