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권영수호(號), '화살 3개'로 세계 전기차배터리 시장 거머쥔다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수주잔고(260조 원)가 중국 최대 배터리 업체 CATL 수주잔고보다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만2800여 개에 이르는 특허와 유럽·미국 등 다양한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에 힘입어 세계 1위 CATL의 시장점유율(M/S)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권영수(65·사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올해 초 기업공개(IPO) 기자 간담회에서 글로벌 배터리 업계 시장점유율 1위 CATL을 따라 잡을 수 있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앞선 기술력과 광폭 투자를 통한 생산설비 확대 등을 살펴보면 권 부회장의 꿈이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첨단 '4680 배터리'를 양산하겠다는 사업 계획을 밝혀 업계 이목을 끌었다.
이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공장 증설을 통한 '규모의 경제' 확보, 배터리 필수 소재인 니켈의 안정적 확보 등 이른바 '화살 3개'를 거머쥐고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세계 최강자를 꿈꾸고 있다.
■ 세계 최초로 4680 원통형 배터리 양산 계획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13일 충청북도 청주시 오창 2공장에 5800억원을 투자해 총 9GWh 규모의 4680 원통형 배터리 양산 설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4680 원통형 배터리는 지름 46mm, 길이 80mm로 제작되는 배터리다. 이 제품은 기존 '2170 배터리'와 비교해 용량 5배, 출력 6배에 이르는 성능을 갖췄다.
4680 배터리는 기존 2170 배터리와 비교해 전기자동차 주행거리가 16% 향상돼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전세계에서 4680 양산 체제 구축 계획을 밝힌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과 일본 파나소닉 등 두 곳에 불과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하반기에 4680 배터리를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며 파나소닉은 2024년 상반기부터 4680 배터리를 생산할 방침이다.
첨단 배터리 생산을 놓고 두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제품 양산시점은 LG에너지솔루션이 파나소닉보다 앞선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통형 배터리는 전기차 업체 가운데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만 유일하게 쓰고 있는 제품"이라며 "원통형 배터리 사용처가 테슬라 한 곳이라고 하지만 테슬라가 세계 1위 전기차업체인 점을 감안하면 의미심장한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LG에너지솔루션이 기존 원통형 배터리보다 성능을 대폭 강화한 제품을 만들 계획이어서 테슬라와의 장기 공급에 따른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이 4680 배터리 양산 계획을 밝혀 세계 1위인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을 추월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CATL은 그동안 테슬라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공급해오면서 배터리 업계에서 영향력을 확보해왔다. 그러나 CATL 배터리는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 3'와 '모델 Y' 두 종류에 그친다.
테슬라도 배터리 첨단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20년 열린 배터리 제품 설명회 '배터리데이'에서 오는 2023년 리튬 배터리가 탑재된 사이버트럭과 세미트럭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머스크의 이날 발언은 LG에너지솔루션에는 낭보가 아닐 수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할 4680 배터리는 리튬 기반 배터리 이다. 테슬라가 추진하는 사이버트럭과 세미트럭에 탑재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업계 선두주자 테슬라의 첫 트럭 모델에 CATL 배터리가 아닌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이 탑재된다는 것은 테슬라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 LG엔솔, 중국 1위 배터리 기업 CATL 생산설비 규모와 견줄만한 기업으로 우뚝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기술력과 함께 자랑하는 또 다른 '화살'은 첨단 배터리를 대규모 양산할 수 있는 설비 수준이다.
글로벌 배터리·반도체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CATL은 전세계에 배터리 96.7GWh를 공급해 글로벌 M/S가 32.6%로 1위를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60.2GWh를 공급해 20.3%의 M/S로 2위다.
같은 기간 일본 파나소닉은 36.1GWh(M/S 12.2%), 중국 BYD 26.3GWh(M/S 8.8%)를 공급하며 세계 3, 4등을 차지했다.
이에 질세라 국내업체 SK온과 삼성SDI는 16.7GWh(5.6%), 13.2GWh(4.5%)를 생산해 세계 5, 6위를 기록했다.
표면상으로 보면 세계 1위인 CATL과 2위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급량은 다소 격차가 있다.
이에 대해 메리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2025년 CATL 생산설비 규모를 따라 잡을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놨다.
메리츠증권은 자료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이 2025년 43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설비를, CATL은 438GWh 규모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점쳤다. 두 업체간 생산설비 차이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만들려면 이에 비례하는 충분한 생산설비가 뒷받침 돼야 한다"며 "LG에너지솔루션은 확실한 양산 노하우와 첨단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니켈 공급 우려 최소화로 가격경쟁력까지 확보
LG에너지솔루션은 원재료 확보에서도 철두철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4월 LG화학·LX인터내셔널·포스코·중국업체 화유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배터리 원재료 니켈을 확보하기 위해 현지 광산 확보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2차전지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는 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등 4가지 소재로 이뤄진다. 리튬이온을 만드는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며 전지 생산원가의 50∼60% 인 핵심 소재다.
음극재는 양극재에서 나오는 리튬 이온을 보관하고 방출하면서 전기에너지를 만든다.
이에 비해 분리막은 2차전지 내부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얇은 막으로 미세 가공을 통해 리튬이온만 들어오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 구성 성분 가운데 양극재에 주력하고 있다. 양극재를 생산할 때 니켈의 비중은 80∼90%를 차지한다. 즉 니켈은 배터리 제작에 절대적인 소재인 셈이다.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은 인도네시아에 2100만t에 이르는 니켈이 매장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세계 최대 매장량이다.
다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니켈 수출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LG컨소시엄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니켈 광산을 확보하고 배터리 공장도 건설해 직접 생산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와 같은 투자 전략은 결국 LG에너지솔루션의 니켈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기차가 대거 보급되면서 니켈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물류 지체 현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니켈 수급 차질 등으로 니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최대 화두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LG에너지솔루션이 니켈 광산을 확보해 공급불안을 최소화 하겠다는 것은 향후 배터리 가격경쟁력에서도 다른 기업보다 앞설 수 있는 경영전략"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