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메가 트렌드 (1)] 삼성과 SK그룹 만 13만명 뽑겠다는 데 역대 정부와 대학이 손잡고 거부

서예림 인턴기자 입력 : 2022.06.09 06:45 ㅣ 수정 : 2022.06.23 16:08

윤석열 정부, 일자리 메가 트렌드 겨냥한 '인재양성 대개혁 정책' 추진해야
수도권 대학정원 규제 해소와 4차산업혁명에 맞춘 대학학제 대개편이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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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으로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산업에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은 밥그릇 지키기에 몰두하고 정부는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에 매달리고 있다. 그 결과로 인력공급 부족 사태가 깊어지고 있다. 정부와 대학이 손잡고 일자리 메가 트랜드를 거부하면서 청년들을 실업자로 만들고 있는 기현상이다. 뉴스투데이가 그 전반적인 실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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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신규 채용 계획을 밝혔으나 정작 신산업을 이끌나갈 인력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사태가 심화되고 있다. [사진편집=김영주]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삼성, SK, LG 등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잇따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신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 신규 일자리 규모를 창출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신사업분야의 인력부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인재의 산실이 돼야 할 대학은 구시대의 학과 정원 시스템을 고집하고 있어 기업이 요구하는 산업분야 및 수준에 적합한 인력을 제공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역대 정부 정책은 임기응변에 가깝다. 장기적인 고급인력 수급계획을 짜는 대신 단시간 내 육성이 가능한 초‧중급인력 공급에 급급한 실정이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이 같은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재양성 대개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삼성, SK, LG, 현대차 등 4대 그룹의 신산업 채용 규모는 21만여명 육박...'취업 대기회'이지만 인력양성 시스템 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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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각 그룹 / 표=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가 4대그룹이 향후 3∼5년동안 집중적으로 채용하려는 신산업  분야 인력을 추산한 결과, 그 규모는 21만여 명에 달한다. 

 

삼성이 지난 5월24일 반도체‧바이오‧신성장 IT(정보통신) 등 신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향후 5년간 국내 시장에 360조원을 투자하고 8만명을 신규로 직접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SK는 179조원, LG는 106조원을 각각 향후 5년간 국내 투자하고 신규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5만명을 신규 채용한다. 현대차는 향후 3년간 63조원을 국내에 투자하고 3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목표는 원대하다. 그 목표가 실행될 경우, 대한민국 청년층은 그야말로 '취업 대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상 신규 채용 규모를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급격한 산업 변화에 걸맞는 신산업 분야의 인력 수급체제가 미비한 탓이다. 비상등이 켜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4대 신산업에서만 7만7000명 인재 공급 부족해 / 문재인 정부의 수도권 대학 반도체 학과 정원 규제 해소 추진, 국회 논의과정서 무산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4대 신산업에서 올해부터 2030년까지 부족한 인력은 약 7만7000명이다. 분야별로 보면 △미래자동차 약 3만5000명 △배터리 약 2만5400명 △반도체 약 1만4600명 △디스플레이 약 21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자동차와 반도체 분야에서만 매년 5000여 명이 모자란 셈이다.

 

인재 양성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1982년 수도권 인구 집중을 막기 위해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수도권 대학의 정원은 정해져 있으나 그 정원 안에서 학생과 산업 현장의 수요에 따라 학과 인력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교수들은 직업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학과 인력 조정 없이 다수 학생을 실업자로 양성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산업계는 꾸준히 정부에 인력 부족을 호소하며 학과 정원 총량을 늘려 달라고 요구해 왔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반도체특별법(국가첨단전략산업지원특별법)'을 도입한 바 있다. 10년간 3만 인재 양성을 목표로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 규제를 풀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 조항은 막판에 빠졌다. 수도권 대학이 인구 집중 유발시설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차선책으로 신산업 학과가 없는 지방 대학에 학과를 신설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선 최소 5명의 교수가 필요하다. 교수를 채용하는 것은 대학으로서 큰 재정적 부담이기에 이 또한 쉽지 않다.

 

■ 대기업의 자구노력인 '반도체 계약학과'는 미봉책에 불과, 대학과 정부는 책임 방기 / 정부는 수도권 대학정원 규제 풀고 대학은 '산업인재 공급'이라는 새로운 정체성 확립해야

 

결국 기업들이 직접 인재를 수급하기 위해 대학과 계약을 맺고 '계약학과'를 신설해 특정 분야 인력을 양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이 학생의 등록금과 학비보조금을 지원하고 졸업 후 해당 기업의 입사를 보장하는 채용조건형 학과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연세대, 성균관대, KAIST, 포스텍과 협력해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와 협력해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한다. 그러나 이 또한 대다수 계약학과는 20~30명으로 정원이 많지 않고 개별 기업의 투자와 지원으로만 운영된다. 기업의 재정적 부담으로 이어질뿐만 아니라 근본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임시방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모두를 인재로 양성하는 학습혁명을 공약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도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는 산업인재 공급”이라며 “첨단산업을 이끌려면 지금의 교육 방식으로는 안 된다. 교육부가 스스로 경제부처라고 생각하고 개혁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4대 과학기술원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도입해 내년부터 연 200명 이상의 인재를 양성할 방침이다.

 

기업의 투자 효과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병행될 때 나타난다. 따라서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묶어 놓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개정해 반도체, 배터리 등 신산업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리는 것이 우선시 되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다수의 학생을 더이상 실업자로 양성하고 국가 경제 발전을 저해하지 않기 위해 대학과 정부가 대개혁에 나설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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