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반가운 특명, 韓 반도체에 거는 기대...이재용 출장, 주가 호재 들고올까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을 위한 장비 확보를 위해 유럽 출장길에 나선 가운데 반도체 수급 문제에 따른 주가 하락이 좁혀질지 시장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이 부회장의 유럽 출장이 앞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평택 공장 방문,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 회동 등 이슈와 어우러져 반도체 관련 주가에도 변곡점이 생길지 주목된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에서 이례적인 '반도체 특강'은 미래 반도체 산업의 고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최근 반도체 분야 부사장 등을 포함한 20여명의 임원 인사 단행, 인수합병(M&A)에 대한 시그널도 주요 관전포인트다.
증권가는 앞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선단공장 수율 불안정, 갤럭시 게임최적화서비스(GOS) 이슈,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적자 등의 이유에서 향후 상승 모멘텀을 찾게 될지 여부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재근 한양대학교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9일 "하반기 반도체가 수요는 많은데 공급을 못하는 상황에서, 생산을 위한 반도체 장비와 소재도 부족하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가는 올라 매출액으로 보면 증가할 것으로 보이나 공급 문제가 발생해 하반기도 원활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다만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재용 부회장 등 수장들이 출장길을 떠난 것으로 보이지만 어떤 호재를 들고 올지 두고봐야 한다"며 "특히 국내는 소부장 업체들이 많은데 반도체를 이끄는 대기업들도 원가가 올라가 이들 업체까지 힘들어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유럽 출장길 오른 이재용, 반도체 호재 될까...사면 요구도 ‘솔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와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을 방문한다. 출장 배경으로는 반도체 첨단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장비 확보와 삼성SDI 배터리 사업 확대 차원으로 반도체 산업에 거는 기대가 커지는 대목이다.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부진했던 반도체 주가에 반가운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글로벌 악재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약세장에서는 조금만 안 좋은 소식이 들려도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는데 중국 봉쇄, 수요 부진 등의 우려가 제기되면서 주가에 우려가 과도하게 선반영돼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7일 유럽 출장길에 올랐으며 오는 18일까지 약 2주간 일정이다. 지난해 12월 중동을 찾은 이후 6개월 만에 글로벌 행보다.
이 부회장의 이번 유럽 출장길에는 최윤호 사장 등 삼성SDI 임원 4명이 동행했다. 삼성SDI 경영진이 이 부회장과 해외 출장길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길은 법무부의 승인 후 가능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 합병 혐의로 재판받고 있어, 해외출장으로 인해 재판 참석이 어렵다는 불출석 이유서를 제출했다.
재계에서는 엄중한 경제 상황을 고려해 이 부회장이 최근 폭풍 행보 등에 따른 굵직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만큼 사면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필요성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유럽 출장길에서 글로벌 최대 관심사인 반도체 사업 관련 성과 시 이 부회장 사면 여론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출장길에서 이 부회장은 첨단 반도체 장비 조달, 통신장비 납품 등 일상적 경영뿐 아니라 인수합병 대상도 물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네덜란드는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의 본사가 있다. ASML은 초미세 공정에 필요한 EUV 노광장비를 만드는 유일한 업체다. 이 부회장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제2파운드리에 들어갈 장비 마련을 위해 ASML을 찾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EUV 공정을 도입하는 반도체 기업들이 늘면서 장비 쟁탈전은 뜨겁다. 특히 EUV 장비는 한 대에 2000억~3000억원의 고가인 데다 한 해 생산량이 40여 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에 이어 인텔까지 ASML로부터 EUV 장비를 받아 쓰고 있다. 다만 수요는 증가했지만 공급은 ASML 독점이어서 공급 우려가 따른다.
■ 尹 국무회의서 ‘반도체 특명’ 내세운 이유는
이 부회장이 유럽 출장길에 오른 날, 윤석열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이례적으로 ‘반도체 특강’을 열고 각 부처 장관들에게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법제처장 등 비경제부처 수장에게도 반도체 ‘열공’을 지시한 만큼 국무회의 화두는 반도체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반도체는 전체 수출액의 20%를 차지하는 우리 경제의 근간”이라며 “과외 선생을 붙여서라도 반도체에 대해 더 공부해오라"고 장관들에게 주문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산업현장으로 삼성전자 평택 공장 공식 방문 일정을 소화하며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확인한 바 있다.
현재 주요국들은 미래 국가경쟁력의 원천이자 경제안보의 핵심품목인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지원책을 논의, 시행 중인 가운데 우리 정부도 국가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 확보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나설 것으로 보인다.
■ 삼성전자 대형 M&A 후보군은 NXP·인피니온·ST·ARM...인사·조직개편도
이 부회장이 이번 유럽 출장과 함께 대형 반도체 기업 M&A가 구체화 될지 여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독일의 전장업체 하만 인수 이후 이렇다 할 M&A 실적이 없는 상태다.
네덜란드는 그동안 삼성전자의 M&A 후보군 중 하나로 꼽혀온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와 독일 인피니온,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이하 ST) 등이 물망에 올랐다. 최근 M&A 매물로 다시 나온 영국의 ARM도 유력한 M&A 대상이다. 이 업체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이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대주주인 ARM은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 등이 개발·판매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반도체 설계 핵심 기술을 다수 보유했다. 최근 이 부회장과 팻 갤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회동한 바 있어 양사가 컨소시엄을 이뤄 ARM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만약 M&A가 진행된다면 지난 5월 삼성이 45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만큼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부회장은 이 투자를 두고 "목숨 걸고 (투자)하는 것"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보여서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은 출국 전인 지난 2일 반도체 선행기술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조직인 반도체연구소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보직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반도체연구소장, 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을 새로 선임하는 등 20명가량의 인사였다. 부사장급 이상만 10여명에 달했고 반도체연구소 안에 ‘차세대연구실’이라는 새로운 조직도 만들었다.
이번 조직개편은 그동안 부진했던 반도체 수율 문제 등 위축된 내부 분위기를 쇄신할 필요가 있어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