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메가 트렌드 (2)]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 수 감소하고, 5명 중 1명만 반도체 전공자
윤석열 대통령, 국무회의석상에서 교육부 질타...교육부는 수도권 대학정원
외 반도체학과 정원 증설 추진
2021년 4분기 삼성전자 직원 수 3분기보다 300여명 감소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부족한 인력은 1년에 3000 명... 향후 10년간 부족한 인력은 3만 명
4차산업혁명으로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산업에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은 밥그릇 지키기에 몰두하고 정부는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에 매달리고 있다. 그 결과로 인력공급 부족 사태가 깊어지고 있다. 정부와 대학이 손잡고 일자리 메가 트랜드를 거부하면서 청년들을 실업자로 만들고 있는 기현상이다. 뉴스투데이가 그 전반적인 실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인공지능(AI), 컴퓨터, 휴대폰, 자율주행차, 메타버스는 물론 우주와 국방산업의 토대산업 격인 반도체 업계의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고, 대통령의 질책 앞에 교육부는 다음 날인 8일 수도권 대학정원 규제를 풀어 반도체학과 정원을 증원한다는 입장을 밝혔을 정도이다.
실제로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관련 직원 수가 3개월 간 약 300여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재 쟁탈전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 더욱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인력 부족이 반도체 산업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미 반도체 기업들 사이에서는 큰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자체적으로 반도체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다.
■ 전경련 관계자, "인재 양성 속도가 산업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 박재근 한양대 교수, "지난 해 반도체 업체 입사자 1만명 중 20%만 반도체 전공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관계자는 10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반도체 같은 경우 장비도 중요하지만 인력도 중요하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인재 양성 속도가 산업의 발전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표적으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같은 경우 55명이었던 정원이 2020년이 돼서야 겨우 15명이 늘어 70명이다. 그런데 스탠포드대 컴퓨터공학과 정원은 같은 기간동안 141명에서 5배인 725명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인력 부족 문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학 정원이 경직적으로 규제 되어있다는 것”이라며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꼬집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 정원을 유연하게 바꾸고 고급 인력이 취업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1만명 정도가 반도체 업체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갔는데 대졸 인력 중 반도체 전공 교육을 받은 사람은 20%도 되지 않는다"며 "반도체 업계에서는 실질적으로 인력 배출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직원 수, 3분기보다 313명 줄어
실제로 삼성전자의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삼성전자 직원 수는 1000여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직원 수 또한 2021년 3분까지 꾸준히 상승하다가 4분기에서 하락세를 맞았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직원 수는 11만3485명으로 3분기의 11만4373명 대비 888명 줄었다. 직원 수가 1000명 가깝게 줄어든 것은 2016년 삼성전자가 대대적인 인력 감축에 나섰던 이후 처음이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직원 수는 2021년 1분기 6만1374명에서 2분기 6만1683명으로 264명 늘었다. 3분기에는 6만4215명으로 무려 2532명이나 대폭 상승했다. 그러나 4분기에 6만3902명으로 313명 줄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DS 부문 직원 수가 줄어든 것과 관련 “직원 수는 자연적인 변동이 있을 수 있어 반도체 인재난의 영향을 받았다고 답하긴 어렵다”면서도 “반도체 분야의 인재가 부족하다는 것은 이미 업계에서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 향후 10년 간 부족한 반도체 인력은 3만명,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 뿐만 아니라 반도체 소부장 기업도 인재난 심각
8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 인력난은 해마다 악화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 부족한 연간 인력 규모는 2016년 1355명에서 계속 늘어나 2020년에는 1621명에 달했다.
이는 반도체 관련 전공 졸업생이 연간 300여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계약학과를 포함하더라도 연간 졸업생은 650여명 수준이다.
또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사들과 소재, 부품, 장비 기업 등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부족한 인력은 1년에 3000여명이다.
반도체산업협회는 이처럼 반도체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며 빠르게 성장하는데 인력 공급이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될 경우 향후 10년 간 부족 인력이 3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계약학과을 통해 신입사원 대다수를 자체적으로 교육하고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연세대, 성균관대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설립한 데 이어 KAIST, 코스텍에도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고려대에 이어 서강대, 한양대 등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한다.
그러나 자금력이 모자라는 중소기업의 경우 계약학과 운영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인력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정부가 내년부터 주요 대학에 반도체학과를 신설을 하겠다며 인재 육성에 발벗고 나서고 있지만 이 또한 반도체 인력을 키울 전문 교수 인력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재근 교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만 인력이 필요한 게 아니지 않느냐. 반도체 소부장 업체에 갈 인력도 키워야 한다"면서 "반도체 관련 학부 인력을 더 길러내 다양한 업체에서 일하고 석·박사급 인력으로도 가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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