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부산 광복점 사태'로 양치기 소년된 롯데, 27년전 약속 지켜야
[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하룻밤 사이에 800여개 점포가 문을 닫고 3000여명이 실직자가 될 뻔했던 롯데백화점 부산 광복점 사태가 하루 만에 일단락됐다.
부산시는 임시사용 승인 연장 불허로 무기한 영업 중단 위기에 내몰렸던 롯데백화점 부산 광복점, 아쿠아몰, 엔터테인먼트동 등에 대해 4개월 간 임시사용 승인을 연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롯데는 지난 1995년 부산시에 롯데타워를 중심으로 호텔과 상업시설, 107층 규모 롯데타워 등을 짓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일자리 창출과 상권 활성화 등 긍정적 측면이 많다고 여기고 롯데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부산시는 옛 부산시 청사 부지를 롯데에 매각했다.
그후 14년이 지난 2009년 롯데는 롯데백화점 부산 광복점을 열었다.
부산시는 학수고대해 온 랜드마크가 마침내 건립될 것이라는 꿈에 부풀었다. 그러나 롯데는 수익성 부족, 글로벌 금융 위기 상황 등을 언급하며 107층 규모 롯데타워 건립이 어렵다며 말을 바꿨다.
이에 부산시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롯데에 ‘준공 허가’가 아닌 임시사용 승인만 해주며 응수했다. 이는 롯데타워가 건립돼야 준공허가를 내주겠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롯데는 부산시에 13년 간 희망고문을 하며 롯데타워 건립에 미온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롯데는 그동안 임시사용 승인 허가를 8번 받으며 롯데백화점 부산 광복점 운영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는 2013년 롯데타워 건립을 위한 터파기 공사를 진행했지만 이 조차도 56층 규모로 축소했다. 부산 시민들은 51층이나 낮아진 층수에 크게 반발했고 부산시도 롯데의 계획 변경에 태클을 걸었다. 이에 따라 부산시 경관심의위가 ‘재심’ 결정을 냈다.
그러나 롯데는 더 이상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부산시는 롯데의 임시사용 승인 마지막 날인 지난 5월 31일 “롯데쇼핑이 옛 부산시청 터에 랜드마크로 건립하기로 한 롯데타워 사업이 지지부진한 데다 업체 측 추진 의지도 미약해 상업시설만 활용하도록 놔둘 수는 없다”며 “임시사용 승인 기간을 추가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루 아침에 800여개 점포가 문을 닫고 직원 3000여명이 실직할 위기에 놓이자 롯데는 오는 2025년까지 롯데타워의 조속한 건립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당초 2026년 말까지 완공하겠다는 계획보다 1년 앞서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롯데의 입장 발표에 부산시는 보통 1년 단위로 내주던 임시사용 연장 기한을 4개월로 줄여 임시사용 승인을 연장해 줬다. 진행 과정에서 또다시 생길 수 있는 변수와 위험을 없애기 위한 의도가 담긴 셈이다.
부산시의 이런 모습은 그동안 롯데가 보여준 행동에 대한 불신의 골이 매우 깊다는 점을 웅변한다. 기업의 1차적 목적은 이윤 추구다.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지 말라는 것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롯데는 부산시와 부산 시민에게 한 약속은 지키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롯데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최소한 양해라도 구해야 할 일이지 이렇게 시간만 끌면 곤란하다.
롯데가 27년 전 한 약속이 2025년도에는 지켜질 지 부산시와 부산시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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