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 한국전력 개혁과제 (2)] 한전 7조원 적자 '근본 해결책'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 SMP상한제 '합의' 도출이 관건

모도원 기자 입력 : 2022.06.17 03:30 ㅣ 수정 : 2022.06.17 07:20

한전 1분기 적자 7조원, 팔면 팔수록 손해나는 구조가 근본원인
윤석열 정부, SMP는 낮추고 판매가는 높이는 전기요금 정책 추진
한덕수 국무총리 한전의 판매가격 인상을 위한 '규제 해소' 방침 시사
산업부, 17일 SMP 상한제 도입 논의 시작...민간발전사 등 반발이 최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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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시 빛가람혁신도시 한국전력 본사 로비에 전시된 한전 에너지관리시스템 전시물. [연합뉴스]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정부가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로 인해 고민은 깊지만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전기를 판매하는 공기업인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안고있는 최악의 적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문재인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서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정책을 고수해온 부작용이 폭발하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17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자체 규제심사위원회를 열고 SMP상한제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한다. 

 

■ 산업부 17일  규제심사위 열고 'SMP상한제'라는 새로운 규제 도입 논의

 

SMP상한제는 연료비 급등으로 인해 전력도매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면 일시적으로 평시 가격을 적용하는 제도다. 한국전력은 국내 유일한 전력사업자로 민간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들이는데, SMP상한제가 도입되면 전력을 생산하는 민간 발전사로서는 급증한 연료비를 한국전력에게 전가할 수 없어 손해를 입게 된다.

 

이는 최근 민간발전사가 SMP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나선 이유다. 이미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최악의 적자를 안고 있는 한국전력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최근 SMP상한제 도입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전력시장 긴급정산 상한가격’ 제도의 신설을 담은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등의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해당 개정안을 이번 규제심사위원회에서 민간 발전업계 관계자들과 의견을 조율한 뒤 실행하겠다는 것이다.

 

이후 산업부는 전력거래소의 규칙개정위원회 심의와 산업부 산하 전기위원회 심의, 산업부 장관 승인 등 절차를 거친 뒤 SMP상한제를 도입하게 된다.

 

일단 산업부에 따르면 SMP 상한제는 직전 3개월 SMP 평균이 과거 10년 동안 월별 SMP 평균값의 상위 10%보다 크거나 같을 때 발동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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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전력거래소 / 그래프=뉴스투데이

 

지난달 24일 기준 전력거래소가 추산한 과거 10년 동안의 월별 SMP 평균값의 상위 10%는 155.8원이었고, 지난 3월부터 5월까지의 3개월간 평균 SMP는 178.4원이다. 당장 SMP상한제를 시행할 경우 4월에서 6월까지 평균 SMP를 기준으로 도입 여부를 판단하지만, 최근 폭등한 연료비를 감안한다면 상한제 발동 기준인 155.8원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 윤석열 정부, '규제 완화' 통한 판매단가 인상 추진... 관건은 인상폭

 

정부가 SMP상한제를 도입하려는 근거는 한전이 발전사들로부터 전기를 구매하는 가격인 SMP와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판매단가 간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데 있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SMP는 kwh(킬로와트시)당 202. 11원이고 판매단가는 110.5원이다.

 

한전이 전기를 1킬로와트시 팔 때마다 이익을 내는 게 아니라 92원 정도씩 손해가 나는 구조이다.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 구조를 유지하면 한전이 적자를 줄이는 방법은 전기를 가급적 덜 파는 것이다.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약 7조 8000억 원 적자이다. 이런 비즈니스는 존재하지 않는 유형이다. 

 

해결 방법은 두 가지이다. 우선 판매단가를 인상하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일정 부분 해결이 가능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최근 "민생을 지원한다고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가장 나쁘고 열등한 방법"이라며 "원칙적으로 (공공요금) 가격 통제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연료비 조정단가는 올해 1, 2분기 동결된 상태이다. 한전은 조정 상한 최대 폭인 킬로와트시(kWh)당 3원 인상을 요청하고 있다. 나아가 최대 변동폭을 현재의 3원에서 5원으로 높여달라는 것이다. 시장주의를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는 규제완화차원에서 판매단가 인상을 허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인상폭은 제한해야 한다. 마냥 인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가인상 요인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 SMP상한제는 도입하려면 사회적 합의 이끌어내야 / 민간 발전업계 관계자, "SMP상한제는 시장주의 원칙에 규제를 가하는 체제, 정확한 공론화 거쳐야"

 

두 번째 방법이 SMP상한제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SMP와 판매가격 간의 격차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 제도는 정부가 지향하는 시장주의에 위배된다. '새로운 규제'이기 때문이다. 

 

민간 발전업계는 정부가 아무런 공론화를 거치지 않고 행정예고를 강행한 점에서 크게 반발했다. 지난 7일에는 대통령실과 정부세종청사 등에서 집회나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17일 서울종합청사에서 열리는 규제심의위원회에서 정부의 고시 철회가 없다면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민간 발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16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SMP상한제는 시장 제도에 규제를 가하는 체재로 시장주의와 자유 원칙 등 전체적인 시장경쟁 체재라는 큰 틀에서 봤을 때 맞는 제도가 될 수 없다”라며 “핵심은 민간발전사들의 이익을 줄여서 한전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건데 이로 인해 민간 발전사들의 경영이 어려워질 경우 손실을 보전해주는 건 누구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론이 전기료 인상인데 최근 물가 상승 등 인플레이션 우려로 정부에서 많이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이를 다른 민간 기업한테 일부 넘기면서 고통을 분담하자는 건데 상황의 중대성을 감안해 이행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정확한 공론화를 거쳐 다방면의 의견 수렴을 한 뒤에 강행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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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 산업부, 전기료 인상과 SMP상한제로 전력시장 정상화 강행 예고

 

그러나 산업부는 물가 폭등과 민간 발전사의 반발에도 불구, 전기료 상승과 SMP상한제 도입이라는 두 전략을 모두 사용하면서 시장가격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5일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전기요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에너지 이슈는 탈정치화 돼야 하며 시장가격 조정 기능 정상화가 필요하다”라며 “연료비 연동제는 가격 상승 제한 폭과 같은 소비자 보호 장치가 있는데 이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틀 자체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원래 일반적인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제도가 만들어졌다면 지금의 상황은 이 폭을 일시적으로 벗어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지난 정부에서 위기 상황을 대비하지 못했던 부분 있었다면 새 정부에서는 지난 정부를 반면교사 삼아 좀 더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찾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전력은 도매가격과 소매가격의 차이가 커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SMP상한제로 도매가격을 낮추고, 전기료 인상으로 소매가격을 올려 시장가격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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